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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상섭
ㆍ작성일	2019-12-22 (일)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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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겨울나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사자성어를 통해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로운 해를 기쁨으로 맞이하자는 인사를 한다. 두 말할 필요 없이 기해년(己亥年)의 마무리를 잘하고 다가오는 경자년(庚子年)에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보람을 가꾸자는 인사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가오는 성탄절에는 만복을 누리고 한 해의 정리를 한 뒤 근하신년(謹賀新年)의 새해를 맞이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이 그의 영역을 태백산맥까지 넓혔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곰들도 지금은 겨울잠에 들었을 시절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을 살펴보면 다람쥐, 개구리, 뱀, 거북, 두더지, 박쥐, 고슴도치를 들 수 있고, 이들은 여름 내내 기름기를 보충하고 고요의 꿈나라에서 겨울나기를 하니 일면 부러운 생각도 든다.

겨울엔 눈이 내려 새하얀 천국을 만들고, 우리의 천진한 아이들과 더불어 뛰어다니는 삽살개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성인들에게도 설렘이 이는 낭만의 계절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연말에 온 국민의 보람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으로 겨울나기에 대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고 싶다.

전라북도(全羅北道)를 혹자는 전라복도(全羅福道)라 하기도 한다. 그것은 큰 재난이 없어서 축복받은 도라는 뜻이다. 요즈음 날씨가 포근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겨울은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눈이 내려야 겨울다운 맛이 난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반대급부를 생각하지 않은 편협한 생각일 수도 있다. 날씨가 추우면 난방비며 두툼한 옷차림을 위한 생활비의 증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가난한 사람은 겨울이 더 추운 법이라 하지 않던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으로 주변에 더 춥게 생활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펴볼 때가 지금이다. 그리고 눈이 내리면 천지를 하얗게 뒤덮은 백설의 낭만도 있지만 눈이 녹아 도로가 얼어붙어 교통사고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가? 낭만적인 눈은 재앙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 전라북도는 아직까지는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하늘이 내려주는 축복이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겨울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화재예방이다. 화마는 부주의했을 때 예고 없이 찾아와 엄청난 피해를 준다. 화재사고처럼 무서운 재앙이 또 어디 있겠는가? 작년 한 해 4만 2천 338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하여 재산 피해액만 5천5백9십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사고 중 대형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엄청난 피해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와 국민이 합심하여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피해의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며칠 지나면 근하신년의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영국의 셀리는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았다.』고 했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셸리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Ode to the West Wind)’ 제 5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시이다.

“오, 사나운 서풍이여, 너 산 가을의 숨결이여”로 시작되는 이 시의 제목은 몰라도 “겨울이 오면 봄은 멀지 않으리”라는 유명한 시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읊어 보았을 것이다. 이제 눈 속을 뚫고 노란 웃음을 선사하는 복수초 꽃잎의 찬사를 온 마음으로 반기며 다가올 새봄의 풀꽃 향연을 기다려 볼 알이다.

내 작은 한 손의 온정이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밝힐 등불임을 인식하고 겨울나기에 힘든 이웃은 없는지 찾아볼 이다. 우리 모두 사랑의 열매를 함께 거두는 기해년 한 해를 보람으로 마감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19.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