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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한성덕
작성일 2020-04-30 (목) 06:07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4      
잠재의식
잠재의식

                                               한성덕







 어느 수요일에 동생과 저녁식사를 했다. 예배시간이 촉박해서 이내 집으로 왔다. 설교를 준비하려고 책상에 앉자마자 동생이 들어왔다. 언젠가 내 설교에서 ‘은혜를 받았다’며, 온 김에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게 아닌가? 기분은 좋았지만 ‘가던 날이 장날’이었다. 그날따라 설교준비가 안 돼 있어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나가라. 거기 앉으라. 저리 비켜나라.’하기가 퍽 난처했다.    

 나는 지금도 설교내용을 노트에 일일이 쓴다. 노트를 펴면 눈치 챈 동생이 얼른 나가리라 했는데 착각이었다. 눈치도 없는 동생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다. 노트 속에 작은 책자가 있고, 그 안에는 설교에 인용하려고 봐둔 좋은 예화가 있었다. 설교 준비는커녕 그 작은 책자마저도 볼 수가 없었다. 안절부절하는 걸 본 동생이 “설교준비도 안 했구먼!”하는 게 아닌가? 정곡을 찔러 황당하고 찔끔했다. 그 사이에 예배시간이 지나 부랴부랴 교회로 들어갔다. 성탄절을 앞두고, 강대상 양쪽에서 집사님 두 분이 그림과 글씨를 붙이고 있었다. 그 핑계로 예배를 안 드릴 생각이었는데 작업을 중단하고 내려와 버렸다.

 그날은, 유난히 별난 수요일이었다. 강대상에 올라갔다. 남녀 정신병자가 양쪽에서 촐랑대며, 아주 산만하게 두리번거렸다. 눈을 부라리며 ‘당장 내려가라!’고 소리치자, 여성이 화들짝 놀라 냅다 괴성을 지르며 들어갔다. 그 광경에, 장로님 중 한 분이 예배를 안 드려도 된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보냈다. 힘을 얻고 재차 소리쳤더니 남자는 피식피식 웃고만 있었다. 아니, 건들건들하면서 되레 장난질이었다. 설교준비는 안 돼 있고, 정신병자는 예배를 망가뜨리며, 모든 교인들은 ‘이 무슨 짓이냐?’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와중에서도 예배에 대한 강박관념이 짓눌렀다. 화가 난 교인들은 투덜거리며 나갔다. ‘나가지 마라!’고 달랬으나 소용없었다. “나가지 말라니까, 왜 나갑니까?” 버럭 소리치자 예배당 천정이 들썩하는 듯했다. 그 외침에 벌떡 일어났다. 식은땀이 나고, 어리벙벙해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꿈이었다. 꿈이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실제 상황이라면 교회에서 당장 쫓겨날 판이다.

 1978년, 총신대학교를 입학하면서 학생회 교육전도사로 부임했다. 그때부터 2017년 조기 은퇴시까지 39년이나 설교를 했다. 지금도 심심찮게 강단에서 외친다. 그 40년 이상을 설교했지만, 강대상 앞에서 허둥대거나 당황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만반의 준비 속에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교를 준비하지 못한 유형의 꿈을 종종 꾼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동의보감을 들여다 보았다. 궐기(厥氣)란 말이 눈에 띄는데, ‘기가 제대로 돌지 못하고 위로 치밀어 오르는 것, 일반적으로 손발이 차고 정신이 흐려지거나 갑자기 정신을 잃고 넘어지는 증상’이라고 했다. 정신이 흐려서 넘어진 적은 없어도 발목이 시리다. 그래서 그 같은 꿈을 꾸는가? 아니면, 어릴 적의 잦은 경기(驚氣) 때문인가? 하여간 현실과 동떨어진 꿈에 몸이 오싹해진다.


 궐기로 인한 여러 현상들이 꿈에서 보인다는 것이다. 궐기가 심장에 머물면 산이나 언덕에서 연기, 폐에 머물면 날아다니거나 쇠붙이로 된 이상한 물건, 간에 머물면 나무나 산림 등이 보인다. 비(婢)에 머물면 구릉지, 큰 연못, 무너진 집, 비바람이 보이고, 신장에 머물면 물에 빠지는 꿈, 방광에 머물면 여행하는 꿈, 위에 머물면 음식을 먹는 꿈이 보인다. 대장에 머물면 들판, 소장에 머물면 복잡한 거리, 쓸개에 머물면 싸우고 송사하며 자살하는 꿈을 꾼다. 성기에 머물면 성교하는 꿈, 목에 머물면 머리를 베는 꿈, 종아리에 머물면 뛰려는데 뛰지 못하는 꿈을 꾼다. 다리와 팔뚝에 머물면 예절을 지키느라 절하는 꿈을 꾸고, 자궁에 머물면 대소변 누는 꿈을 꾼다고 일러주었다.

 평상시, 설교 때문에 당황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설교를 준비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꿈을 종종 꾼다. 일종의 잠재의식인가? ‘이중인격과 같이, 의식이 분열된 경우의 분리의식’을 잠재의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내게서 잠재의식이 떠날 날이 오기나 할까?

                                      (2020. 4. 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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