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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06-08 (월) 05:0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75      
단독자
단독자 單獨者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오늘은 멀리 경기도 양평에 사시는 L 선생님의 메일이 왔다. 그분은 내 글의 독자이자 ‘월간 한국산문’ 등단 선배다. 메일에는 2018년도에 썼다는 <‘좀 떨어지는’ 단독자>라는 수필이 첨부되어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차용했는데 조금은 나의 의도와 다를 수도 있으니 너그러이 봐달라는 주문이 있었고, 건강을 잘 챙기시라는 당부도 있었다. 내용이 궁금하여 얼른 열어 보았다. 어느 문예지에서 ‘단독자’라는 글을 접했는데 단어가 생소하고 낯설어서 또박 또박 읽었다고 했다. ‘단독자’는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데 책을 통독해도 정립이 잘 안 되어 다시 한 번 정독을 했다고 한다. 그런 뒤에 성경내용을 인용하여 정의했다고 한다. ‘아브라함이 백세에 얻은 독자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려한 것은 세상의 보편적 가치, 윤리적 통념을 배제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이때의 아브라함이 단독자다. 단독자는 세상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양심과 의지에 따라 올곧게 사는 자.’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그런 단독자에 근접한 사람을 알고 있는데, 그는 외로움과 짝하여 다니는 단독자가 아니라 신이 나서 다니는 단독자라고 했다. 내가 장애아들 정기와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얘기하고 있었다. ‘수호천사’의 글에는 장인어른께서 아들을 시설에 맡기자고 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나에게 아빠인 양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그냥 데리고 온 이야기, 부모님 산소 곁에 원두막을 지어놓고 ‘성작산 카페’라며 자랑하던 이야기, 새 차를 사면 멀쩡한 앞뒤 범퍼를 경계석에 부딪쳐서 상처를 내놓고는 훗날 누군가 접촉해도 속상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 부모님 산소, 장인 장모님 산소 벌초를 도맡아 하면서도 ‘볼레로’ 음악이 들린다며 신명이 난다는 ‘예초기 이발사’ 등의 글을 읽고는 <‘좀 떨어지는’ 단독자>라고 명명한 것이다. 아들은 아빠와 함께 만 있으면 그 어느 곳이라도 천국이니 하늘나라에서도 떨어져 있으면 큰소리로 울 것이다. 그러니 하나님께서도 아들과 아빠는 함께 있도록 해주실 거라며 글을 맺었다.


 내가 단독자라면 선배는 관찰자가 아닌가? 내 글에 나타난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독자에게 거울처럼 비춰진다고 생각하니 조심스럽고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누구나 실천하는 삶 이야기를 쓴 것인데 그토록 과찬을 하며 한 편의 수필로 남겨주신 선배님께 감사했다. 내가 아플 때 선배님의 글은 안식처가 되었고, 주님께서는 ‘내가 약할 그때가 곧 강함이니라.’고 하셨다. “정기야, 놀러가자!”고 하면 마흔한 살이나 된 아들은 “예!”하며 기쁘게 호위무사가 되어주니 이제 나는 외로운 단독자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동행자다.

 해질 무렵 아들과 집을 나섰다. 아들은 ‘코로나19’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거리를 휘젓는다. 우리는 튀김집에 들어갔다. 순대 1인분과 떡볶이 1인분을 시켜 먹었다. 정기는 들어오는 손님마다 인사를 했다. 대부분 자기보다 젊은 사람인데도…. 주인아주머니가 덤으로 순대 반 접시를 더 주었다. 그분도 착한 단독자가 아닌가? ‘저 밝고도 묘한 시온성을 향하여 가세. 내 주의 찬란한 성에 찬송하며 올라가세’ 정기와 나는 찬송가 ‘주 사랑하는 자 다 찬송할 때’를 부르며 힘차게 집으로 향했다.

                                                                       (2020.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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