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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신효선
작성일 2020-12-04 (금) 05:04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85      
먹시감
먹시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상쾌하게 살랑대는 가을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 잠시 쉬고 싶은 계절.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오곡이 영글어 가는 이때쯤이면 나는 남편과 친정동네에 있는 은행나무를 찾아간다. 올해는 철이 늦은 탓에 세 번째 가서야 작년보다 씨알이 작긴 하지만,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아낌없이 내어주는 은행을 줍고 있었다.

 은행나무길 안쪽에 친정아버지 친구분이 살았다. 이제는 아들이 옛집을 헐고 예쁜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부부가 틈틈이 시간을 내어 전주에서 오가며 머물다 간다. 남편과 나는 그분과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라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낸다. 그날도 부부가 감도 따고 밭일을 하고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은행을 줍는 우리에게 먹시감을 한 상자 가져왔다. 그러면서 그냥 먹으면 떫으니 따뜻한 물에 우려먹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은행을 무시로 주어가게 해준 것만도 고마운데 감까지 주니 너무 고마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이곳에도 산에 먹시감나무가 많더니 거의 베어내고 밭 가장자리에만 몇 그루 남아 있었다.

 먹시감은 감 껍질에 먹물을 묻힌 것 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우리나라 토종감으로 전북 일대에서도 널리 자생한다. 그래서인지 내변산에는 먹시감이 많다. 먹시감은 작고 씨가 많고 감 몸에는 먹물이 들어 있다. 감이 설익었을 때는 떫기 때문에 우려서 먹는다. 먹시감 식초가 무공해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감식초를 만들어 먹고 있다. 정읍시의 ‘먹시감 식초’는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슬로푸드생물다양성재단’이 인증하는 ‘맛의 방주’에 등재되기도 했다.

 먹시감을 보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이곳 동네 큰오빠 집에서 몇 년 살았다. 이곳 산골 마을에 봄이 무르익으면 감나무에서는 연두색 어린잎 사이로 노오란 감꽃이 피어난다. 팝콘 모양의 소박한 감꽃은 화사함이나 향기는 없을지언정 그 은은함이 좋았다, 사각모자에 금빛으로 테두리를 장식한 감꽃이 떨어지면 그 속에 숨어있던 손톱크기의 작은 감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별 모양을 닮은 감꽃이 마당에 뚝뚝 떨어지면 친구들과 함께 감꽃을 주워 실에 꿰어 목에 걸고 놀다가 나누어 먹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먹거리가 흔해서 감꽃을 먹기는커녕 갖고 노는 아이들도 없다.

 감이 조금 크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바쁘게 감나무 밑을 돌며 떨어진 날감을 모두 주워 모은다. 그리고는 부뚜막에 소금을 풀어서 작은 단지 속에 넣고 감을 담가 둔다. 며칠이 지나면 떫은맛이 우러난 감을 먹으면 굉장히 달고 맛있다. 덜 익은 감은 앞자락에 감물이 묻으면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먹시감은 항암 성분인 탄닌 성분이 많아 떫은맛을 내며,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작고 볼품없는 데다 얼굴에 먹물을 잔뜩 뒤집어쓴 감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사라질 위기다. 한때는 이름만 들어도 호랑이를 줄행랑치게 했다는 곶감으로 변신, 우는 아이 울음을 그치게 했다는 곶감의 재료가 되었다. 개량되는 감들에 밀려 이제는 시골 산밑에서나 볼 수 있다.

 큰오빠 부부가 사는 집 입구 밭 가장자리에도 이제는 먹시감이 아닌 단감과 대봉감이 가을과 함께 영글어 간다. 감가지를 꺾어 달력 위에 걸어두면 붉은 감 덕분에 방안이 한결 밝아진다.

 그 시절에는 입동이 지나고 무서리가 내리면 추운 겨울 먹을 것을 구하는 날짐승을 걱정해 감나무 끝에 홍시를 남겨두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

(2019.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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