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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길남
작성일 2008-06-06 (금) 06:20
ㆍ추천: 0  ㆍ조회: 4176      
사진 석 장
사진 석 장
                전주 안골 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내가 가지고 있는 석 장의 사진이야말로 나에게는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이 석 장의 사진이 아니었으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의 사진 한 장, 중학교 때의 것 한 장, 그리고 사범학교 때의 사진 한 장 등 석 장뿐이다.

옛날에는 사진이 귀했다. 사진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쉽게 찍을 수도 없었다. 사진 찍을 기회는 소풍갔을 때인데 나는 소풍을 가지 못했다. 도시락을 싸기도 어려웠고, 비용이 없어서 거의 가지 못했다. 소풍날은 농사일을 하는 날이었다. 어머니가 혼자 농사를 지으시므로 내가 도와 드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소풍날이 돌아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계획을 세워 일을 했었다. 일꾼을 사서 하기도 했지만 소풍을 가지 왜 그랬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어려운 가정에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소풍을 가지 못했고 사진도 석 장뿐이다.
기에초등학교 6학년 때 전주 덕진 연못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김제 백구면 난산에서 덕진까지 걸어서 갔었다. 다행히 중간에서 군용트럭이 태워주어 타고 간 기억이 난다. 처음으로 가 본 덕진 연못은 참 아름다웠다. 보트도 타고 잔디밭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놀았다. 그리고 버드나무에 올라가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달랑 한 장인 초등학교 때의 사진이다.

중학교 다닐 때는 전쟁이 치열한지라 우리 생활이 더 어려웠다. 3학년 때 수학여행도 없었고 봄 소풍을 금마 미륵사지로 갔었다. 익산에서 금마까지 선생님들과 같이 걸어서 갔다. 처음으로 미륵사지 탑을 구경하고 안으로 들어가 십자가로 뚫린 통로도 보았다. 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이것이 중학교 때 찍은 유일한 사진이다. 다른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달랑 한 장만 찍었다.  

전주사범학교 때는 수학여행을 경주로 갔는데 나는 따라 가지 못했다. '마지막 수학여행인데…….’속으로 아쉬워하며 농사일을 했었다. 수학여행 때의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을 했을 때 몹시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3학년 봄 소풍은 남고산성으로 갔었다. 그 때 성터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는데 그것이 사범학교 대의 유일한 사진이다. 이들 석 장의 사진은 내 앨범의 첫 장을 장식하여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찍은 사진이고 제일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돌 사진도 찍지 않았다. 그 시절은 넉넉한 집이 아니면 돌 사진을 찍으려는 마음도 없었던 모양이다. 촌에는 사진관도 없었고 도시에서 사진사를 불러다 찍으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관으로 가서 찍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은 사진기가 흔해서 마음대로 찍는다. 집집마다 사람마다 많은 사진이 쌓였다. 오히려 귀찮아하기도 한다. 친구들과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어준다 해도 별로 반가워하는 기색이 없다. 그만큼 사진이 흔하다.

나도 사진기를 세 대나 가지고 있다. 처음은 아시히펜탁스를 사서 사용했고, 두 번째사진기는 대전 액스포 때 샀다. 나머지는 일본 갔을 때 기념으로 사온 것이다. 처음 산 것은 전국과학전에서 특상을 받아 그 상금으로 샀었다. 수동식이지만 값을 많이 주고 사서 자주 사용하였다. 우리 자녀들의 사진을 자주 찍어 주었고 제자들과 친구들 사진도 촬영해 주었다. 지금은 자동식이 편리하므로 장롱지기가 되었다.

사진은 앨범을 만들어 몇 권씩 보관하고 있다. 앨범 보관 장이 따로 정해져 있다. 가끔 꺼내 보고 옛일을 회상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을 보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사진의 가치와 매력이 느껴진다. 그 대신 어린 시절이 허전한 내 앨범은 보잘 것이 없다.

요즈음은 디지털 사진기가 나와 더 쉽고 깨끗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휴대폰으로도 동영상까지 찍을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이 아닌가.

석 장의 사진이야말로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하고 아까운 보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어쨌을까. 그 사진이나마 잘 간직하여 내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뒤돌아보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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