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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고안상
작성일 2020-06-18 (목) 18:2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55      
쑥을 보면 생각나는 분
쑥을 보면 생각나는 분

신아문예대학 수필특강 금요반 고안상









 정읍사공원 아양 사랑숲을 오르다가 언덕에서 이제 막 얼굴을 내밀고 올라오는 쑥을 보았다. 쑥을 볼 때마다 오십여 년 전의 고마운 분이 생각난다. 그해 여름, 박 주사 아주머니께서는 무더위에 지쳐있던 나를 쑥즙으로 기운을 되찾게 해 주셨다.

나는 초임 발령을 받고 A교에 부임했다. 집에서 출퇴근하기는 조금 먼 곳이라서 잠은 학교 숙직실에서 자고, 식사는 인근에 있는 가게에서 해야만 했다. 가을에 부임하여 새내기로서 학습지도와 업무처리 요령을 배우면서 차츰 학교생활에 적응해나갔다. 그리고 이듬해 새학기를 맞았다. 자녀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려고 이따금 학부모님들이 찾아오셨다. 부모님들이 어찌나 순수하던지 그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담임이 되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교사로서 하루하루가 새롭고 보람이 느껴져 행복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봄이 가고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그해 여름은 어찌나 무덥던지, 아직은 청춘인 내가 그 무더위에 지쳐 그만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더위는 맹위를 떨치고, 거기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콘크리트 교실과 숙직실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니, 제아무리 젊다지만 도저히 그 무더위를 버틸 수가 없었다.

한낮이 되면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차츰 밥맛을 잃게 되어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숙식을 함께하던 선배와 동료 교사가 많은 걱정을 해주었지만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저 여름방학까지 잘 견디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그 당시 바로 이웃 관사에는 학교 일을 하시는 박 주사 내외분이 살고 계셨다. 박 주사는, 그해 3월 새로 부임하신 김 교장선생님께서 데려 오셨는데 성격이 온화하고 성실한 분이었다. 말없이 학교 일을 어찌나 잘하던지,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선생님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어느 날 아침, 박주사 아주머니께서 ‘고 선생님이 더위를 먹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나에게 쑥즙을 한 사발 갖다 주시는 게 아닌가? 나 같은 사람이 뭐라고 이렇게 정성을 들여 쑥즙을 내주시다니,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했다. 더위에 지쳐있던 나는 아주머니께서 주시는 쑥물 한 대접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마셨다.  그런데 그 맛이 어찌나 쓰던지 도저히 한 번에 들어마시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꾹 참고 고마운 마음으로 마셨다. 그랬더니 정신이 번쩍 들고 답답하기만 하던 가슴속이 차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시는 쑥즙을 그렇게 몇 차례 마시니, 점점 입맛이 돌아오고 기운이 맑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아, 이제 살 것 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쑥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지냈었다. 어쩌다 어머니가 쑥떡이라도 만들어 주시면 맛도 별로이고 잘 씹을 수가 없다며 멀리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찮게만 여기던 쑥이 이렇게 무더위로 지쳐있던 나를 기운 차리게 해 주다니, 참으로 고맙고 신비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며칠 동안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시는 쑥즙으로 예전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게 되자, 나는 아주머니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 뒤로부터 나는 하찮게만 여기던 쑥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알고 보니 쑥은 참으로 우리에게 유익하고 고마운 식물이었다. 특히 쑥은 단군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또 6·25전쟁 직후에는 흉년으로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목숨을 살려낸 고마운 존재가 바로 쑥이었다.

사실 주위에 널려있어 구하기가 어렵지 않은 쑥을 민가에서는 예로부터 주로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이용해왔다. 쑥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의 함량이 많으며, 특히 비타민 A와 C가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 가정에서는 어린 쑥잎으로는 국을 끓여 먹고, 쑥 잎과 멥쌀가루를 반죽하여 절편을 만들어 애용하기도 한다. 이른 봄 이제 마악 언 땅을 뚫고 올라온 햇쑥을 캐다가 멸치와 된장을 알맞게 넣어 끓여낸 쑥국의 상큼함은 우리의 입맛을 되살려주고도 남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정에서 이런 쑥국을 애용하고 즐기는 것 같다.

다 자란 쑥은 독한 맛이 있어 삶아서 하룻밤쯤 물에 담갔다가 먹는 게 좋으며, 말려 두면 1년 내내 먹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여자들이 봄부터 그리도 쑥을 캐는데 정성을 다했던 것 같다. 또 여름철에는 다 자란 쑥으로 불을 피워 모기를 쫓거나, 쑥에 난 흰 털을 긁어모아 인주의 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다만 과유불급이라고 쑥을 너무 과용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하니 그런 점을 유념해야만 할 것 같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때 나에게 도움을 주셨던 고마운 그분들을 잊을 수가 없다. 되돌아보면 그 당시, 나는 박 주사님 내외분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아무것도 해드린 게 없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요즘에도 길가에서나, 시장 좌판에서 할머니들이 다듬는 쑥을 보게 되면 그 시절 박 주사님 내외분이 생각난다. 그분들의 따뜻한 정과 은혜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지금쯤 어디선가 두 분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만을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본다.

                                                             (2020.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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