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재교
ㆍ작성일	2019-03-29 (금)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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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담으려 찾아간 섬진강
봄을 담으려 찾아간 섬진강

신아문예금요수필 석청 김재교

새벽 2시쯤 울타리 가로등 9개를 켜고 보니 토방수선화가 찬 서리를 이고 떨면서 나한테 남쪽 섬진나루 봄을 담아 오라는 듯 푸른 잎을 흔든다. 울타리 옆에 자목련도 저녁이면 꽃잎을 오무리고 추위에 떨고 있다. 나의 속만 보는 것 같다. 정말 새벽에 보니 안쓰러웠다. 이제 덩달아 홍매와 청매도 한 송이씩 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새벽이면 털모자를 쓰고 털점퍼 하나 입고 집 주위를 돌며 운동을 하고 잠일대 호수 해뜨는 사진, 철새들, 저녁달 오름을 촬영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시반 문우님께 남녁봄을 담으려 함께 가자고 전화를 하니, 쾌히 승낙을 했다. 신이 났다. 나는 문우님들과 남쪽으로 봄을 담으로 갔다. 자연은 남녘으로 내려갈수록 봄을 이고 지고 올라오고, 논밭은 겨울옷을 벗고 봄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매실나무는 우유빛 꽃과 봉오리를 토하고 강가 누런 갈대 숲 사이로 흐르는 물결은 생기가 돌았다. 여울목 흰 물줄기는 하얀 이를 보이고 있다.

섬진강 첫 삼계나루에서 다슬기수제비탕으로 점심을 먹고 쉬엄쉬엄 고개를 넘어 구담정에 가보니, 작년에 카메라에 담았던 홍매화나무는 늙어 베어졌고, 등 넘어 청매화만 반쯤 꽃문을 열고 묘 주변 희귀한 산자고며 봄을 부르는 솜방망이 노랑꽃들이 이제 반쯤 꽃문을 열고 있다. 시인들은 그 모습을 폰에 담으려 야단들이다.

우리 일행은 되돌아 반대편 오솔길을 따라 장구목에 도착하니, 홍매청매가 한창이다. 카메라에 담고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는 물줄기속에 봄을 담아 오는 것만 생각했지 길안내판을 보지 않아 순창 세룡입구에서 구암정을 찾아 사진도 촬영하고 옛 선비들의 자취를 흐르는 물속에 그려보았다.

일행이 돌아오는 길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자고 했다. 그곳 물 흐름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속에서 강을 보니. 바위를 돌아 내려오는 잔물결 흐름 속에 봄이 많이도 섞여 있었다.

나는 섬진강 흐름에 섞인 봄을 많이 보자기에 싸아서 차에 실어다 우리 집 마당과 잠일대 호수에 풀었다. 청매실과 홍매실, 수선화가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노랑 꽃봉을 흔들었다. 저녁에 요란스레 꽃바람과 비가 내렸다. 울타리 위 자목련도 서리맞은 겉잎을 버렸다. 속 꽃잎은 단아하고 예뻤다. 수선화도 노랑저고리 옷고름을 양손으로 메고 긴 녹색 치맛자락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시인들과 함께 한 섬진강문학기행에서 봄을 많이 담아다 이곳 잠일대 호수에 풀었으니, 만경강 물속에도 남녘봄이 빨리 찾아 올 것이다. 잠일대호수 주인인 철새들도 거의 다 가고 한 무리가 남아 있다가 수선화가 만발하면 날아 간다. 문인들과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