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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10-02-21 (일)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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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혼식
금혼식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야간반 김길남

사람이 결혼하여 50년을 같이 산다는 것은 경하할 일이다. 지금은 수명이 길어 그런 사람들이 많지만 옛날에는 드물었다. 환갑을 넘기면 장수한다고 여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15살에 조혼을 했더라도 50년을 해로하면 65세가 되니 축하해 줄 일이었다. 요즘은 금혼식을 넘어 회혼식을 맞는 사람도 많은 편이니 참 오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아침 9시 반 목포행 버스를 탔다. 손님이 적어 텅 빌 줄 알았는데 14명이나 타고 갔다. 주위의 산과 들과 논밭을 바라보니 사람 사는 모습들이 보였다. 채소를 뽑아낸 빈 밭에는 무지렁이 무가 나뒹굴고, 인삼밭은 겨울잠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축사에는 겨울을 덜 넘긴 소가 먹이를 되삭이고 있으며 조경원의 소나무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봄이 오면 그들도 새로 꾸민 정원으로 옮겨져 한껏 멋을 부릴 것 같다. 사람 사는 방법은 어디나 다르지 않다. 흥덕과 고창에서만 쉬고 고속도로로 달렸다. 목포에 도착하니 12시 가까이 되었다.

먼저 유달산으로 향했다. 찬바람이 세게 불어 모자가 날아가려 했다. 아내와 같이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 보느라 발길이 늦어졌다. 조금 오르니 이난영 노래비가 우리를 반겼다. 그의 히트 곡 <목포의 눈물>과 다른 노래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아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걸었다. 고래바위, 종바위 등 여러 모양의 바위들이 즐비하게 나타났다. 유달산 정상 가까이 있는 마당바위까지 올라갔다. 사방을 바라보니 목포시내는 물론 멀리 바다 건너까지 보였다. 북서쪽으로 합해교가 멋있게 놓여 있고 동으로는 영산강 하구둑과 대불공단이 펼쳐져 있으며 남으로 화원반도와 여러 섬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삼학도 삼형제가 사이좋게 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어디로 가는 배인지 긴 물보라를 일으키며 먼 바다로 향해를 하고 있었다. 날씨가 청명하고 공기가 맑아 먼 곳까지 보이니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 쌍안경이 놓여 있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먼 곳의 섬과 새로 놓고 있는 교각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 십 년 전에 처음 왔을 때 다른 사람은 따라오지 않는 데도 정상까지 올라가 할머니가 파는 막걸리를 받아 마신 일이 생각났다. 목포에 유달산이 없다면 목포가 아니다. 밋밋하고 볼거리 없는 목포가 되었을 게다. 아마도 관광객은 별로 찾지 않으리라 여겨졌다.

때가 되어 내려와 횟집을 찾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영란횟집'이란 곳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많았다. 차림표를 보니 민어회가 첫머리에 나와 있다. 옳지 잘 되었다 싶어 한 접시 시켰다. 민어가 맛있다는 말을 들어보기는 했어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같은 방에 있는 손님들도 모두 민어회를 먹고 있었다. 차려 나온 것을 보니 밑에 양배추 채를 깔고 민어회를 소담하게 담았다. 민어는 부레가 맛있다 하여 부레도 주느냐고 물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바로 가져다주었다. 부레 서너 점에 껍질, 뼈를 다져 양념과 묻힌 것이 다른 접시에 담겨 나왔다. 부레부터 한 점을 집어 기름소금을 묻혀 먹으니 좀 질겼다. 맛은 그렇게 좋은 줄 몰랐다. 민어는 참 연하여 입속에서 살살 녹았다. 상추와 쑥갓에 고추냉이를 묻힌 한 점을 싸서 입속에 넣고 씹으니 사르르 녹았다. 쑥갓과 민어가 어우러져 풍기는 맛이 참 좋았다. 맛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배가 불룩하도록 먹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오더니 “몇 점 더 드릴까요?” 하였다. 배가 불렀지만 좋다고 했더니 대여섯 점을 더 주었다. 덤으로 준 것을 남길 수는 없어 모두 먹었다. 매운탕 1인분과 공기 하나를 청하여 먹어보니 근래에 먹어본 매운탕 중 드문 맛이었다. 새로운 맛과 멋을 느끼며 점심을 마쳤다. 계산할 때 보니 이집이 전라남도 전통음식 전문점이었다.

건어물 파는 데로 걸어가 마른 홍합 2봉지와 새우 1봉지. 김 두 톳, 굴비 한 두름을 사가지고 터미널로 왔다. 하룻밤을 자고 오려했으나 춥기도 하고 내일 꼭 참석해야 할 일이 있어 아쉽게 돌아왔다. 좀 따뜻했으면 경주로 가서 구경하고 오려는 마음도 있었으나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포기하고 목포에 다녀온 것이다.

오늘 목포에 와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 택시 기사는 유달산에 내려주며 점심 먹을 맛 집을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얼마 되지 않으니 걸어 내려가면 된다고 했다. 또 횟집 주인은 더 달라는 요청도 없었는데 덤으로 횟감도 갖다 주었다. 돌아올 때 탄 택시 기사는 지름길로 와서 택시비를 절감하도록 하였다. 또 하나는 전주에 오는 일반 직행을 탔더니 이차는 여기 저기 돌아 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니 직통을 타라며 표를 내어주었다. 자기 욕심만 챙긴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울어 나온 인정이다. 이처럼 어우렁더우렁 살아야 살맛나는 세상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우리 내외 금혼식 날이었다. 어려운 집에 시집 와서 아들딸 다섯을 낳아 대학교육을 시키느라 애를 썼다. 또 결혼하여 고생한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남은 세월이 얼마일지 모르나 서로 아끼고 감사하며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란다.

( 2010. 2.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