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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8-06-06 (금) 05:26
ㆍ추천: 0  ㆍ조회: 5156      
테사모
테사모
- 나의 테니스 이력서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1970년대 테니스 라켓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멋져 보여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멋 부리기와 운동을 좋아한 나도 언젠가는 테니스를 시작하여 그런 모습을 보여 주리라 각오를 했었다.

때늦은 1982년 45세 때, 이리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있으면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무척 업무가 바쁜 자리였지만 어려움을 무릅쓰고 배웠다. 나무로 만든 한일 라켓을 구입하여 이일여고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았다. 쌓인 업무 탓으로 한 달에 운동장에 몇 번 나가지 못했다. 게임 한 번 안 해보고 군산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테니스를 계속하리라 다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때 조 서장님이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 하자고 하여 골프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남원경찰서장 때 갈비뼈에 금이 가면서까지 골프를 좋아했다. 나도 해보니 어떤 운동보다 매력이 있었다. 연습장의 김 코치가 성의껏 가르쳐주어서 얼마 되지 않아 군산 비행장 필드로 나갔다. 눈 쌓인 필드에서 빨간 공을 날렸던 즐거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2년간 손에서 테니스라켓을 놓아버렸다.

1986년 전북도경 형사계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시 테니스를 계속하였다. 지금 전북은행 본점이 되어버린 집에 살면서 전주종합경기장 코트에서 또 레슨을 받았다. 오 코치가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가르쳐 주었다. 가을이라 코트에 나가서 떨어진 포플러 잎을 비로 쓸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그 때 나와 함께 레슨을 받던 젊은 여자가 있었다. 눈이 유난히 컸던 그 여인은 매일 아침 클로렐라와 우유 한 잔을 건네주었다. 게임 한 번 안 해보고 헤어진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테니스는 계속 하는지…….

그해 처음으로 경찰국 직원들과 전매지청(현 KT&G) 코트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수박 겉핥기였고 이때부터 제대로 맛을 알았다. 1988년 12월 공무원연금공단 코트(현 전북대학교 정문 앞 코앞건물)에서 박성보 등 총경 3명과 눈발이 날리던 날 엉성한 폼으로 가졌던 게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박 총경은 고인이 되었고 또 한 사람은 노환으로 겨우 걸음걸이를 할 정도다. 가는 세월을 거슬러 오는 백발도 공처럼 라켓으로 쳐 상대 코트로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느 직장이나 직원들은 그 직장장이 좋아하는 운동을 따라하기 마련이다. 지휘관에게 점수를 따야 승진과 인사에서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990년도 이 경찰국장이 테니스를 좋아하여 주말이면 서학동 임업시험장 코트로 나가는 바람에 토요일 오후면 그곳이 이동경찰국이 되었다. 나도 굳이 따지자면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경찰국장에게 점수나 좀 따볼까 하고 평소 테니스를 하지도 않던 사람들까지 코트로 나와서 엉성한 폼으로 라켓을 휘두르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아부게임>이라고 이름 지어 놓고 넋두리를 늘어놓아볼까? 우선 테니스실력이 좋은 사람과 경찰국장을 한 조로 편성한다. 강 드라이브나 스매시로 볼을 날리면 ‘나이스 볼’이라고 함성을 지른다. 국장이 친 공이 약간 나인 밖으로 떨어져 아웃이더라도 세이프로 넘겨버린다. 좀 심한 친구는 때리기 좋게 공을 올려주기도 한다. 게임이 끝나고 땀을 닦으면서 쉬는 시간이 아부 참모에겐 절호의 기회다.
“국장님! 처음 전북에 오셨을 때보다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아! 그래요?”
국장의 입이 찢어져 귀밑에 가 닿는 건 당연하다.

나는 다시 효자코트에서 아침 일찍 김성주 코치에게서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인사성이 참 밝은 사람이었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나오면 어느새 보고,
“안녕하세요!”
라고 외친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그때 풍남테니스클럽에 입회하여 지금 까지 계속하고 있다. 이 클럽은 부안변산, 임실 관촌 사선대, 만경고등학교, 직업훈련원, 무주리조트, 남원전매청과 만인의총 코트 등으로 돌아다니면서 월례회를 갖는다.
 
1996년에 테사모(테니스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또 하나의 클럽이 탄생하면서 나는 회장을 맡고 있다. 당시는 전주북부경찰서 김성중 서장과 나 그리고 중학교 교감인 송동기, 부동산 사장 황주하 등 4명이었다. 매주말 게임을 한 뒤 아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화기애애한 모임이다. 군산교육장출신인 한기학과 전주기무사 서정영 과장을 회원으로 영입했다. 구례군 코트에 가서 월례회를 갖고 섬진강가에서 경찰서장 김원길, 산동농협장 이철규가 대접한 물고기 탕을 먹고 지리산 화엄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도 했다. 그날 밤 가요주점에서 술을 마실 때 있었던 일은 차마 공개를 못하겠다. 남원 성원고등학교 코트에서 운동을 하고 구례산동 산수유 꽃 축제를 즐긴 적도 있었다.

한기학 님은 다리부상으로 또 서 과장님은 가정형편상 탈퇴를 하였다. 내  고향후배 안명선과 유원홍이 입회를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큰소리를 치고 술을 많이 마셨던 유원홍이 간암으로 먼저 저승으로 갔다. 그들과 친구인 공태규 님이 입회를 했지만 다리가 아파 휴직을 하고, 황 사장이 교통사고로 게임을 못하게 되었다. 황 사장은 게임은 못해도 코트에는 나오고 저녁식사는 내외가 빠짐없이 참석한다. 총무인 송 교감은 교장이 되었지만 이제 다들 퇴직인사가 되었다. 테니스 모임이지만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친목계라고 해도 탓할 사람은 없으리라.

지난달 25일 획기적이자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현직 경찰관인 전북도경 보안2계장 최철수, 군산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최덕경, 전북경우회 사무처장 구용기 님이 새 회원으로 영입되고 공태규 님이 다시 운동을 하게 되었다. 젊은 피를 수혈한 셈이다. 경찰청코트에서 4개조가 게임을 마치고 목우촌에서 신입회원 환영만찬을 갖고 2차로 노래방을 찾아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었다.

전쟁을 잘 하려면 무기가 좋아야 하듯이 테니스에는 라켓이 중요하다. 내가 지금 쓰는 라켓은 7번째 <윌슨 n code n1>이다. 7개 중 두 개는 내 돈으로 사고 5개는 선물로 받은 것이다. Wilson은 둘째아들이 생일 선물로 사준 것이고, 캐나다에 사는 처조카 딸에게서 선물 받은 HEAD는 지금 막둥이가 사용하고 있다.
 
매월 넷째 토요일에서 셋째 토요일로 바뀐 월례회는 캘린더를 한 장 넘기자마자 기다려지는 날이다. 이달에는 1인당 만 원씩 돈을 걸자고 해서 더 기다려진다. 힘이 덜 드는 게이트볼로 돌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코트에 나갈 수 있는 날까지 테니스는 계속할 생각이다.

테사모 가족들이여! 얼굴의 주름살은 햇볕에 태워버리고, 오는 백발은 라켓으로 공을 스매시하듯 상대 코트로 쳐내 버리면 어떨까.
                                                   [2008.6.4.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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