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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전용창
작성일 2020-10-02 (금) 05:49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31      
사내답게 살다 갈 거야
사내답게 살다 갈 거야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대한민국 가요계의 황제 ‘나훈아’가 12년 만에 매스컴에 돌아왔다. 우리 국민이 ‘코로나19’로 너무나 힘들고 지쳐있기에 위로하고자 공연을 준비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염원을 담은 ‘대한민국 어게인’이란 슬로건으로 추석 전날인 9월 30일 밤 8시 30분부터 KBS2-TV에서 2시간 반동안 혼자서 열창을 했다. 무 관객으로 진행되었으나 지구촌 곳곳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 모두의 환호가 무대 상단의 전광판에 그대로 나타났다. 국내는 물론이고 덴마크, 짐바브웨, 사할린, 호주, 일본, 러시아 등 온라인 심사로 선정된 1,000명의 팬이 ‘나훈아’ ‘나훈아’를 외치며 열광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그는 무대에 오르면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광풍노도처럼 무대를 장악하는 열정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공연이 시작되면 모두가 흠뻑 그에게 빠져들고 만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그를 가요계의 황제 皇帝 라고 부르나 보다.



공연이 시작되자 검은색 망토를 두르고 나온 그의 모습은 74세의 나이답지 않게 건강한 체격이고 얼굴에는 주름 하나 없었다. 1부 고향, 2부 사랑, 3부 인생으로 나누어져 ‘고향으로 가는 배’로 시작하여 ’사내답게 살다가 사내답게 갈 거야‘로 마무리 지었다. <고향의 봄>에서는 흰색 저고리로 바꾸어 입었다. 어린 여학생이 ’고향의 봄‘ 1절을 부르고 나면 그는 <모란 동백> 1절을 부르고 ’현음 어린이 합창단‘ 어린이들이 2절을 부르면 그는 ’모란 동백‘ 2절을 불렀는데 신선하여 인상 깊었다. <물레방아 도는데>에서는 지금 부르는 모습과 24년 전 부른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마냥 청춘이었다. 이어서 <명자>라는 신곡 발표가 있었다. KBS 가요무대를 진행하는 ’김동건 아나운서‘가 깜짝 등장했다. 명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북이 고향인데 평생 부모님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셨고, 그 한이 맺혀서 북녘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본인도 황해도 사리원에서 세 살 때 친어머니를 여의고 월남했는데 그 뒤로 80년이 넘도록 어머니 아버지 묘를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산가족 모두가 이런 마음일 거라고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이산가족 상봉 경쟁률이 600대 1이나 된다고 하니 어느 세월에 가볼 수 있을까?


 내가 그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시절에 들은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였고, 그 뒤 살구꽃이 필 때면 돌아온다던 <18세 순이>를 좋아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허전할 때는 나도 모르게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른다. 그런 뒤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그의 콘서트를 관람했고, 20년 전에는 소록도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한센스 병’, 환자 위문공연을 하는 그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보았다. 공연이 끝날 무렵 갑자기 한 아가씨가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자신은 서울 토박이고 어머님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으며 결혼식을 두어 달 남긴 상태에서 갑자기 ‘한센스 병’이 발병하여 이곳으로 왔다는 얘기였다. 순간 장내는 숙연했다. 얼마 전 아버지가 본인을 데리고 와서, 이곳에 맡기고 떠났다며 그날 밤 밤새도록 울었다고 했다



얘기를 다 들은 ‘나훈아’는 아가씨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고는 신곡이라며 노래 한 곡을 불러주었다. 나는 그날 밤 그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너무도 짠하게 들려서 히트곡이 될 줄 알았다. 그 노래는 「내 삶을 눈물로 채워도」였다.



“간간이 너를 그리워하지만 어쩌다 너를 잊기도 하지(중략) / 내 삶의 전부를 눈물로 채워도 널 기다리면서 살는지 몰라.”



 노래가 끝날 무렵 장내는 온통 울음바다였다. 아가씨도, 나훈아도, 나도 관객도 모두 울었다. 그 노래가 나오면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금쯤 그 아가씨는 완쾌하여 아버지도 만나고 아들딸 낳고 잘 살고 있을까?


 그의 카리스마적인 광풍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언젠가 어느 신문기자가 그와 인터뷰를 했는데 “악사들 말로는 당신이 어찌나 반복하여 힘들게 연습을 하는지 죽을 지경이라고 하는데 트로트 황제가 왜 그리 연습을 많이 합니까?” 라고 묻자 그는

“프로는 연습입니다. 나는 노래를 못하니까 열심히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보통 사람인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35년간 노래를 했어도, 전에 노래한 건 정말 모르고 한 겁니다. 지금도 제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이제 막 알기 시작한답니다. 피나게 연습해야만 특별한 게 나옵니다.”

S그룹 회장의 생일잔치 노래 초대에도 표를 사서 관람하라며 거절하였고, 훈장을 준다던 어느 대통령의 제안도 부담이 되어 노래를 부를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의 열정은 피눈물 나는 노력과 대중 속에서 살려는 겸양에서 나왔지 싶다.



 그의 노래는 대부분이 그의 자작곡이다. 다른 사람을 감동하게 하려면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망각은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고, ‘눈물은 아픔을 씻는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했다. 그러니 그는 시인이고 그의 노랫말은 모두가 아름다운 시다. ‘테스 兄’이라는 신곡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테스’는 ‘소크라테스’였다. “소크라테스 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요?“ 그는 ‘소크라테스’와 의형제르르맺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에게도 한 가지 아쉬운 교만함이 있었다.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의사와 간호사만 칭찬하였고, 세종대왕이라는 훌륭한 왕이 있었는데도, 우리 역사에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는 왕은 없었다며 현 정부를 애써 깎아내렸다. 그리고 우리 고장 장수의 딸인 ‘주논개’를 의거장소인 ‘진주의 ‘논개’라고 표현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그는 지치고 피곤한 국민에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민이라며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는 ‘사내’라는 노래를 합창하자며 ”사내답게 살다가 사내답게 갈 거야“를 부르고 깊은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보름달에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보물을 안고 차오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프로그램이었다.


                                                                      (202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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