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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학
작성일 2008-06-08 (일) 17:00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4224      
만리장성에서 만난 민들레
                            만리장성에서 만난 민들레
             -2008 중국 텐진 중한문학 포럼 참가기(2)-
                                                                                                                                三溪  金 鶴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중국의 만리장성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그 많은 관광객들은 어쩌라고 그런단 말인가? 남자들이야 만리장성 양쪽 벽에 촘촘히 구멍을 뚫어놓았으니 급하면 그 구멍으로 실례를 해도 되겠지만 여자들은 얼마나 불편하랴. 옛날 만리장성에서 근무하던 병사들이 모두 남성들이어서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게 아닐까? 내가 2008년 5월 16일 중국 하북성 황애연에서 올랐던 만리장성은 확실히 화장실이 없었다.
장성 위에 오르니 일정한 거리마다 누각이 세워져 있었다. 옛날에는 그 누각이 국경을 지키던 지휘관이나 병사들의 전망대였을 텐데, 지금은 기념품을 파는 판매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넓적한 벽돌이나 바위를 깨뜨려 만든 네모진 돌로 차곡차곡 쌓은 게 만리장성이다. 중국의 바람은 오랜 세월 그 만리장성 통로에 흙먼지를 실어 날랐고, 그 흙먼지가 쌓인 곳에서는 아름답게 핀 풀꽃들이 활작 웃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았던 노란 민들레를 비롯하여 앙증맞은 여러 가지 풀꽃들이 이곳까지 올라오느라 수고했다며 우리를 반겨 맞아주었다. 또 조그마한 나비 다섯 마리도 군무(群舞)를 추며 이 꽃 저 꽃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만리장성을 넘어 온 부드러운 봄바람이 내 이마의 땀방울을 식혀주니 기분이 여간 상쾌한 게 아니었다.
그 긴긴 만리장성을 걸어서 모두 답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국으로 떠나기 전 뒷동산 인후공원을 오르내리며 다진 내 체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일정에 쫓기는 단체여행의 일원으로서는 감히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피땀을 흘리거나 때로는 목숨까지 잃으면서 이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인들도 있는데 잘 다듬어진 그 통로를 맨손으로 걸어가면서 힘들어하는 내가 오히려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리장성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나라별로 쌓았던 성을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면서 하나로 연결한 것이라고 한다. 이 공사는 10년 동안 이어졌으며 30만 명의 군사와 수백만 명의 농민들이 징발되었단다. 그 뒤에도 역대 왕조들이 잇따라 개수하였고, 명나라 때에는 200여 년 동안 열여덟 차례나 수축하여 지금의 만리장성이 완성된 것이라고 역사는 전한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지어진 것인데 '팔당령', '모전욕', '사마대' 등이 개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만리장성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단연 '팔당령'인데 이곳은 길이 잘 닦여져 있고 복원상태도 매우 좋다. 그래서 '사통팔달'이란 말도 이곳 '팔당령'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반면 장성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모전욕'과 '사마대'도 점점 널리 알려지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경탄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강줄기 같은 웅장한 장성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 만리장성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흉노족 등 북쪽오랑캐들의 침략을 막으려고 쌓은 성벽이다. 북경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서쪽 감숙성 자위관[甘肅省 嘉峪關]에 이르는 성벽으로서 총 길이가 지도상으로는 약 2,400킬로미터라지만 실제로는 6,700킬로미터에 이른다.
 만리장성에서 통로로 내려오다 보니 어떤 늙수그레한 영감이 왼손엔 든 쓰레기통에 오른손으로 쓰레기를 쓸어 담고 있었다. 만리장성 청소부라고 했다. 그는 올해 예순 살이라는데, 나는 그 청소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 수첩에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했더니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처럼 글자를 그리다시피 하여 지금도 나는 그걸 해독할 수가 없어 아쉽다. 만리장성에 청소부가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니 만리장성이 노인들에게는 좋은 일자리로구나 싶어 부러웠다.
인터넷에서 본 만리장성은 마치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만리장성의 높이는 8.5미터이고 통로의 너비는 5.7~8.5미터로서 말 몇 마리가 동시에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다. 세계7대 불가사의의 하나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만리장성은 성 1미터를 쌓을 때마다 한 사람씩 죽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일꾼들이 죽었겠는가? 만리장성이 중국 사람들의 무덤이라고 한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당시 백성들은 이 성을 쌓노라 얼마나 많은 재산을 세금이란 이름으로 뜯겼고, 사랑하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 그리고 절대자 같은 아이들의 아버지까지 빼앗겼겠는가? 만리장성에 오르니 불현듯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라는 우리네 속담이 떠올랐다.

결혼한 지 며칠 만에 신랑은 만리장성을 쌓는 공사장으로 끌려가고 새색시만 외딴 집에서 혼자 살게 되었다고 한다. 한 번 공사장으로 끌려간 사람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어떤 나그네가 날이 어두워지자 그 새댁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그 나그네는 새댁이 혼자인 걸 알고 수작을 걸었다.
“돌아올 수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정조를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내가 책임질 테니 멀리 도망가서 나와 함께 행복하게 삽시다.”
새댁은 그 나그네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새로 지은 옷 한 벌을 입히고 싶습니다. 옷을 싸 드릴 테니 날이 밝거든 남편을 찾아가 그 옷을 전해 주시고, 그 증표로 편지를 한 장 받아 오세요.”
남편을 생각하는 새댁의 마음이 갸륵하고 또 그리 어렵지 않은 부탁이라 흔쾌히 승낙하고 그 나그네는 그 새댁과 더불어 하룻밤을 즐겼다. 나그네는 아름다운 여인과 평생 같이 살 꿈을 꾸며 공사장을 찾아가서 그녀의 남편을 찾아 면회신청을 했다. 그러자 감독관은,
“그 남편이 옷을 갈아입을 동안 대신 당신이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 있어야 하오.”
밖으로 나온 그 새댁의 남편이 옷 보따리를 풀자 그 보따리 속엔 아내가 눈물로 써 보낸 편지가 들어 있었다.
“당신을 공사장에서 빼내고자 이 옷을 전해준 사내와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이를 허물삼지 않으려면 집으로 오시고, 허물로 여기시려거든 다시 공사장으로 들어가십시오.”
남편은 다리야 날 살려라 하고 한걸음에 집으로 달려가 아내와 더불어 아들딸 낳고 잘 살았다고 한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속담은 그렇게 하여 태어난 것이다.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있었던 일화가 어찌 이 이야기 하나뿐이겠는가? 어쩌면 만리장성을 쌓은 벽돌 숫자만큼이나 눈물겨운 일화가 있을 지도 모른다.

로마는 사람들이 많이 다닐 수 있게 길을 8만 킬로미터나 만들었는데 반해 같은 시대에 중국은 사람들이 다닐 수 없도록 성곽을 만 리(里)나 쌓은 셈이다. 그러니 이것을 어떻게 비교해야 할 것인가. 돌은 세우면 성이 되고 눕히면 길이 된다지만 우리는 모름지기 이 이야기에서 생각의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깨달음 하나쯤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인들의 피땀과 목숨 그리고 눈물과 한숨으로 축조된 만리장성이 지금은 세계인들을 불러들이며 중국을 부자나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인들의 목숨으로 쌓아 올린, 화장실도 없는 만리장성이 오늘날엔 중국인들의 연기 없는 공장이자 풍요로운 살림밑천이 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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