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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근식
작성일 2020-12-19 (토) 05:58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184      
늦은 변명




늦은 변명
정근식 국민연금공단



일요일 밤늦게 출근을 했다. 직장 일 때문이 아니다. 지난 금요일 얼굴이 붉어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사무실로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그의 자료를 조회한 후 전화를 했다. 부부가 함께 있어 전화기를 돌려가면서 상담을 했다.
지난 주말 문학회 행사장에서였다. 코로나 시국이라 간단한 기념식만 참석하고 나오는데 행사를 주관하는 회장이 지난 번 부탁한 일을 살펴봐 달라는 것이다. 분명 정중한 목소리였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놀라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민연금 상담 부탁을 받았는데, 잊어버리고 연락을 하지 못했던 이유이다.
그에게 국민연금 상담 부탁을 받은 것은 지난달이었다. 그가 신문사 문학공모전에 당선되어 상을 받는 자리에서였다. 나는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했는데, 행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자연히 얘깃거리가 국민연금으로 옮겨갔다. 그의 부부와 함께 있었다. 그는 노령연금 수급자였는데, 아내의 국민연금을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인적사항을 받고 연락해 주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평소 나는 일주일에 한두 명 정도 국민연금 상담을 해 주고 있다. 오늘도 친구가 보험료를 월 45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하여 바로 조치를 해 주었다. 다른 사람처럼 당연히 상담해 주었다고 생각하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런데 행사장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다시 부탁한 것이다. 연락받지 않았냐고 되물으니 아니라는 대답에 많이 미안했다. 나는 평소 잘 잊어버리는 건망증에 미루는 성격이 있다.
그런 성격 탓에 어느 여직원에게도 미안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미안함을 풀지 못했다. 올해 초 가까운 여직원이 부친상을 당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조의금을 보내는 것을 놓쳤다. 평소 경조사만은 꼭 챙겼는데 그녀에게만 그러지를 못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깔깔거리며 농담을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는데 큰 실수를 했다. 무엇이든 때가 있는 법인데, 조의금을 보내는 때를 놓치고 보니 얼굴을 볼 때마다 민망했다. 가끔 얼굴을 볼 때마다 위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국민연금 상담 신청한 그나, 부친상을 당했는데 위로의 말조차 받지 못한 여직원이나 모두 내게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 상담 신청을 했던 그는 내게 인적사항을 문자를 보내고, 독촉 전화까지 했었다. 요즘 바쁜 일이 있긴 했지만 그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그 여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힘든 일인 부친상을 당했는데 조의금은커녕 위로조차 없는 내게 어쩌면 냉혈인간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어머니상을 당했는데, 아주 친한 친구가 연락이 없었다. 분명 친구들이 내 모친상을 문자로 보내고 연락 했다는데, 조의금은커녕 격려 문자 하나 없었다. 그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고 평소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가까운 친구였다. 사정이 있겠지 하며 나 스스로 위로해 보았지만, 섭섭한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어머니를 잘 모셨냐는 문자라도 있었다면 섭섭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친구에게 가졌던 섭섭한 마음만큼 그 여직원도 내게 같은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내가 섭섭함을 준 것 중 하나는 조금 풀었다. 국민연금 상담 신청한 그에게 일요일 늦은 밤에 전화로 설명해 주었고, 다음날 납부한 금액과 연금액을 비교한 자료를 만들어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문자로 보냈다. 그 뒤 상세하게 알려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받았으니 조금은 치유된 것 같다.
그러나, 아직 그 여직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풀지 못했다. 늦었지만 미안함을 풀고 싶다. 이번 주에 연락하여 늦은 조의를 표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 위로가 많이 되지는 않겠지만, 조의금을 보내고 위로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늦은 변명이라도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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