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창임
ㆍ작성일	2020-02-02 (일)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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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332

실컷 놀다가 가자
실컷 놀다가 가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우리 부부는 채널 19번 TV조선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얼마예요>라는 프로그램을 잘 본다. 공감하며 마음껏 웃을 수 있다. 인기 연예인들의 부부간의 성향이 너무도 달라서 속상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티격태격하면서 말다툼까지 한다. 그 사회자(손범수)는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것들을 모두 토해내느라 정신이 없다. 솔직하게 말한 사람은 시청자에게 앤도르핀을 많이 나오게 만든다. 그래서 그분은 그다음 주에도 또 출연한다. 만약에 솔직하지 않은 이야기만 하는 연예인 부부는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 나올 수가 없다.

우리 부부도 그것을 시청하며 티격태격한다. 왜냐하면 그곳에 출연한 분들은 나의 고생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인데도 불평을 한 다. 남편은 그보다 열 배나 더 많이 마음고생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이는 자기 죄를 깨닫기나 했는지 아예 자기를 마음대로 때리란다. 두 손을 합쳐 내 주먹이 들어갈 수 있게 노란 호박꽃처럼 만들어 양쪽 손을 쑥 내민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주먹을 힘껏 쥐고 그 속에 집어넣는다. 어렸을 적에 했던 '죽을 복 살 복'을 한다. 그렇게라도 하면 속이 시원하다. 내가 아무리 세게 넣었다 하더라도 아플 리 없다. 그러면서도 그이는 그 프로가 재미를 주는지 자주 보면서 웃음짓곤 한다.

나는 내가 열심히 일하여 나 자신이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남편은 죽었다 깨어나도 체면이 우선이다. 세 분의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형제자매를 가르치고 결혼시켜야 한다. 친구에게 의리를 잘 지켜야 한다. 조상 잘 섬기고 성당에서 봉사 많이 해야 한다. 그러한 일에는 돈이나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정작 우리가 즐기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본인과 아내의 건강, 자식의 건강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라도 자식에게 관심을 두려고 해도 그것까지 불만인 것 같다. 나는 엄마라서 땅을 팔아서라도 자식에게 건강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사람의 건강은 어릴 때의 건강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우리 생모는 못 기른다고 한다. 양모는 경험이 없으니 낮 동안만 책임을 지고 모든 것을 내가 도맡아야 했다. 나는 수면이 부족하여 어지럼증을 견디면서 출근했다.

어느 날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S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 건강식품인 효소를 계속 복용하면 좋다고 했다. 그것을 복용하니 활기가 조금 생겼는지 그 학교 직원들에게 얼굴이 좋아졌다는 덕담을 자주 듣곤 했다. 나는 우리 아들 셋과 같이 복용하니 건강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나는 시동생 학비를 주려니 내가 쓸 돈이 부족하여 김 교사에게 자주 빌려 쓰곤 했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니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 그 효소가 효과가 있는지 아들들이 활기가 생기고 나도 좋아지는데 생활비만 따지면서 화를 냈다.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먹고 있는 효소 제품을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그래서는 안 되는 줄 알지만. 넷이서 먹으려니 돈이 많이 들어가기는 했다. 아들들이 몸이 약하니 자나 깨나 근심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성당에다 위령 예물을 바쳤으니 차례상 차리기는 낭비이니 차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동생과 자식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기어이 차린단다. 그 일도 나에게는 버겁고 낭비다. 나도 기회가 생긴다면 그 방송에 출연하여 내 속마음을 마음껏 털어 놓았으면 좋겠다.

특별출연으로 나온 유명 소설가 김홍신 박사께서 말하기를 하느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면서 세상을 사는 동안 마음껏 즐기라고 혼자보다는 둘이면 더 즐겁겠다 싶어 짝을 맞추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서로 양보하고 사랑하며 살라고 했다. 그분도 시간이 나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춤 트위스트를 실컷 추면서 인생을 즐긴단다. 바람은 그물을 뚫고 지나간다.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실컷 놀다가 갈 일이다.

(2020.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