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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김민환
ㆍ작성일	2008-06-24 (화)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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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스러운 것들
MB스러운 것들

김 민 환(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여고생들이 많이 나온 초기의 촛불 시위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이 <2MB>라는 종이 피켓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영문 이니셜인 MB에 ‘이’씨와 음이 같은 ‘2’를 덧붙인 것이지만 시위꾼들이 말하고자 한 바는 그 이상이다. ‘이명박 정권은 기가바이트시대에 고작 2 메가바이트 정책이나 내놓는 구닥다리 정권’이라는 뜻을 함축한다고 한다. 인터넷 세대의 앙증스럽기 짝이 없는 구호다.

그들은 이명박 정권이 왜 메가바이트 차원이라고 단정한 걸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과 FTA 조약을 빨리 체결해야 하고, 그걸 위해서라면 쇠고기쯤이야 선뜻 양보해도 괜찮다는 산술적 계산법에 얽매어 먹을거리의 안전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 것이 구시대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일을 등한히 한 것도 부정적인 평가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GB시대에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MB수준

여고생들은 아마 쇠고기문제가 나오기 전부터 이명박 정부가 메가바이트스럽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IT니 BT니 하는 것이 21세기에 국운을 가를 것이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을 그들에게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대운하사업 공약은 하나의 시대착오로 느껴졌을 게 뻔하다. 경제를 살리겠다더니 고작 토목공사나 벌이겠다는 것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그들을 비켜갔을 리 없다.

이명박 정부가 기가바이트시대에 메가바이트 차원이라면 이건 분명 예삿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듯이 지금 우리가 사는 시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안착하느냐 아니면 제자리걸음이나 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국면이다. 이러한 때 정부가 시대착오적이라면 큰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만이 아니라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대차 없이 모두 메가바이트스럽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수십만 군중이 거리로 뛰쳐나온 상황에 이르기까지 팔짱만 끼고 있었던 여야 정치인들이야말로 메가바이트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회의원 선거를 마친지 오래인데 아직 국회를 열지도 않고 열 생각도 하지 않으니 한심한 일이다. 여당이야 정부 체면 살피느라 우왕좌왕하는 모양이지만, 눈에 띠는 정책 대안 하나 내놓지 못하고 시위대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야당을 보며 우리는 슬픔이 아닌 절망을 느낀다.

촛불을 든 시민을 친북 좌경으로 몰아세운 주류 언론도 기가바이트시대에 메가바이트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음을 스스로 거증했다. 여전히 악대차(band wagon)를 뒤따르며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도 우리에게 낙담을 안긴다. 촛불시위를 비판한 신문에 광고를 준 광고주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일부 시민도, 그런 행위를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검찰당국도 메가바이트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당이나 언론이 제 구실을 해야

일단 판이 벌어지자 이 기회를 정권타도 국면으로까지 발전시키려는 일부 운동권이나, 그들에 맞서 군복을 입고 나와 빨갱이 타도를 외치는 꼴통보수들은 우리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그들이 외치는 맞고함을 들으며 동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건 참으로 역겨운 일이다.

정년을 맞아 강단을 떠나는 이 시대의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가 마지막 강의에서 강조했듯이, 민주주의를 위한 제도 가운데 대의제 이상으로 효과적인 것도 없다. 정당이나 언론이 제 구실을 해야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한다. 이번의 촛불시위를 계기로 여러 사회 구성요소가 대의제의 정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자문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오래도록 메가바이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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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민환
· 고려대 교수 (1992-현재)
· 전남대 교수 (1981-1992)
·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
· 한국언론학회 회장 역임
· 저서 : <개화기 민족지의 사회사상>
<일제하 문화적 민족주의(역)>
<미군정기 신문의 사회사상>
<한국언론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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