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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남숙
작성일 2020-04-28 (화) 06:03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2      
환자 둘, 더하기 하나 더
환자 둘, 더하기 하나 더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남숙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말이 이런데 쓰이나 보다.  엎친데 덮친 일을 당했으니 옛 어른들은 어찌 알고 이런 말들을 썼는지 모르겠다.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 불청객(不請客)으로 인해 바깥출입이 제한되어 하루 건너 아이들과 안부전화로만 소통하며 집콕생활도 싫증이 나려든 참에 작은며느리의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서울 올라오실 수 있어요?”  

일주일 내내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던 내가 갑자기 한두 달 동안 방콕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고 바람이라도 쏘일 겸 서울에 올라오라는 줄 알았다.  

“아니, 괜찮다. 남들도 다 견디는데 나도 잘 견디고 있으니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내 대답을 들은 며느리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어머니, 실은 집에 일이 생겼어요. 어머니가 올라오셨으면 해서요.”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 왠지 내 가슴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애써 침착하자 다짐하며 대수롭지 않은 듯 무슨 일이냐 고물었다. 작은 며느리와 큰손녀가 교통사고(交通事故)를 당해 병원에 입원중이라 한다. 깜짝 놀라 말문이 막혔다. 상태를 물으니 아직 검사 중이라 한다. 더 물을 필요도 없었다. 큰 사고가 아니길 바라며 곧장 일어나 고속버스 터미널로 달려가 예매(豫買)를 했다.



전주에서 서울 상봉터미널 행은 하루 3대의 고속버스가 아침6시, 오후2시, 6시 세 번 운행을 한다. 나는 주로 오후2시 버스를 이용한다. 우리 아이들이 상봉터미널 근처로 이사 온 지 5년여가 된다. 작은며느리가 도봉구에 있는 친정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어 신혼집을 상봉동에 마련해 주었다. 첫아이가 생겨나며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시키겠다하여 의정부 신시가지로 옮겼다가 고등학교 진학을 위에 다시 서울로 재입성하며 중랑구에 새집을 마련했다. 내가 서울에서 40여 년을 살았어도 상봉터미널은 시외(市外)버스터미널로만 알고 있어 맨 처음 올라갈 때 동부(東部)터미널 차표를 끊었다. 대합실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며 안내판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상봉터미널이 보였다. 창구에 찾아가 상봉으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 처음으로 상봉행(上峰行) 고속버스를 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구매한 버스표는 분명히 일반(一般)고속버스인데, 내가 타고 있는 이 차는 우등(優等)고속버스가 아닌가, 서울에 도착하여 차액(差額)을 요구할 것 같았다. 그러나 내릴 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내 잘못을 감추고 속이는 것 같아 뒤통수가 따가 왔다. 아이들에게 말도 못하고 맘속으로만 끙끙대고 있었다.



