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창임
ㆍ작성일	2020-02-03 (월)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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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401

악수
악수

신아문예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김창임

“평화를 빕니다.”는 우리 가톨릭교회에서 늘 교우들에게 하는 덕담이다. 미사 중에는 물론, 어쩌다 교우를 만나도 그런 인사말을 한다.

오늘 미사 중에 신부님과 악수를 하면서 “평화를 빕니다.” 를 하게 되었다. 이게 웬일인가? 마음이 한없이 너그럽고 미소를 늘 얼굴에 간직한 신부님이다. 50대 중반이어서 젊다. 건강은 최상이다. 그런데 손이 차다. 나보다 손이 찬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신부님께서 이같이 손이 찬 이유가 뭘까?

‘아하, 하느님께서 신부님의 손을 만져보고 나더러 ’건강이 괜찮은 편이니 감사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한 것 같다. 한 번도 아니고 미사를 드릴 때마다 그랬었다.

전에 계시던 정상권 스테파노 신부님은 아주 젊은 신부님이다. 족구를 하시는 것을 보면 공이 아주 세게 나간다. 힘센 교우라도 그분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손이 아주 찼던 기억이 난다. 거기다가 미사 중에 나처럼 설사가 나서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힘은 좋은 것 같아도 항상 날씬하셨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해서 그런 것일까?

악수 예절은 여자가 먼저 청하고 어른과 할 때는 어른이 먼저 청해야 한다. 악수하면서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아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살았다. 요즘은 악수할 상황이 많다. 오히려 내가 먼저 챙기는 습관이 몸에 배어버렸다. 항상 느낀 것은 연세가 든 사람들이 손이 더 따뜻하다는 점이다. 아주 부지런하고 활력이 넘치게 사는 젊은 여자들이 오히려 차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너무 긴장하고 착실하게 살다 보니까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문우님들을 만나도 악수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어느 날이었다. 입암 향우회의 연말 부부 모임이 있었다. 몸가짐을 단정하게 하고 갔다. 들어가자 상당히 모여 나를 반겼다. 젊은 시절에는 그냥 몇 분에게만 인사를 하고 빈자리에 가서 살짝 앉는 것이 다반사였다. 나이가 들어서 넉살이 좋아졌는지, 회원들 일일이 찾아가 인사하고 악수를 했다. 회원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한 회원이 나를 보고 의아스럽다며,

“이번 시의원 선거에 나올 계획입니까?”
“예, 한 표 부탁합니다.”

했더니 회원 모두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미사를 하는 중에 나이가 많이 든 어르신이 앉아계신다. 내 옆도 아니고 상당히 떨어진 곳이다. 신사복 차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나는 다가가 악수를 청한다. 내 작은 손이 돈이 들지도 않고 힘도 들지 않는다. 그 어르신은 내가 처음에 악수를 청할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밝아진 것 같다. 나 혼자 마음속으로 흐뭇해하고 있다.

(2020.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