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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원정
작성일 2008-08-31 (일) 06:00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3360      
바다가 보고 싶어서
바다가 보고 싶어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정원정

                                                             

달력은 8월을 다 넘기려 하고 있네요. 한낮의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하늘의 흰 구름이 어쩐지  쓸쓸해 보입니다. 한 줄기 바람에도 가을은 분명 묻어있네요. 여름 내내 더위로 몸도 마음도 풀어져서, 헝클어진 생각을 어딘가에 담아서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가을을 앞두고 도진 찐한 가슴앓이를 다스려야 했습니다. 지난 27일, 문우 몇 분과 교수님을 따라 먼 곳이 아닌 하룻길의 부안군 위도(蝟島)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배가 정박한 격포에 도착하니 바다 냄새가 코보다는 먼저 가슴을 적셔 주었습니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쉽게 오는 곳을 왜 진즉 한 번도 못 왔을까 싶었습니다. 배는 꾀죄죄한 땟국이 낀 태극기를 뱃머리에 매단 채 어설프게 고동소리를 몇 번 토하더니 서서히 위도를 향해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갈매기들은 배에서 사람들이 던져 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받아먹겠다고 따라 오는데 장관이었습니다. 수십 마리는 되는 듯싶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간만은 세상만사를 다 잊고 있었습니다. 어떤 청년은 무슨 주문을 외우듯 과자를 든 손을 높이 쳐들고 기다렸지만 갈매기가 그 과자를 채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섬들과 등대, 수평선을 가슴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날씨는 좋은 편인데도 멀리 바다 위엔 희끄무레한 수증기로 덮여 있는 듯했습니다. 배는 검푸른 바다를 잘도 밀고 갔습니다.
금세 고슴도치 섬 위도가 눈앞에 보였습니다. 잃어버린 세월이 기억으로 되살아났습니다. 60여 년 전 까마득한 어느 날, 이 바다를 건너 위도를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줄포, 아니면 곰소인지 어느 포구에서 출발했었지요. 무슨 배로 갔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그때 어디쯤에선지  바다 밑에서 하얀 갈치들이 무리지어 노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배의 확성기에서 흘러간 노래가 퍼지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때 위도의 부두 언저리에는 술집인 듯 허름한 집 몇 채가 있었습니다. 산 너머 고갯길에서 학교 아니면 동네를 본 것도 어릿거립니다.

섬이면서도 섬 같지 않은 위도는 지금 뉘 집이나 대문 아니면 벽에 <민박집>이라고 써  붙이고 있었습니다. 잡다한 간판들을 보니 여름 한 철 장사가 잘 되었겠다 싶었습니다. 여름의 뒤끝이라 번잡하지 않은 위도를 우리 일행은 조규열 회장님의 차를 타고 호강하며 해수욕장에도 가보았습니다. 피서객들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고 모정 주변 여기저기에는 과자봉지와 빈 병, 휴지 등 문명의 찌꺼기들이 널브러져 있어 보기 흉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해치는 것은 자연에서 마구 뛰노는 짐승이 아니라 품격을 지켜야할 인간이었습니다. 사람이 다녀 간 뒤가 그토록 지저분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언제 쯤 우리도 민도(民度)가 높아질까요?
 
벤치에 앉아 모래벌판 너머 먼 짙푸른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바다 위로 두 산언덕이 밀고 나온 사이에 수평선이 보였습니다. 모래알이 쌀가루처럼 고왔습니다. 아무 장애물이라곤 없고 물기가 촉촉한 모래바닥에 게들이 자유로이 기어 다니는 게 보였습니다.
수심이 낮은 맑은 물속에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기어이 동료들은 모래톱을 밟고 걸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새끼 게 한 마리를 잡아 언덕으로 올라 와서 다시 놓아 주었지만 마른 모래사장에서 어떻게 제 집을 찾아 갔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 게에게 집을 잘 찾았느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게와 나 사이에는 소통방법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살아야 하니까 홀로 서기를 했을까요? 조 회장은 젊은 날 이 위도초등학교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서 이것저것 그 고을에 대해 설명해 주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점심은 조 회장이 아는 집에서 푸짐한 횟감으로 포식을 했습니다. 그 댁 주인은 수석 수집가였습니다. 기기묘묘한 수석작품들을 구경할 만했습니다. 주인의 집념이 놀라웠습니다.

누구는 몇 년 만에 위도를 왔노라고 햇수를 대니 어느 분은 64년만이라고 했습니다. 내 나이보다 훨씬 아래인 그가 의아스러웠습니다. 내가 62년만인데……. 셈에 해망쩍은 나는 뻥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이란 말을 뒤늦게 알아듣고 이래저래 웃었습니다. 그 분의 장난끼는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점심 뒤에 다시 차로 위도 일주도로를 돌았습니다. 위도는 섬 같지 않은 섬이었습니다. 산에는 듬직한 나무 한 그루 없고 소나무들은 해풍 때문인지 키가 크게 자라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시달리며 사는 사람들처럼 그 나무들도 근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한 겨울 사나운 북풍에 얼마나 시달리면 저럴까 싶어 안쓰러웠습니다.
듬성듬성 잡풀 속에서 흰 상사화가 눈에 띄었지만 사진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붉은 상사화는 자주 보았지만 흰 상사화는 처음이었습니다. 넓은 바다에서 쳐다 본 하늘과 바다는 경외심을 안겨 주었습니다.  돌아올 땐 사람도 차도 배에서 내려 변산의 아름다운 어촌 모항을 거쳐 돌아 왔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이 소개한 박형진 시인이 사는 모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어촌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연인과 함께하면 좋을 성싶은 환상의 해안 길을 그날은 정다운 문우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뒷날 세월은 가도 이 기억은 새록새록 되살아날 것입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추억으로 길어 올려 아름답게 더 요요하게 그려 볼 것입니다. 낮에 써 놓았던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다듬는 동안 마당에서 간간이 풀벌레 소리가 들립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더 애절하게 내 마음을 두드립니다.
                                         (2008.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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