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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인철
작성일 2020-09-17 (목) 04:5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36      
자신의 선행을 위해서는 남이 나빠야 한다



6. 자신의 선행을 위해서는 남이 나빠야한다

이인철





어느 추운 겨울날 초저녘 시간이었다. 연휴가 이어지는 저녘이라 다른 날에 비해 고객들이 크게 붐볐다. 언제부터인가 점포 입구에 먹을 것을 구걸하는 60대 중반의 남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인데도 양말도 신지 않고 다 떨어진 운동화를 질질 끌고 다녔다. 때론 신발과 옷가지를 가져다주는 고객도 종종 있었지만 길가에 다 버리고 갔다. 평소에 자신이 입는 그 모습 그대로를 고수하는 기이한 걸인이었다. 몸은 몇 년째 씻지 않았는지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이날도 걸인의 딱한 모습을 본 40대 중반의 건장한 남자가 남을 돕는다는 자신의 선행에 뿌듯함을 느꼈는지 몹시 흥분된 모습이였다. 휴게실은 라면 등 먹거리를 먹고 있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 청년은 도시락 하나를 주문하더니 그 걸인을 불러 휴게실에서 먹게 하라고 일방적으로 말했다.그래서 손님들이 많아 지금은 좀 어렵다는 말을 했더니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면서

"당신, 세상 그렣게 사는것 아니야!"

걸인에게 배려를 외면하는 악덕업주로 낙인찍히는 순간이였다. 자식 또래의 청년에게 반말은 물론 삿대질까지 당하니 오장육부가 끓어 올랐다. 가뜩이나 먹거리를 사가는 손님들이 그 걸인과 마주치면 맘이 편치가 않다며 가게를 기피하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고 있는 터라 참으로 말문이 막혔다. 말은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들어도 이 추운날 걸인에게 따뜻한 식사조차 배려할 줄 모르는 악덕업주가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손님, 그렇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 아닙니다." 했더니 오히려 폭언까지 쏟아내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도 자기집에 데려가 따뜻한 식사대접을 하겠다는 얘기는 한마디도 없이.

다른 고객들도 말없이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더욱더 맘이 편치않는 순간이였다. 전에도 어떤 중년여자 한 분이 걸인의 모습을 보고 라면 한 봉지를 사더니 나보고 이를 끓여 걸인에게 가져다 주라고 했다.

"저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힘듭니다." 헀더니 온갖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이 직접 끓여 걸인에게 건넸다. 그후로 그 고객을 본 적이 없다. 하루는 늦은 밤에 부부가 들어왔다. 물건을 고르던 부인이 밖에 서있는 걸인이 맘에 걸렸는지 나에게 그 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평소에 어떤 것을 자주 먹느냐고 자세히 물었다. "글쎄요, 제가 그 걸인과 친분관계가 없어서 알 수가 없네요." 말이 끝나자마자 남펀이 부인을 불러 서둘러 가게를 빠져 나갔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을 했나, 혹은 심한 말을 했나 후회가 된다. 또 내가 악덕업주가 된 것은 아닌지 참으로 불편한 하루였다. 이 일은 전적으로 내가 자초한 일이다. 일년 전 어느날, 문밖을 청소하다 그 걸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먹을 것을 준 것이 화근이였다. 그날 이후 줄곳 일년여를 편치않는 동거를 하게 된 것이다. 하루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 고객이 뜸한 시간이라 오늘따라 일찍 나타난 걸인의 모습이 안타까워 안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그 후로 가게 안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한 겨울에 모든 출입문을 열고 냉장고를 가동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오는 손님마다 무슨 냄새가 이렇게 고약하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 걸인 때문에 수많은 고객과 시비가 잇따르고 급기야 고객들이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해 경찰과 시청에 신고해 이 걸인이 따뜻한 겨울을 지낼 곳을 찾았으나 허사였다. 집도 있고 부양가족이 있는데다 본인이 원치않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게 동사무소 직원의 답변이였다. 경찰도 제3자에게 폭언이나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떠나게 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 뒤로 이 걸인은 항상 웃음까지 띠며 나와 함께 불편한 긴 시간을 같이했다. 한참 뒤 그 걸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유야 어찌 됐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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