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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고재흠
작성일 2008-08-31 (일) 10:22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903      
나라꽃 무궁화
나라꽃 무궁화
전북대학교 평ㅅ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고재흠


                                                                     
오늘은 광복 63주년이 되는 날. 해마다 이날이 되면 나는 독립투사들이 생각나고, 나라꽃 무궁화의 의미를 되새겨보곤 한다. 언제나 광복절 무렵이면 무궁화 꽃이 활짝 핀다. 무궁화가 만발할 때면 유년시절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고향집은 안채와 사랑채가 ㄱ자 방향으로 앉혀 있었다. 그런데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무궁화로 울타리를 치고 중문(中門)을 달았다. 유교를 숭상하는 집안이라 안채와 사랑채 사이에 중문까지 달고 살았던 것이다.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때였다. 아버지께서는 나무를 심을만한 곳에는 모두 무궁화를 심으셨다. 나라꽃을 사랑하는 정성이 지극하신 까닭이다. 특히 큰아버지께서는 독립군자금을 모아 만주를 왕래하며 독립운동단체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그러자 가세는 어려워졌고, 그 소문이 퍼져 일본의 경찰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주재소 순경들은 수시로 찾아와 독성이 많은 무궁화를 왜 이렇게 많이 심었느냐며 캐내라고 권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해방이 되자 우리 집의 무궁화나무도 그 핍박에서 해방이 되었다. 그 무궁화를 애지중지 심고 가꾸시던 아버지는 10여 년 전 87세에 세상을 뜨셨다. 아버지 생전에 심은 그 무궁화나무가 7~80성상을 살아오는 동안 고목이 되었지만, 그 꽃은 나를 알아보는지 고향집을 찾아가면 방긋방긋 웃으며 반겨 준다.
 어린 시절 무궁화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그 탐스러운 무궁화를 갖고 싶었지만 어른들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하였다. 나라를 빼앗아 간 일본인들은 그 무궁화 꽃을 모두 뽑아 버리거나 불을 질러 버렸다. 또 그들은 무궁화를 쳐다보면 독성이 번져 죽을 수도 있다고 겁을 주었다. 악의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덮씌우기를 자행했던 것이다. 그들은 무궁화를 우리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려고 온갖 박해를 다 동원했었다. 그처럼 일본인들이 무궁화를 아무리 탄압해도 우리 국민들은 무궁화를 심고 또 심었다. 무궁화는 우리 겨레의 삶과 애환을 같이한 꽃이기 때문이었다.
나라꽃을 사랑한 한서 남궁억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구한말 독립 운동가요 언론인이며 교육자이던 남궁억 선생은 무궁화를 통한 조국광복운동을 펼치다가 일본 경찰에게 발각되었다. 남궁억 선생은 귀중하게 가꾸고 보급하던 무궁화나무 7천여 그루를 모두 소각당하기도 했었다. ‘무궁화동산’이라는 노래를 지어 학생들에게 가르쳤으며, 벚나무는 활짝 피었다가 지지만 무궁화는 연면히 피며 영원할 것이라고 역설했었다. 남궁억 선생은 그 사건으로 투옥되어 감옥에서 옥사하지 않았던가! 그 ‘무궁화 사건’이 무궁화를 나라의 꽃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무궁화를 화단에 심지도 않는 등 무궁화를 업신여기는 사람이 없지 않아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벚꽃잔치가 많은데 그것은 일본사람들이 무궁화를 뽑아내고 그 자리에 벚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나, 이순신 장군의 대첩지였던 진해에서도 해마다 벚꽃잔치가 크게 열리는 이상야릇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라사랑 무궁화사랑을 주창하다가 목숨까지 바친 애국지사들에게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고장에는 무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다. 젊은 임정엽 완주군수는 얼마 전 무궁화테마식물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13만㎡ 부지에 무궁화 육종포를 설치하고, 무궁화 품종 180종 2만 7천 본을 심는 무궁화테마식물원 및 전시관을 조성하여 국내 제일의 생태관광지로 가꿀 것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 박수를 보낼 일이다.
 또 김제 출신의 ‘무궁화 화가’ 향곡 김진술 씨는 24년 동안 무궁화 그림 6백여 점을 그렸다고 한다. 평소 꽃을 소재로 많은 그림을 그려온 김 화백은 화폭에 무궁화를 담을 정도로 무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쏟고 있다.  
 우리 겨레와 함께 수난을 겪어 온 나라꽃 무궁화를 더욱 사랑하고 잘 가꾸어서 우리 후손들에게도 애국 애족의 마음을 길이길이 전해주면 좋겠다.
                                                   (2008.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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