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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구연식
작성일 2020-09-30 (수) 11:06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15      
가을이 오는 산사에서
가을이 오는 산사(山寺)에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내일모레는 추석 명절이다. 예년 같으면 추석 준비에 바쁜 날이다. 그런데 오늘은 추석 준비보다는 나의 마음을 비우고 정화하고 싶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분위기가 마음을 바꾸어 정화되지 않을 것 같아 여러 장소를 물색해 보았다. 나 혼자만의 장소와 시간이 허락하는 곳을 물색하던 중, 집에서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인 김제 모악산 기슭에 있는 금산사로 가기로 했다.




금산사 입구 마을로 들어가니 감잎은 모두 떨어지고 작은 주황색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처럼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금산사 입구 무료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놓고 입구로 들어서는데 안내하는 아저씨가 무료입장 여부를 물었다.  경로라고 하니 미심쩍은지 신분증을 요구했다. 신분증을 보더니, 미안한지 아이고 젊으시다면서 들어가시라고 했다. 정문을 지나서 옆 산책길로 들어섰다. 요사이는 어느 절을 가나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연등처럼 길 따라 꽃무릇이 많이도 피어서 기분이 좋다. 꽃무릇(상사화)은 이승에서 맺지 못한 사랑을 저승에서 맺도록 기원한다는 전설이 있다. 아마도 중생들에게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기를 바라면서 심어놓은 것 같다.




계곡 언덕의 산책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사찰 측에서 하는지 공원 관리자가 하는지 길게 자란 풀들을 베느라 온 절이 기계음으로 시끌벅적하다. 숲속 양지녘에는 단풍의 전령인 개옻나무가 한 잎 두 잎 붉게 물들인 잎을 내밀고 단풍이 곧 다가올 거라고 마중을 나와서 웃고 있다. 그늘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서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르려고 계곡물을 바라보고 있다. 계곡물은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 푸라다나스 고엽(枯葉)들이 계곡물에 떨어지니 송사리 떼들이 무슨 먹을 것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일제히 솟구쳐 뛰어오른다. 햇빛에 반짝이는 송사리를 보았는지 작은 물결의 움직임을 보았는지 어느 사이에 백로 한 마리가 물가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긴 목을 내밀고 눈은 껌벅거리지도 않고 송사리가 뛰어 올라오기만 기다리다가 거의 한 시간 만에 송사리 한 마리를 덥석 찍어서 물더니 또 마냥 기다린다. 백로에게 사로잡혀 내가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는지 내가 앉아있는 자리만 빼놓고 낙엽이 수북이 떨어져 있었다.




숲 속 길을 빠져나와 인도로 걸어가니 나의 그림자가 뒤꿈치 속에 숨어 들어가고 있어 시간을 보니 정오가 다되었다. 아직은 겨울이 멀었는데 다람쥐들이 도토리나무를 오르내리면서 도토리를 한 움큼씩 따서 앞발로 움켜쥐고 겨울 식량 창고로 달려간다. 나는 겨울 식량 준비는 고사하고 점심 식사를 하려고 아무리 둘러봐도 가게는 없어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작정하고 물만 두 컵이나 억지로 마셔두었다. 모악산 금산사 일주문(一柱門)에 들어섰다. 어른 셋이 팔을 벌려야 다을 수 있는 기둥이다. 일주문은 일심(一心)을 의미하는 것이다. 신성한 절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로 부산히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단다.




조금 더 올라가니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쯤 되어 보이는 갈참나무가 듬성듬성 제자리에서 그 오랜 세월을 버티고 살아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티끌 같은 불평 따위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겨 다니는 인간을 나무라듯 굽어보고 있었다. 천왕문을 들어서니 입구 오른쪽에 오른손에는 큰 칼, 외손에는 주먹을 불끈 쥔 무섭게 생긴 증장천왕이 노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만물을 소생시키며 중생들의 불만을 해결해 주신단다. 산사의 중추적 신전인 미륵전 앞에 도착하니 나처럼 육신이 멀쩡한 사람은 안 보이고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부추기면서 자녀들이 부처님 앞에 봉양을 드리고 있었다. 어느 장애인은 홀로 목발을 조심스럽게 짚고 돌계단을 올라와서 부처님에게 경배를 드리고 있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육신 멀쩡한 나처럼 옹졸하고 좁은 소견을 하소연하러 절을 찾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파란 하늘이 무섭고 부처님이 나의 속을 꿰뚫어 보시는 것 같아 부끄럽다. 이제야 부처님 뜻을 헤아린 것 같다.




노랗게 익어가는 감나무에서 타인을 위해 아름다움을 주는 고운 마음도 보았다. 꽃무릇의 전설 속에서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망하지 않고 기다리며 착하게 살면 다음 세상에서 이루어짐을 알았다. 고엽(枯葉)에서 한때는 푸르름이 왕성했어도 때가 되면 소리 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재수가 없어 백로의 먹이가 되어도 불평 없이 운명으로 받아드려 죽어 가는 송사리를 보았다. 백로에게서 욕심내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목적을 이루어내는 것을 배웠다. 일주문에서 나와 다른 타인도 나와 같이 고통과 멸시의 냉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다. 갈참나무로부터 주위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내가 한 곳에서 머물며 참고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웠다. 겉은 험상궂고 무서워도 타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음을 증광천왕에서 알았다. 나보다 더 나이 많고 지체부자유자도 눈앞의 삶과 욕심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이라도 덕을 베풀고 현실에 고마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인간이 죽어서 갈 때 입는 옷 수의(壽衣)는 주머니가 없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는 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나는 그간 마음의 주머니를 달고 살아서 바르지 못한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절 입구에서 부처님 계시는 곳까지 오늘 하루는 나에게는 마음을 추스르고 바른 마음으로 자리 잡게 해 주신 부처님의 길이었다. 미물만도 못한 자신을 부처님 앞에 어리석고 경솔했음을 반성하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하루였다.  
                                                                         (20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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