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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학
작성일 2020-12-04 (금) 06:42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66      
반성문 쓰는 아버지





[금요수필] 반성문 쓰는 아버지
김학 수필가


나는 2남 1녀의 아버지다. 그 아이들의 나이는 어느새 40대에 접어들었다. 나는 자녀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방송국 프로듀서로서 직장 일에 바빠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을 내지 못했다. 또 문학을 한답시고 글 벗들과 어울려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불평불만 없이 잘 자라주었다. 그러면 되는 것으로 여겼다.

그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뒤 성적이 상위그룹에서 머물렀으니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키우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사실 나는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몰랐다. 아버지 역할을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내가 7살 때인 31세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상여가 나갈 때 어머니는 큰아들인 나에게 삼베옷을 입히고 대나무 지팡이를 들려주며 상여 뒤를 따라가라고 하셨다. 나는 부끄럽다며 그 상복을 입지 않으려고 버둥거려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다. 그런데 그 때는 그것이 불효인 줄도 몰랐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기에 나는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배울 기회가 없었다. 아버지가 외아들이셨기 때문에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도 계시지 않았으니, 곁눈질로 배울 수도 없었다. 내 아들 형제가 아버지 노릇을 잘 하는 걸 보면서 나 스스로 반성하곤 한다.

내가 아버지 노릇을 잘못했기에, 두 아들이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는지 많은 관심을 쏟는다. 며칠 전에는 백승종의『조선의 아버지들』이란 책을 세 권 사서 아이들에게 우송해 주기도 했다. 그 책에는 조선시대의 이름난 아버지 12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책을 읽고 나한테서 배우지 못한 성공적인 아버지 노릇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조선조 청백리 정갑손이란 대쪽영감이 있었다. 자신은 조상대대로 초가집에 살며, 무명 이불을 덮고 살았다고 한다. 그가 함길도 감사로 근무하던 중 출장을 갔을 때 향시(鄕試)가 열려 그의 장남이 장원을 차지했단다. 출장에서 돌아온 정갑손은 향시 합격자 명단으르 확인하다 아들 이름을 발견하고 합격을 취소해 버렸다. 그러자 그 아들은 경상도 외가로 내려가 다시 향시에 응시하여 장원을 하고, 한양에서 치른 과거에서도 장원급제를 했다고 한다. 본 실력으로 장원을 했는데도 오해를 살까 봐 그렇게 경계으니, 얼마나 결백한 사람인가?

나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란 말을 잊고 살았다. 그 호칭을 사용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부나 숙부가 계셨더라면 그 ‘아버지’란 호칭을 사용했을 텐데 그런 기회도 나에겐 없었고 그 ‘아버지’ 대신 ‘어머니’란 호칭은 다른 사람보다 배 이상 많이 사용했을 것이다.

전남 강진에서 18년이나 유배생활을 했던 정약용은 아내가 보내 준 붉은 치마에 편지를 써서 책을 만들어 아들에게 보냈다. 그것이 이른바 유명한 『하피첩』이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비록 『하피첩』을 만들어 줄 수는 없어도 이렇게 수필로서 내 마음을 전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또 아들딸이나 손자 손녀들에게 밥상머리에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서 [밥상머리교육-유언(1~49)]을 시리즈로 써서 아이들에게 카톡으로 보내주고 있다. 나의 아이들이 나의 이 뜻을 마음에 깊이 새겨주면 좋겠다. 나는 팔순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아들딸에게 아버지로서 때늦은 반성문을 쓰고 있다.



△김학 수필가는 1980년 월간문학 등단해 전북문인협회, 전북펜클럽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수필상, 영호남수필문학상 대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손가락이 바쁜 시대> 등 수필집 17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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