 그 다음 서울행이었다. 버스가 출발하여 얼마쯤 가다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내가 산 버스표는 분명 일반버스요금인데 이 차는 우등고속버스인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어쩐지 불편하다고 말하니 기사는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고속버스 노선을 처음 개설(開設)하는데 있어 조건(條件)이 3대 이상 왕복을 해야 하고, 그 중 한 대는 일반버스로 배차(配車)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봉터미널 노선도 개설절차 조건에 따라 3차례 운행하며 그 중에서 일반버스는 2시배차로 되어있어 우등고속버스지만 일반요금으로 운행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론 맘 놓고 항상 오갈 때 예매를 하는 바람에 맨 앞자리는 나의 전용지정석(專用指定席)이 됐다. 지정석에 앉아 주위 풍광을 맘껏 구경하며 편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부리나케 서둘러 맨 앞자리 지정석에 앉아 있었으나, 오랜만에 나온 나들이지만 평소처럼 도로 주변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며느리와 손녀의 교통사고 상황이 궁금하고 괜히 방정맞게 불길한 생각만 들어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디쯤 오시느냐?”, “몇 시쯤 도착하느냐?” 아들과 전화만 주고받으며 빨리 내 눈으로 확인을 해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수원쯤 지났을까 살짝 졸고 있는데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쾅”하는 소리를 내더니 급정거를 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보니 우리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뒤에서 사고가 났으니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30여 분 만에 사고처리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여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이들의 사고 소식이 궁금했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 밍밍이(말티즈)가 해산일이 다가와 출산(出産)을 도와주실 친정엄마가 계시는 포천 농장에 맡기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끼어든 승용차에 받혀 3중 추돌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자동차 견적이 8백만 원이 넘게 나왔다니 얼마나 큰 사고였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운전하던 며느리는 에어백이 터지는 바람에 얼굴이 찢어지고 온몸은 찰과상과 피멍이 들어 성한 곳이 없었으나, 제 딸이 정신을 잃는 바람에 어미는 제 딸 챙기느라 아픈 줄도 몰랐다고 한다. 아찔한 순간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지만 뼈는 크게 상하지 않았기에 감사하며, 그렇게라도 소식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교통사고는 사망만 아니면 경상(輕傷)이란다,” 걱정하는 아이들을 위로하며 억지 안심을 시키고 있었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덕분에 병원 방문도 금지되어 있으니 두 환자는 병원에 누워있어 보호자도 필요 없지만, 집에 혼자 있는 어린 작은손녀가 걱정되어 나를 올라오게 한 것이다.



우리 집 우환(憂患)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걱정을 가득 안고 잔뜩 긴장한 탓에 내 몸이 이상한 것은 느낄 수 없었다. 저녁 잠자리에 들었으나 왠지 편치 않았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살짝 일어나 거실에 나가 안마의자의 스위치를 켰다. 덜덜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 아들이 묻는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으나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얗게 밤을 지새고 아침 일찍 내 몸 상태를 아들에게 말하며 어제 올라오는 고속도로 버스사고 얘기를 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인 내 아들은 바로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월차를 내어 나를 정형외과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도 모르지만 하반신 마비가 온 것이다, 병원에선 대수롭지 않게 엑스레이를 찍고 치료를 받아보자고 하지만 나의 괴로움은 말 할 수 없었다. 날마다 퇴근 후 엄마를 부축하여 병원 행을 하는 아들을 위해, 나 혼자 다닐 수 있는 가까운 상가 한방병원을 검색하여 나 홀로 간신히 병원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마누라 딸도 모자라 엄마인 나까지 환자(患者)가 된 것이다. 환자 둘 더하기 하나 더인 셈이다.



나는 무던히 참는 편이다. 아무리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 키울 때도 별로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 살았다. 우리 가계부에는 아예 의료비(醫療費)항목은 기록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내 생전 처음 장기간 치료를 받고있다. 한 달 간 하루도 쉬지 않고 치료를 받고 한약을 복용하고 있어 조금은 호전(好轉) 된 듯하지만, 통증은 여전하다. 언제까지 아들과 아픈 며느리에게 나조차 환자로 남아 걱정을 안길 수 는 없었다. 집으로 내려온 나는 여전히 통원치료중인 환자다.


 복무쌍지 화불단행 (福無雙至 禍不單行). 복불중지 화필중래 (福不重至 禍必重來)란 말이 있다. 좋은 일은 거듭 오지 않으나 불행은 언제나 홀로오지 않고 꼭 겹쳐 온다는 뜻이다. 이 말은 겹쳐오는 불행에 대한 한탄(恨歎)이나 자조(自嘲)일 수 있으나 도리어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곧이어 올 또 다른 재앙을 견제(牽制)하고 대비(對備)한다면 큰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역경의 세월이 지나면 더 좋은 일이 올 수 있다는 말일 것 같다. 이번에 겹쳐 온 우리 집의 불행도 감사(感謝)로 끝맺음이 될 것이다.

                                                                     (202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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