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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박제철
작성일 2020-05-04 (월) 19:11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5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더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더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금요반 박제철







천당이란 살아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해야 죽어서 가는 곳이고, 지옥이라면 나쁜 일을 많이 한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으로 알고 있다. 천당은 아무 걱정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곳이며, 지옥은 서로 싸우고 아귀다툼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죽어서 가는 것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천당과 지옥이 더 중요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지 않는가? 이승의 천당과 지옥의 원인은 내가 챙기지 못해서 일어나고 그 결과는 마음먹기에 달리지 않나 싶다.



마지막 꽃샘추위가 강풍까지 몰고 왔다. 바람 끝이 제법 매섭지만 왠지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삼례시장엘 갔다. 코로나19에서 해방이라도 된 듯 시장이 활기를 찾았다. 완주군에서 긴급재난 지원금으로 1인당 5만원씩을 주었다는데 그걸 사용하는 모양이다. 시장경제가 곧 살아날 것 같은 마음이다. 시장에 온 손님들의 손에는 상품권이 쥐어졌으며 상품계산도 상품권으로 하고 있다. 아내도 봄나물 등 반찬거리도 사고 예쁘고 앙증맞은 화분도 3개나 샀다.



귀가하여 아내는 반찬거리를 정리했다. 싱싱한 봄나물은 삶아서 냉장고에 넣고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 무국은 큰 냄비에 앉혀 전기레인지에 올려놓기도 했다. 내친김에 운암에 다녀 올 일이 있기에 그길로 차를 몰고 운암으로 달렸다. 막내 동생집에 들러 콩 씨앗을 전해주고 옥정호반 순환도로로 들어섰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다 떨어지고 그 자리엔 싱그런 나뭇잎이 자리 잡고 있어 보기에도 시원스러웠다.



숨겨진 가보고 싶은 곳 10선이라는 국사봉 호반도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요산공원엘 갔다. 임실군에서 심혈을 기우려 만든 공원이다. 꽃잔디가 흐드러지게 피어 벚꽃의 아쉬움을 대신하기도 했다. 꽃밭을 매는 아낙들의 속삭임 속에서도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호수주변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구경하라는 듯 도로는 호반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져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옥정호 순환도로를 따라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다음은 모악산으로 달렸다. 모악산에 도착할 무렵 번개같이 생각이 났다. 전자레인지에 올려놓은 오징어무국이 생각난 것이다. 세 시간여가 지냈으니 다 타버린 것은 물론이고 불이나 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지금까지가 아내와 천당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지옥이다.



집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130에서140으로 달렸다.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제일 컸다. 그러면서도 화재가 났다면 관리실에서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연락할 텐데 연락이 없는 것을 보니 화재까지는 나지 않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위로가 되기도 했다.  별별 생각을 다하며 집에 도착했다. 먼저 5층 우리 집 창문을 바라보았다. 연기가 밖으로 내뿜지 않았다.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현관문을 열고 보니 연기가 자욱했다. 얼른 불을 끄고 냄비를 들어냈다. 타버린 냄비에 물을 붙고 창문을 열었다. 음식물 타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심하게 자극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소뼈로 사골국을 끓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직에 있을 때 화재현장을 자주 간 일이 있다. 시골에서는 할머니들이 소뼈국물, 소위 사골국을 끓이다 화재를 일으키는 예가 종종 있었다. 큰 찜통에 소뼈와 물을 가득 채워 가스 불 위에 올려놓고 경로당에 놀러간다. 그곳에서 소뼈 올려놓고 나온 것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놀다가 화재를 만난다. 소뼈는 다른 것과 달라 소뼈가 타면서 소 기름방울이 안개형태 유증기(油蒸氣)로 변한다. 찜통속의 뜨거운 열기로 유증기에 불이 붙어 큰 화재로 변한다. 그럴 때면 할머니들은 하나같이 ‘내 정신머리 좀 봐!’ 하면서 울부짖었다. 화재조사를 하던 나도 어쩔 줄 모르고 할머니를 위로하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아내와 같이 외출할 때면 최종 점검은 내가 한다. 전깃불이 켜진데는 없는가? 가스는 안전한가? 수돗물 틀어진데는 없는가? 보일러는 문제가 없는가? 창문은 잘 닫혀있는가? 오늘도 확인하고 또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도둑맞으려면 개도 안 짓는다더니 이럴 때를 두고 한 말인가 싶다.



아무리 잘 챙기는 사람도 간혹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한마음으로 그 일이 끝날 때까지 잘 지키고 챙겨야 한다. 천당과 지옥을 오고감도 내가 일심으로 챙기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오늘 하루 짧은 시간이었지만 잠깐의 방심으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하루였다. 나무 위가 생활터전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날이 있다는데 오늘의 나에게 딱 맞는 말인 성싶다.

                                                                  (20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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