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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진숙
작성일 2019-10-16 (수) 06:45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92      
시장에서 보낸 반나절
시장에서 보낸 반나절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진숙







매일 다니던 수영장이 무슨 행사가 있다며 금, 토 이틀간 주차장에 주차할 수 없다는 안내가 있었다. 교외에 살고 있는 우리 내외는 승용차가 아니면 수영장에 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더욱이 발목을 수술하고 무릎까지도 부실한 남편은 승용차가 본인의 다리나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수영장 가는 것을 포기하고 나는 ‘팥죽’을 사 먹기 위해서 남부시장에 가겠노라고 했다. 한가한 마음으로 늦은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덩달아 남편도 외출 준비를 했다. 어디가려느냐고 묻자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상관마시오.’라며 앞장을 섰다.

집에서 시내버스 정류장까지는 나 혼자 걸으면 10여 분, 같이 걸어가면 30여 분은 족히 걸린다. 친절한 스마트 폰에게 시내버스 도착 시간을 물으니 30여분 뒤에 시내에 나가는 버스가 온다고 알려 주었다.

가다 쉬다를 수십 번 되풀이한 뒤 드디어 버스 승강장에 도착했다. 알려준 대로 곧바로 도착한 버스를 탔다. 버스 속에서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을 가기로 하고 나는 다가교 근방에서 천변 길을 따라 걸어서 ‘남부시장’으로, 남편은 ‘한옥마을’부근에서 내려 그곳을 구경하다 전화로 만나자고 했다.

오랜만에 다가교 아랫길을 걸으니 좋았다. 금요일 늦은 아침나절이라 지나다니는 사람도 드물어 무척 한가했다. 국가도 인정하는 노인이 된지 벌써 몇 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낯선 사람이 ‘할머니’라고 부르면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답게 제법 씩씩하게 걸었다. 가끔 전주천을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고, 물 위에서 자맥질하는 오리떼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서 있기도 했다. 이렇게 나 혼자만의 시간도 소소한 행복 중 하나다. 특별히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가하게 걸으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새 ‘남부시장입니다’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쳔 변을 따라 쭉 걷다가 방향을 바꿔 왼쪽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사방에서 김을 굽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니 내 코가 고소한 냄새를 들여 마시느라 바빴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교당에서 점심 공양을 했었다. 그 날 먹은 김이 얼마나 맛있던지 바로 이곳에서 김을 샀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가다보니 왼쪽에 ‘한옥마을 남부시장야시장’이라고 커다랗게 한옥기와 밑에 쓰여 있었다. ‘아! 이곳을 봐야겠군!’하고 막 입구로 들어섰다. 갑자기 눈에 익숙한 어떤 남자가 바로 내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깜짝 놀라 바라보니 남편이었다. ‘아이고, 깜짝이야!’하고 맞장구를 치며 말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다. 이렇게 동시에 우연히 만나는 일은 정말 있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살면서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있을까?‘하며 오랜 세월을 살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도 천상 찰떡궁합이었다.

남편도 ‘한옥마을’입구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오면서 분명 내가 거기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서로 한 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남부시장’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무엇을 산다기보다는 그냥 재래시장을 구경하며 돌아다니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꼭 남부시장에서 팥죽을 사 먹고 싶었다.

남부시장도 참 많이 변했다. 이제는 현대화가 거의 되어 가는 듯 비나 눈, 바람이 불어도 장을 보는데 큰 지장이 없게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천변에 쭉 늘어서 있는 길거리 상인들은 난장에 나와 있었다. 그 가게들도 비바람을 피하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도 편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드디어 조금 이르지만 점심때가 되었다. 편리한 스마트 폰에게 맛 집을 찾아 달라고 하니 ‘ㅇㅇ분식’이라는 집이 30년 넘게 맛있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있다고 알려주었다. 길 안내까지 부탁하고 어렵지 않게 찾아간 ‘ㅇㅇ분식’은 이미 사람들로 가게 안이 시끌벅적했다. 주방이 밖에서도 훤히 보이게 해 놓아 믿음이 갔다. 시장 안에 있는 음식점이라고 해서 옛날처럼 허름하거나 더러운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구석진 곳에 마침 자리가 비어 어렵게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음식은 당연히 ‘새알 팥죽 두 그릇이요.’라고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자니 여기저기에서 맛있는 소리가 우리의 뱃속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 드디어 뜨끈뜨끈한 팥죽이 커다란 그릇 가득 넘실거릴 만큼 담겨져 나왔다. 사실 남편은 남부시장 부근에 오면 으레 들르는 음식점이 따로 있다. ‘순대국’과 ‘콩나물국밥’을 파는 집이다. 그곳에서 남편은 순대국과 소주 한 병을, 나는 콩나물국밥을 시켜 맛있게 먹고 내가 대리운전수로 차를 끌고 집에 오는 것이 당연한 순서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나에게 양보하기로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남편도 오랜만에 먹어 보는 팥죽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한 그릇을 달게 먹었다.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끊임 없이 손님들이 들락거렸다. 시장에 있는 가게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맛있는 팥죽을 배불리 먹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다시 여기저기 기웃기웃 구경을 했다. 그러다가 한복을 파는 거리가 나와서 구경을 하며 남편에게 개량한복을 한 번 입어 보라며 권하니 싫지 않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여러 번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더니 가게 주인이 권하는 대로 입어 보았다. 내가 남부시장에 온 또 하나의 일은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로 가을에 입을 만한 개량한복을 하나 사주고 싶었다. 물론 남편은 알 리가 없다. 마음에 드는 한복을 입어 보더니 아주 좋아라 했다.

생각지도 않던 한복을 선물로 받고 모처럼 걸어서 시장구경도 하니 남편도 기분이 좋은 듯 앞장서서 걸어가는 뒷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오랜만에 남부시장도 구경하고, 먹고 싶었던 팥죽도 배불리 먹었으니 몸도 마음도 느긋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둘이어서 더 좋았다.

                                                            (20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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