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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성은
작성일 2020-09-09 (수) 15:5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98      
우리학교 유명인사,이수인
우리학교 유명 인사, 이수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성은







“수인이는 주말에 뭐 했어요?”

“클로버하고 놀았어요.”

클로버는 인공 지능 스피커로 손가락 소근육 운동이 불편한 수인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말로 주문하면 친절하게 들려주는 고마운 친구다.

“교회도 다녀왔어요?”

“네. 교회 갔다가 이모랑 카페에서 핫초코 먹었어요.”

수인이는 고등부 2학년이다. 노래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하기 싫은 점자 공부도 곡을 붙여 부르면 금세 박수를 치며 흥겹게 리듬을 탄다. 내친김에 찬양을 틀어주면 “아멘!”을 외치며 즉석 부흥회가 시작된다.

2020학년도 고등부 2학년 교실에서는 총 일곱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그 중 세 학생은 전혀 앞을 볼 수 없고, 네 학생은 저 시력인데, 모두가 시각장애에 뇌성마비 또는 지적장애를 중복으로 지니고 있다.

선재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뽀로로와 카봇을 좋아한다. “새앵님”하며 선생님을 찾는 선재가 가장 또렷하게 발음하는 단어는 ‘엄마’다. 아침에 엄마가 챙겨주신 자동차를 하루 종일 만지작거리며 자랑하고 숨긴다. 엄마가 주신 장난감은 절대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책상 서랍이나 가방 속 등 안전한 곳에 넣어 놓고 철통 사수한다.

운철씨는 학부형 나이지만 법인 시설에 기거하며 선재 옆자리에서 공부한다.

묻는 말에 들릴락말락 한 목소리로 짧은 대답을 할 줄 아는 운철 씨는 대체로 얌전하다. 화장실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는 운철 씨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양 손을 허우적거리며 다급하게 무언가를 찾는다. 의아한 우리가 왜냐고 물으면,

“초코파이가 없어졌어.” 한다. 어느 땐 초콜릿이 없어지고, 신발도 없어지고, 새우깡도 없어진다. 하루 종일 조용하게 있던 운철 씨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영례 씨도 학부형 나이로 법인 시설에 거주한다. 말을 전혀 못해서 나와는 친해지기 힘든 조건이지만 다채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한다. 특히 자기 물건의 위치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에 알러지 반응을 보인다. 한 번 토라지면 기본적으로 2시간은 간다.

빈은 전맹인데 말까지 하지 못한다. 똑같은 하루가 지루하고 짜증스러울 법도 한데 흥얼흥얼 구슬 꿰기를 즐긴다. 솜씨도 좋고 성격도 좋다.

예원이는 소문난 얼짱이다. 악세서리를 좋아해서 목걸이며 반지며 머리핀까지 챙길 것이 많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무척 밝다. 수인이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따라다니며 방향을 잡아 주고, 공부하기 싫다고 소리 지르며 떼쓰면 야무지게 잔소리도 한다. 아직 한글을 다 몰라서 단어 중심 받아 쓰기를 연습하는 중인데 종종 ‘매미’를 ‘미매’로 ‘풍선’을 ‘선풍’으로 쓴다. 쉬는 시간에 내가 휴대폰 받는 모습을 보면서 딸내미냐고 궁금해하고, 예원이 엄마 얘기도 들려준다. 월요일 1교시를 시작할 때면 어김없이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속 빅뉴스를 얘기해 준다. 오늘은 극 중 누군가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해 줬다.



점자 공부를 하던 수인이가 갑자기 손톱을 세우더니 내 손을 힘주어 눌렀다. 공부하기 싫을 때 수인이는 보통 건물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한 바탕 소란을 피운다. 울고 불고 소리치다가 선생님을 밀기도 하고 복도까지 나가서 이웃 교실 수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수인은 우리 학교에서 못말리는 유명 인사다. 능청스럽게 애교를 부릴 때면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수인이 점자 공부 잘 할 거에요? 선생님 말씀 잘 들을 거에요. 꼬집지 않을 거에요. 반말 안 할 거에요.”

물거품 같은 약속이므로 이제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문제는 다짐을 연발하는 수인이조차 애초에 약속을 지킬 마음이 없다는 게 사실이다. 텅 빈 다짐을 반복하는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이수인, 지금 뭐 했어?”

“선생님 꼬집었어요.”

“일부러 꼬집은 게 맞구나. 왜 그랬어?”

“점자 공부 하기 싫어서요.”

수인이는 본인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조목조목 잘 알고 있다. 패턴화 되어 버린 문제 행동은 어떻게 바로 잡으면 좋을까? 가장 확실하고 신속한 방법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체벌을 하는 거다. 학생과의 인격적 관계를 담보로 한다면 휴대폰으로 소액 결재하 듯 간편하다. 이수인이 내 손을 꼬집었을 때 내는 화는 반사 작용이었다. 그 다음은 이 행동까지 패턴화되어 버릴까 하는 염려가 엄습했다. 긍정적 행동지원을 원칙으로 학생에게 정적 강화를 제공하며 끈기있게 관찰함으로써 문제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고 배웠다.

수인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 주고, 기분을 살펴주고, 아픈 다리를 안마해줘 봐도 아이가 손톱을 세울 때면 속절 없이 맥이 풀린다. 제자리 걸음 같을 때 막막해진다.

생 각해 보면 알면서도 번번이 저지르고 마는 과오가 내게도 얼마나 많았던가? 운동이며 공부며 다이어트며 독서 습관까지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선을 지키지 못했다. 야식을 먹어 버렸고, 드라마를 끊지 못했고, 아침 운동을 걸렀던 날들이 그야말로 새털 같았다. 태평하게 다람쥐 쳇바퀴를 돈 건 이수인만이 아니었다.

방향을 잡아 보자. 어디에 있어도 정확한 기준만 있다면 적어도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마이너스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수인이랑 선재랑 영례 씨랑 손잡고 플러스를 향해서 나는 오늘도 느리게 간다.

                                                                           (2020.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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