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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길남
작성일 2008-06-13 (금)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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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3634      
미친 소
미친 소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미친 소가 있다. 미국의 소가 광우병에 걸려 미쳤다. 근육이 위축되어 아무 것이나 들이받고 잘 걷거나 서지도 못한다고 한다. 사람이 먹으면 해면처럼 뇌의 조직에 구멍이 뚫리는 치명적인 병이다. 금방 병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20여년이 지나야 병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병균에 의한 것이라면 약으로 치료하고 끓여먹으면 된다. 프리온(prion)이라는 물질이 광우병의 원인인데 동물이나 사람의 뇌에 들어 있는데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입증되었다 한다.

우리나라는 광우병 때문에 미국의 쇠고기수입을 전면 중단하였다. 소의 뼈와 내장, 눈, 골, 혀 등이 광우병의 우려가 더 많은 부위다. 수입해서는 안 되는 부위다. 어린 소보다 30개월 이상 되는 소의 고기가 더 위험하다고 한다. 광우병이 잠잠해지니까 미국이 쇠고기를 사가라고 협상을 요구했다. 몇 년에 걸쳐 협상을 했지만 의견이 맞지 않아 지난 정권까지는 타결을 보지 못했다. 중요 쟁점은 뼈있는 고기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였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 협상을 하였다. 대통령이 미국방문 중에 협정하는 것이 좋으리라 여겼던지 4월 18일에 갑자기 협정을 타결하였다. 지금까지 들어주지 않았던 뼈있는 고기와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도 수입을 허가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얻은 것은 없고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 준 것이다. 이런 협상이 어디 있을까. 미국 내에서 쇠고기 수입 중단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고, FTA 비준에 불리하다고 타결했다는 핑계도 있다. 그것은 그 쪽 사정이다.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남의 형편 보아 주면서 타결해서야 되겠는가.

우선 피해를 입는 계층이 소를 키우는 농민이고 집단 급식하는 학생이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의 소리가 높았다. 며칠 뒤에 청계광장에서 축산농민과 어린 학생들이 모여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자기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평화적인 시위였다. 날마다 인원이 늘어나고 시위는 계속되었다.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는 요구였다. 정부에서는 재협상하려는 반응이 없었다.
촛불 시위는 노동자와 일반시민까지 합세하여 자꾸 커져 갔다. 가족이 유모차를 몰고 참석하기도 했다. 이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몇 만 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시위대가 항의하려고 청와대로 향했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려하니 충돌이 벌어지고 부상자가 생겼다. 경찰이 시위학생을 발로 차고 때리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찍혀 공개되기도 했다. 경찰은 불법시위는 용납하지 않겠다하고 관련자를 연행하였다. 한 때는 격한 몸싸움이 있었고 쇠파이프도 등장하여 부상자를 내기도 했다. 시위대는 폭력시위는 안 된다고 자제하였다. 6월 10일에는 전국 70여 곳에서 70여만 명이 참석하여 평화적 시위를 했다. 청와대 길은 콘테이너 박스로 막혔다.

정부는 재협상이 어려우니까 30개월 이상 소는 수입하지 않는 방법을 미국 정부와 협의하였다. 대통령끼리도 전화로 약속을 했다. 수입업자도 이에 적극 협력하기로 서약서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약속은 지키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추가 협상을 해야만 끝날 것 같다.

국민의 반대가 끈질기고 점점 심해지자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내각이 총 사퇴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협정 한 번 잘 못하고 그 후유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 정권이 국민의 뜻을 너무 몰랐고 밀어붙이면 되는 것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펴겠다고 취임사에서 밝혀 놓고도 말만 앞 세웠지 실지로는 무시해 버리는 꼴이 되었다. 진정한 국민의 뜻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참모나 장관도 없었나 보다.

지금도 국민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들도 재협상만이 해결의 길이라고 외친다. 미국은 재협상은 없다고 발뺌을 한다. 자기 나라에서 먹지 않는 것을 팔기로 하고 자기들은 나 몰라라 하니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잘 못 된 협상은 다시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미국도 페루와 자유무역협정을 다시 한 예가 있다. 우리나라와도 FTA 7개 조항을 추가로 협상한 일이 있지 않던가.

대통령선거 뒤에 80%를 넘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를 밑도는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그 뜻을 잘 받들어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가를 받아들여 난국을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싶다. 국민은 편안하고 잘 살아야 하니까…….
                         ( 2008. 6.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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