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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금례
작성일 2008-07-13 (일) 16:20
ㆍ추천: 0  ㆍ조회: 2934      
황혼녘에 찾은 청춘
황혼녘에 찾은 청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금례



폭폭 찌는 폭염 속에 전주 호성동에 사는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오늘 오후에 바쁘세요? 병원에서 늦게까지 할 일이 많은데……. 경빈, 정빈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어머니 집으로 데려가 주시면 좋겠어요.”
“알았다.”
다른 친정어머니들은 하루 종일 손자를 보아준다는데 그것도 봐주지 못하겠는가. 아파트 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을 보니 딸이 바쁘게 사는 모습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도 직장 다니랴, 자식 키우랴, 힘들겠지만 항상 불평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는 딸이 고맙다.

옛날에는 결혼하면 여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자가 직장이 없으면 결혼도 못한다니 세상이 참 많이도 변했다. 외손자들도 개방화·다양화·지식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살아가려니 쉴 틈이 없다. 해가 서산에 걸치자 학원에서 돌아온 두 손자를 데리고 택시에 올랐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친절하셨지만 할아버지의 목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세월은 목소리에도 나이테를 만들었다. 나는 눈을 들어 운전기사를 보았다. 옛날 같으면 세상 짐을 모두 내려놓고 편히 지내야 할 것 나이같았다. 택시에 타는 게 송구스러웠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해맑은 미소를 보니 가정을 이끌어가려고 운전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소일거리로 일하시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침묵을 깨려고 그러는지
“오늘 무척 덥죠? 점심을 먹는데 등골에서 땀이 흘러내리더라고요.”
“힘드시지요? 젊은 사람도 힘든 운전인데 대단하시네요.”
“젊었을 때는 세상모르고 지내다가 이제는 세상구경을 하려고 합니다. 나이 먹었다고 나무그늘 밑에서 부채질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것보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손님이 없으면 노래도 부르고 세상 사람도 만나니 인생 재미에 솔솔 빠져듭니다. 첫손자인가 봐요?”
“예”
“인생의 맛은 막내아들이 낳은 손자를 봐야 참맛을 압니다.”
인고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걸어야하는 유아기·소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를 보낸다. 온갖 애환과 시련을 겪으신 할아버지는 긴긴 인생을 회상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젊은이 못지않게 운전을 잘 하셨다. 헝클어진 인생의 잔가지 덤불이 그려진 모습이 내 머리에서 사라지는 순간 집 앞에 도착하니 아쉬움이 많았다.
“할아버지, 거스름돈은 그냥 두세요.”
미소를 지으며 늦게 내리는 손자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며
“공부 열심히 해라.”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따뜻한 정을 심어주고 붕 소리를 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할아버지의 행복한 웃음에서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문득 ‘청춘’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무릎이 아니라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인생이라는 깊은 샘의 신선함을 이르는 말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선호하는 마음을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20세 청년보다는 60세 인간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

집에 들어와서도 할아버지의 여운이 내 머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나도 10년 뒤까지도 할아버지처럼 청춘으로 살고 싶다. 멋지게 황혼을 보내시는 운전기사 할아버지에게 건강과 행복을 빌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2008년 7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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