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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강애
ㆍ작성일	2008-07-25 (금)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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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유기그릇
수필과 유기그릇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강애

수필과 유기그릇, 우리는 형제다.
오십년 전, 내가 약혼할 때의 일이 생각난다. 내일이 약혼날인지라 우리 집에서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대청소도 하고 음식을 장만하는 등 집안이 온통 난리였다. 그때는 놋그릇을 썼던 때라 놋그릇을 닦으려고 기왓가루를 지푸라기에 묻혀 정성껏 닦고 또 닦으면 놋그릇은 번쩍번쩍 윤이 나서 참 좋았다. 닦고 나면 손은 엉망으로 망가져 기왓가루 묻은 손은 잘 지워지지 않았다. 나도 열심히 닦았다. 내일 약혼반지를 낄 손가락에 온통 기왓가루가 묻어 지워지지 않았으니 이를 어쩔 것인가.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또 유기그릇에 얽힌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그때는 혼수품으로 재봉틀이 단연 인기였고 그 다음이 놋그릇이었다. 놋그릇도 방짜유기그릇을 제일 알아주었다. 나도 방짜유기그릇 칠첩반상기에 놋대야와 꼭지 달린 놋요강을 가지고 갔었다. 시집간지 4년이 되던 해에 전주 인후동 동초등학교 옆 벽돌담을 친 반 양옥집에서 살 때였다. 년년생인 두 아들이 대문을 열어놓고 나간 사이 우물가에 놓인 놋대야와 놋요강을 누가 가져가 버렸다. 어찌나 허퉁하고 아깝던지 애꿎은 아이들만 야단을 맞았다. 어느 도 선생이 가져 갔는지 지금이라도 돌려주면 좋으련만.

이번 제8회 수필의 날 행사에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했다. 집을 떠나 여행을 간다는 걸 좋아한 나는 수필가들만의 잔치에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즐거운 마음이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했던 자기소개와 노래자랑도 즐거웠고, 이름만 듣던 문우들을 알게 되어 기뻤다. 가다가 먹는 점심, 또 간식 등을 먹으며 어찌나 즐거웠던지 금세 대구에 도착했다.
프린스 호텔 1103호에서 여장을 풀고 5시부터 있을 행사에 참석하려고 전주 행촌수필문학회 회원들 중 특별출연자와 문학단체별 장기자랑팀이 우리 방에서 준비를 했다.

짧은 머리에 쪽을 찌는 일이며 속 눈썹을 붙이고 화장을 진하게 하며, 한복을 입고 나가는데 벌써부터 땀은 나고 쪽찐 머리에 비녀가 빠진다고 야단이지만 평소와 전연 다른 모습이 마치 물찬 제비 같았다. 기생처럼 예쁜 모습이었다. 준비를 만단히 하고 나갔다.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일등이라는 명예와 행촌수필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가는 곳마다 우리팀을 알아보고 칭찬이 이어졌고 사인을 해달라는가 하면 책을 보내 달라고 주소를 써주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도 난 전남 여수에 사는 엄정숙 씨에게 행촌수필 13호 두 권을 보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같은 수필을 쓰는 문인이라서인지 퍽 오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가까워졌다.

이튿날 동화사로 가는 도중 방짜유기박물관을 들렀다. 유기그릇을 대하니 옛날 놋그릇을 쓰던 때의 일들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하였다.

유기그릇은 만드는 과정부터 힘들고 어렵다. 9가지의 과정을 거친다. 용해 및 바둑만들기-네핌질-우김질-냄질-닥침질-제질- 담금질- 벼름질- 가질 등을 거치는 동안 놋쇠의 본래 색이 잘 드러나도록 갈고 닦고 두드려서 하나의 놋그릇이 탄생한다.

수필과 놋그릇은 형제다. 한 편의 수필이 빚어지기까지는 유기그릇 만들 때와 같은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탄생한다. 산고의 고통과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갈고 닦고 두드려서 빛나듯이 나도 앞으로 열심히 갈고 닦아 빛나는 수필을 빚으리라 다짐한다. 저 빛나는 태양도 긴 어둠을 이겨내야 찬란한 아침을 맞듯이 말이다.

어제도 오늘도, 자다가도 수필의 날의 즐거웠던 일, 우리 행촌수필 팀이 불렀던 노래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요내 가슴엔 회망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잊지못할 제8회 수필의 날이었다. "영원하라, 달구벌에서 열린 그 수필의 날 추억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