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채선심
ㆍ작성일	2008-08-11 (월) 05:32
ㆍ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130

수필창작 기초반 수료증을 받으며
수필창작 기초과정 수료증을 받으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채선심

그렇게 갈망하던 문학에 입문한지도 한 학기가 훌쩍 지났다. 어렸을 적 학교에 결석을 자주하는 게 너무 싫어 만학을 할 때는 절대로 결석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었다. 그러나 결석과 지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수필창작 기초과정 수료증을 받았다. 내 안에 또 다른 하나의 나이테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사와 더불어 책과 씨름하며 중도하차 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게 대견하다. 지난 학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소녀시절 스산한 가을바람에 붉게 타는 저녁노을이 예뻐 넋을 잃고 바라 보았었다. 그 장면을 표현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 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중학교에서 공부하면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거기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국어를 충실히 공부하면 표현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부족한 표현력 때문에 거기에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 채 더 넓은 세상을 기웃거렸다.

2008년 2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기초반에 등록을 하고도 마음이 놓이지않았다. 정원 3분의 2 미달일 경우 페강할 수 있다기에 많은 조바심도 했었다. 드디어 3월 3일. 나는 제일 먼저 103강의실에 입실하고 수강하기 좋은 1호자리인 우측 앞자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인 10시를 기다리며 자신과의 굳은 약속도 했다.'40년이넘게 접었던 문학의 나래를 활짝 펼치겠노라'고.

이윽고 10시가 되고 많은 분들이 모여 들었다. 첫 시간은 자기 소개로 시작되었다. 가족과 가족의 직업까지 밝히는 장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화려한 전직의 소유자들이었고 말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아 나를 주눅들게 했다. 내 차례가 오고 간단하게 나를 소개했다.
"오수에서온 채선심입니다. 2남 2녀를 두었고 남편은 어설픈 농부고 저는 똑소리 나는 농부입니다."
듣고 있던 반원들이 와그르르 폭소를 터뜨렸다. 나의 어떤 말이 반원들로 하여금 웃음을 터지게 만들었을까 의아했다.
"열네 살 적 문학소녀의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많이 격려해 주십시오."
반원들은 박수로 화답해 주었고, 지금까지도 보잘 것 없는 나의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수업 첫날부터 이상하게 느낀 건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을 찾아 칭찬을 하는 일이었다.
말재주를 보려는것일까? 첫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런데 다음 주 수요일, 또 칭찬을 시작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문학을 공부하는데 왜 남의 칭찬이 필요한지 의아해 준비를 안했다는 핑계로 내 차례는 그냥 지나가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수필론을 읽으면서 칭찬이 왜 필요한가 그 해답을 얻게 되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볼 때 향기나는 수필이 탄생할 수 있는 거라고. 한 학기 동안 이만한 깨달음을 얻는 것만해도 값진 수확이다.

맞이하는 새학기는 좀더 알찬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서 수필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만물을 보면서 표현에 자유로울 수 있도록. 그리고 새학기가 끝나고 나에게 그려지는 또 하나의 나이테를 후회 없이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