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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10-05 (월) 13:5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41      
마음이 따뜻한 사람
영혼이 따뜻한 사람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지인 중에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를 ‘영혼이 따뜻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와 알고 지낸 지도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대화를 나누니, 그는 큰 수행자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인력공사 사무실이었다. 선산 벌초를 하려고 예초기를 다루는 기술자를 부탁하여 다음 날 사무실에서 그를 소개받았다. 그는 나보다 대여섯 살 연장자로 보였다. 키는 작달막하나 여간 다부진 모습이 아니었다. 서로 통성명을 하고 차에 올랐다. 화물차에 나란히 앉았다. 나는 그를 ‘문 사장님’이라 불렀고, 그는 나를 그냥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첫 만남인데도 서로의 가족 이야기에서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편안하게 나누었다.



“문 사장님은 예초기 작업을 얼마나 했어요?”

“젊어서부터 했으니 수십 년을 했지요. 지금의 아내도 조상님 벌초로 인연이 되었어요.”

“어떻게요?”

“키도 작고 인물도 없고 겨우 한글만 터득하여 막일을 하는데 누가 시집을 오겠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중신을 했어요. 해마다 선영 산소 벌초를 자진해서 하고, 부지런하니 제 식솔은 건사하겠다며 열 살 아래 아가씨와 맺어주었어요.”

“열 살이나 젊은 규수와 결혼했으니 노년이 행복하겠네요?”



문 사장은 벌초를 하려고 부르면 만사를 제쳐놓고 나와 동행을 했다. 올해에도 순천 주암호 상류 장인 장모님 산소에도, 종중 선산 벌초에도 동행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송광사 길로 접어들었다.

“문 사장님, 왼쪽 일주문 보이지요? 그곳이 순천 송광사입니다.”

“송광사에 가보셨어요?”

“아니요.”

“그럼 오늘은 봉분만 깨끗이 갈퀴질 하고 송광사에 갑시다.”

문 씨와 나는 예초기 작업을 시작했다. 점심 식사는 도시락으로 때웠다. 문 씨는 더운지 저고리를 벗었다. 이제 내 앞에서는 체면도 가리지 않는다. 그의 풍만한 젖가슴이 애기엄마 같았다. 팔을 올릴 때마다 출렁거렸다. 피부도 백옥색에 젊은 사람처럼 탄력이 있었다.



“문 사장님,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지요?”

“일흔여덟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50대 갔네요.”

 아내가 잘 챙겨줍니다. 동네 마트 책임자와 친구처럼 지내는데 고기랑 생선이랑 유효기간이 지나면 그냥도 가져오고 헐값에 사 오기도 합니다. 그러니 고기는 안 떨어집니다.  



그에게 전화가 왔다. 늦둥이 딸의 전화라고 했다. 전에 초등학교 다닌다던 늦둥이다. 지금은 대학 2학년인데 친구랑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고 한다. 그런데 아빠 일 나갔는지 간간이 확인 전화를 한다고 했다. 딸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용돈을 주며 절대 일 나가지 말라고 한단다.  선산 여덟 분의 봉분을 말끔히 벌초했다. 장인 장모님 봉분 쑥을 제거하고는 화병에 황금색 해바라기 조화를 꽂았다. 기도를 드리고 전경 사진을 찍고 나왔다. 올 때보다 갈 때가 더 빨랐다. 송광사 경내 길상식당에 들렀다. 술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도토리묵과 막걸리를 시켰다.



그는 나를 칭찬한다.

“해마다 처갓집 산소 벌초를 하니 사모님께 사랑을 많이 받겠네요.”

“약효가 그날뿐이랍니다.”

술상이 나왔다. 막걸리를 한 잔 가득 따라주니 나에게도 집배만 하라며 사발에 조금 따라 준다. 수고하셨다며 잔을 부딪치고 맛을 보았다. 땀을 흘리고 난 뒤 마시는 승주 막걸리는 꿀맛이었다. 아내에게 산소 전경 사진을 보내주며 잘 마치고 송광사에 들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지 않아 수고했다는 답신이 왔다. 그는 나에게 자랑을 했다. 큰아들은 고등학교만 나왔는데도 대학 나온 베트남 아가씨와 결혼하여 손자가 둘이나 생겼다고 했다. 며느리와 한집에 살다가 얼마 전에 분가시켰는데 손자가 보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 사돈댁을 다녀왔는데 사돈 부부가 극진히 대접해 주었다고도 했다. 자신은 돈을 버는 대로 아내에게 주는데 절약하여 살림을 잘한다며, 지금 사는 이층집도 아파트를 팔고 조금 보태서 샀다고 했다. 인근이 공원이고 복지관이 들어서서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나에게 건넨다. 화광신문이었다.

“좋은 글이 많으니 읽어보세요.”

“지금도 *화광교회에 나가십니까?”

“네, 제가 삼천동 구역장입니다.”

“어느 교회에 나가든지 착한 일을 하면 천국에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순수한 신앙관이 오늘날 이념 갈등에 사로잡힌 종교인에 비해 진솔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목적지인 불일암 ‘무소유 길’을 향해 길을 나섰다.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 스님’에 대하여 얘기해주니 그는 ‘이케다 다이사쿠’의 명언을 들려주었다.



“모든 것을 잃었어도 희망만 있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항상 지금부터다.”라고 시작하면 나이를 먹어도 마음은 더 젊

어진다고도 했다.

 “문 사장님, 만약에 지금 당장 복권 1억 원에 당첨되면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먼저 나처럼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장학금으로 절반을 내놓고, 그 다음에 남은 절반은 교회 구제사업에 헌금하고, 남은 돈은 아내에게 줘야지요.”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욕심내지 않았다. ‘무소유 길’ 입구 이정표가 나왔다. 그런데 산속은 쉬 어두워지고 어느새 5시가 지났다. 돌아가기에도 2시간 반은 걸리니 오늘 ‘무소유 길’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일찍 오자 하고 돌아섰다. 이미 무소유를 실천한 그에게 ‘무소유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의 아내로부터 일이 끝났냐는 전화가 왔다. 그리고 또 다른 전화도 왔다. 벌초를 하자는 예약전화였다. 그날은 안 되고 다음날 하자는 답변이었다. 늦둥이의 효도에 살맛이 나고, 한 철 벌초에 3~4백만 원을 번다며 큰소리로 웃고, 복권이 당첨되어도 욕심이 없는 그의 순수한 마음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었다.

                                                                    (2020. 10. 4.)



* 화광교회: 불교에서 파생된 일명 ‘남묘호렌게쿄’로써 일본인 ‘이케다 다이사쿠’가 창시자. 불교 법화경에 귀의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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