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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기춘
작성일 2008-06-13 (금) 14:2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895      
머슴들에게 영혼을
머슴들에게 영혼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나는 어린 시절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머슴을 두었기에 그 머슴들과 잘 어울리며 살았다. 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평생 머슴노릇을 하다 퇴직을 했기 때문에 머슴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편이다. 머슴들이 영혼 없이 긍지와 보람도 못 느끼고 그저 기계와 다를 바 없이 주어진 일만 하고 새경만 챙긴다면 그 집 살림이 잘 될까?
“우리 공무원들에게는 영혼도 없다.”
이 말은 어느 중앙부처 공직자가 이명박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나는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고 나라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더니 요즘 수입쇠고기반대를 이유로 촛불집회가 횃불집회로 변하여 나라꼴이 엉망이 되어 큰 걱정이다. 촛불집회가 단순히 쇠고기수입 때문일까?  어디에선가 읽었던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어떤 사무관의 수기를 잊을 수 없다. 외교관계로 외국의 중요한 인사와 만찬을 하는데 술도 권하면서 한참 음식을 먹다 보니까 음식에서 배추벌레가 기어 다녀 그 외무부 사무관은 심장이 멎을 뻔 했단다.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배추벌레를 음식에 싸서 태연히 먹어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막히고 목구멍이 뜨거워진 적이 있었다.  과연 어느 누가 국익을 위해서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배추벌레를 먹을 사람이 있을까?

어느 누구나 자기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면서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하는 일에 능률도 오르지 않을 뿐더러 매사가 힘들고 재미없이 그저 남들이 사니까 나도 마지못해 사는 희망도 없고 꿈도 없는 생활을 할 것 이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마찬가지로 세상을 살아가거나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사기(士氣)가 중요하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조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요즘 후배 공무원들과 술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선거직들의 하수인이 되든가 아니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저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면 되는 거지 하는 식이고 사명감이나 긍지, 헌신봉사 같은 단어들은 잊은 지 오래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도처에서 남모르게 눈물과 함께 배추벌레를 씹어 먹는 공직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주인들과 특히 주인도 아닌 선거직 들에게  멸시와 푸대접을 받으며, 사기를 잃고 꿈이나 보람과 긍지도 없이 그저 남들이 사니까 마지못해서 사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과연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까?
나라의 주인은 국민들이지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이나 도지사, 시장군수 등 선거직들이 아니다.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들은 자기들이 주인이 아님을 깨닫고 직업공무원들 앞에서 주인행세를 하면서 군림하여 공직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공직은 영원하다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기를 바란다.

생활물가에 MB 딱지만 붙인다고 물가가 그대로 멈추게 될까? 백조가 한가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이려면 보이지 않는 물밑에서 백조의 물갈퀴는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이곳을 거처간 자들이여, 조국은 너를 믿노라.”
미국 육군사관학교에는 이와 같은 표어가 걸려있다고 한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이 한마디에서 대단한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다. 어느 개인도 아니고 조국이 너를 믿는다는 그 말에 얼마나 가슴이 뿌듯할까? 선진국 공무원들은 국민들의 신뢰도도 높지만 본인들의 자긍심들도 대단함을 느꼈다. 공직자들이 긍지와 사명감도 없고 사기가 떨어지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공직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공무원들에게서 빠져나간 영혼을 불어넣어 공직자들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와 지역사회, 국민과 주민들을 위해서 물갈퀴노릇을 하고 배추벌레를 먹는 공직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주인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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