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하광호
ㆍ작성일	2020-06-01 (월)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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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
삶의 여유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어머니를 뵈었다. 미소를 짓고 계셨다. 깨어보니 꿈이었다. 오늘은 고향에 있는 주말농장도 가보고 산소에 가보기로 했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제약받다가 해제되는 날이다. 답답한 가슴이 후련하다. 새벽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테니스코트에 들어서니 마음과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테니스코트야, 고맙다!’ 그동안 지근거리에 두고도 만나지 못했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좋아하는 동호인들도 못 만났으니 삶이 피곤했다. 지금도 생활방역 일환으로 집단으로 모이는 곳은 제약이 따른다. 체육시설 실내는 물론 실외 운동장까지 꽁꽁 닫혀 그동안 접근을 못했다. 이젠 생활방역으로 바뀌고 마스크 쓰고서 운동하지만 그래도 마냥 즐겁다. 인사는 악수대신 라켓으로 부딪치거나, 주먹이나 발로 부딪치곤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삶의 방식도 바뀌었다. 외출도 하지 않았다. 지인의 좋은 소식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계좌이체나 가는 편에 전달하곤 했다. 엊그제 절친한 친구 어머니 애사소식에 송천동 00 장례식장을 찾았다. 입구에는 많은 조화가 즐비하여 자녀들의 성공적인 삶을 보는 것 같았다. 돌아가신 분의 영정사진을 보니 마음이 더욱 애잔했다. 상주를 무슨 말로 위로할까 고심했다. 대화 중에 상주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셨는데 3개월 전부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면회도 안 되고 뵙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너무 허무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요즈음의 현실이니 인정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5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들어있다. 이외 다른 기념일도 많지만 소중한 가정을 돌아볼 수 있는 달이다. KBS 1TV에서 20주년 특집 인간극장 그리운 사람 ‘가족’에서 어머니의 마음을 보았다. 자식은 많이 있으나 멀리 있어 혼자 산다. 허리는 구부러져 생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 자식들한테 전화 오면 그렇게 좋아했다. 자식에 대한 마음을 꾹꾹 누르고 있었나 보다. 품안에 자식이라고 했던가? 그 프로그램을 보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더욱 그립다. 잘못한 일만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화단의 앵두가 붉게 익어가고 지난해 화분에 심은 블루베리와 화단의 장미가 꽃을 피웠다. 화단에 있는 감나무, 자두나무, 대추나무가 어우러져 봄의 향기를 뿜어낸다. 어머니 산소도 들르고 주말농장을 돌아 볼 겸 고향으로 출발했다. 운행 중 라디오를 통해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란 노래가 흘러나왔다. ‘잘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이리저리 살았을 꺼라 착각도 마라. 그래 한 때 삶의 무게 견디지 못해 긴긴 세월 방황 속에 청춘을 묻었다.’ 오늘도 지나간 삶에 대한 아쉬움이 더했다.

이순이 지난 지 몇 해가 되었다. 삶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코자 고심했다. 그렇다. 녹록한 삶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다짐했다. 가정의 달인 5월의 끝자락에 어머니의 은덕을 그려보았다. 삶의 무게를 느꼈다. 고향 선산인 목골에 있는 어머니 묘소를 참배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고마움에 한참을 앉아 묵상했다. ‘어머니, 제가 왔습니다.’ 어머니는 ‘어서 와라. 기쁘게 맞아주셨다.’ 막상 전주로 돌아 오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소슬바람이 불어오니 마음은 더욱 애잔했다.

사람은 평생 세 가지 여유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루는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일 년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요즘 자기를 보는 눈, 남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세 가지 눈을 배우고 있다. 보다 더 좋은 삶을 위해서다.

〈2020.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