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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기춘
ㆍ작성일	2008-06-20 (금)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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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미소
천사들의 미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땅이 꺼질 듯한 한숨소리, 천당에 가게 해달라는 예수그리스도 교인들의 기도소리, 극락왕생을 비는 불자들, 금방 숨을 거둘 것 같은 부인 옆에서 기사회생을 간절히 바라는 80대노인의 막막한 표정, 초점을 잃은 눈으로 아무런 의식도 없이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 이 광경은 노인요양병원 집중진료실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포기한 환자들은 대개 집으로 옮겨 안방에서 죽음을 맞았으나 요즘은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포기하거나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 노인을 돌봐야할 가족들이 맞벌이를 하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가정에서 모시지 못하고 대부분 노인요양병윈에 모시는 게 예사다.

우리 어머니도 이곳 요양병원에 입원하신지 2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우리 형제 중 다섯째 기옥이의 장남 진용이의 결혼을 앞두고 결혼을 못보고 임종하실 것으로 알고 크게 적정하였는데 병원 의료진들의 각별한 진료와 두 형님들의 간절한 간호로 진용이결혼식도 보고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신랑신부의 행복한 모습도 보셔서 여간 다행스럽지 않았다.
어느 병원이나 병원의 분위기는 항상 무겁고 칙칙하지만 이곳 특히 집중진료실의 분위기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런데 퍽 다행인 것은 이곳에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간병사들은 타고난 천사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어머니는 여덟 형제들 중 세 형제가 직장에서 정년을 마치고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고 쉬고 있어 어머니의 병 수발을 하는데 큰 애로를 느끼지 않지만, 이곳에 입원하신 다른 분들을 보니 노인문제를 단순히 가정에만 책임지게 할 일은 아닌 성싶다.

우리 노인들은 대개 젊어서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잘하여 성혼시키고 노후는 자식들이 전부 책임져 줄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자식들 뒷바라지에 모든 걸 다 바쳤는데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다보니 노인들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노인인구는 급격히 불어나는데도 노인들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특별한 대책이 없어 안타깝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늙기도 설어라 커든 짐조차 지실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정철 시인의 이 시 한 구절을 잘 음미해보고 노인문제에 대한 각별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 몸도 뒤척이지 못하지만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억지소리를 지르는 노인들, 중증치매로 시도 때도 없이 헛소리를 하는 분들, 임종을 앞두고 고통에 겨워 지르는 외마디소리, 자기의 생리작용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들, 노인요양원 집중진료실은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근무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지 않고 민첩하고 다정다감한 손놀림으로 기저귀를 갈아 채우고 몸을 뒤척여주는 모습을 보노라면 타고나지 않고 교육만으로는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잔잔한 미소를 지으면서 처리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형님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사회에 빚과 소금처럼 열심히 일하는 요양병원 근무자들이 좀 더 긍지와 보람을 갖고 더욱 열심히 봉사할 수 있도록 TV 나 각종 언론 또는 사회단체에서 시상제도를 마련하여 이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으면 좋겠다.

집중진료실에서는 거의 매일 임종을 목격하고, 그 유족들의 표정과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인생의 허무와 인간사의 깊은 단면을 보고 나도 20년 뒤면 이런 곳에서 저런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나는 앞으로 가장 가까운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이웃과 친구들은 물론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열심히 봉사하고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