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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석곤
작성일 2020-06-17 (수) 04:5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6      
모내기 날
모내기 날

안골은빛수필문학회 정석곤









 이른 봄에 육묘를 신청하면서 5월 28일을 모내기 날로 받았다. 엊그제 사돈이 이앙기(移秧機)가 8시에 온다고 하니 한 시간 먼저 와서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해마다 노타리 친 논에 던져놓은 육모상자를 논두렁에 들어내 놓고 피 농약을 뿌리곤 했다.



 눈을 떠보니 아직 5시다. 서둘러 농기구, 농약, 간식 등을 챙겨가지고 논으로 갔다. 아침들판은 조용하고 평안했다. 모를 심은 논은 모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연녹색으로 물들고 있고, 다른 논은 까만 맨살을 드러내놓은 채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육모상자를 잘 던져놓은 데다 모를 심기 좋게 물을 빼놓아 예년보다 준비가 수월했다. 그래도 수렁논이라 허벅다리까지 닿은 장화는 진흙 속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올해는 모가 튼실하고 키가 커 풍작이 기대가 된다. 갓난아이를 대하듯 모를 조심스레 다루었다. 잎과 줄기가 구부러진 건 펴고 티끌이나 흙이 묻었으면 털어주었다.



 도로 쪽의 수로 곁 논두렁에다 육모상자를 10 개씩 11 모둠을 만들었다. 푸르스름한 가루로 된 풀코스 4봉지를 골고루 뿌렸다. 한 알갱이라도 밖으로 나갈까 봐 조심했다. 피 다 잡은 논 없고 도둑 다 잡은 나라 없다는 속담처럼 논의 피는 뽑아도 한없이 나오니까 어린 모 때부터 곁에 피가 얼씬도 못하게 한 게다. 준비를 끝내고 허리를 펴니 이앙기가 어느새 와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이앙기가 뒷논두렁을 바짝 끼고 들어 왔다. 육모상자의 모를 이앙기에 실었다. 이앙기는 정면을 바라보고 천천히 모를 심기 시작했다. 처음에 잘 심어야 이어서 간격과 줄이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이앙기 앞부분 양쪽에 ‘ㄱ’자로 된 가느다란 쇠막대가 논바닥에 직선을 그으며 앞으로 갔다. 이앙기는 오고갈 때 미리 그어놓은 선을 봐가며 간격과 줄을 맞추어 심으려 애를 섰다.



 암탉이 병아리를 품듯이 육묘상자를 지키고 있다가 이앙기가 다녀오면 올려주고 빈 상자를 받았다. 이앙기가 가고 오는 걸 보니 어릴 적 고향에서의 모내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논에는 머슴이 품앗이 한 이들과 하루 삯을 준 놉들로 꽉 차 이야기와 노래를 부르며 모를 심는 장면이 그리웠다. 심어진 모의 줄과 간격이 허튼 모보다는 몇 십 배 낫지만, 줄모와 비교하면 고개가 자꾸 갸우뚱거려졌다.



 내 맘은 이앙기를 타고 모가 제대로 심어지길 바라면서 따라다녔다. 모가 절반 쯤 넘게 심어졌을까? 논을 보며 갑자기 나의 살아 온 길과 견주어보았다. 지난날들이 며칠씩 모여 모처럼 한 포기 한 포기씩 심어 왔을 것이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며 바르게 살려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스무 살 때부터 지나간 42년 동안도 제 2세들을 맑은 마음, 밝은 생각으로 성실하게 가르치려 애쓰며 모를 심어왔다. 그러나 모의 줄이 삐뚤삐뚤하고 간격이 고르지 못한 것 같이  맘먹은 대로 올곧게 살아오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앙기가 내 맘을 알았는지, 남은 논은 간격과 줄을 더 잘 맞추어 심으려 정신을 바짝 차린 것 같았다. 앞쪽과 양쪽 논두렁 부근 그리고 네 모퉁이까지 정성을 다해 마무리를 하고 나갔다.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 지 하나님만 아시지만, 남은 날 동안 줄이 반듯하고 간격도 알맞게 모를 심으며 내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성싶다.

 아내가 퇴원할 때부터 맛 집에서 끓인 팥죽을 먹고 싶다며 날을 받아왔다. 저녁에는 오늘 심은 모가 대풍년을 이루기를 바라며 아내와 함께 맛 집을 찾아 갔다.

                                                   (2020.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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