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위미앵
ㆍ작성일	2008-08-10 (일)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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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3621

7월의 마지막 밤
7월의 마지막 밤
-2008 무주리조트 아카데미 페스티발에 참석하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위 미 앵

기타 음악에 트레몰로라는 게 있다. 세 손가락에 힘을 빼면서 고르게 기타 줄을 뜯고 엄지손가락은 분산화음으로 반주를 진행하는 방법인데,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균형을 잃지 않을 때 명주실처럼 매끈하고 윤기 있는 음악을 표현 할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이 마음의 평정을 잃으면 그 흔들림은 연못 위의 파문처럼 흔들리게 되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지치고 단조로운 생활의 짐을 내려놓고 싶을 때 떠나는 여행은 그 선택의 방법에 따라 다양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이번에는 대자연 속으로 음악을 초대하는 여행을 선택해 보았다.

무주리조트 아카데미 페스티발은 7월말 일주일 동안 열리는 클래식 음악축제로 6일째 밤에 열리는 교향악축제와 마지막 날 리조트 점핑파크에서 열리는 야외음악회에 참석하였다.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티롤호텔 질레탈 룸은 특별한 공간이었다. 여러 개의 커다란 샹들리제가 드리우는 무대는 마치 연주회장이라기보다는 무도회장을 연상케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공간예술이다. 공간이 주는 질감과 분위기는 음악을 듣고자 하는 마음의 무대를 다르게 준비하기 때문이다. 금난새 지휘로 연주된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의 보헤미안 리듬은 무도회장을 가득 메운 화려한 무희들의 율동을 연상케 하여 음악이 더욱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부드러운 질감이 가슴 저리게 하였고, 음표가 그려낸 장대한 수채화를 따라 상상의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여행의 묘미인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느끼며 시원한 여름밤의 향기를 마음껏 누렸고, 음악회를 마치고 받은 깊은 감명을 주체할 수 없어 정처 없이 밤늦도록 거닐어야만 했다.

푸른 녹음 속에 자리 잡은 야외 음악회장은 리조트 점핑파크로 시원한 스키라인이 보이는 산언덕이었다. 웅장하게 전개되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된 음악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덕유산 자락에 메아리치며 울려 퍼지는 음표들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듯했다. 가만히 숨죽여 듣고 있는 음악은 자연의 숨결과 우리의 숨결을 하나 되게 하였고, 그 만남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게 하였다. 가벼운 산바람이 속삭이듯 스쳐 지나갔다.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에 이르러서는 폴란드 민요 리듬에 맞춰 화려한 의상을 입은 아를르의 여인의 우아한 춤을 만날 수 있었다. 춤을 추는 여인의 우수에 찬 표정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복선이었을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음악 속에서 미지의 세계로 방황하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은 웅장한 궁전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왕의 위엄과 그 행렬을 만나게 했다. 다시 산바람은 리조트 연주회장으로 인도 했고 가슴에 음악을 담았다. 100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소리들은 어울림의 완성이었고 돋보이는 연주였다. 음악은 끝났어도 일어나지 못하는데 갑자기 화려한 불꽃놀이가 머리 위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하늘에서 무지개 색의 별들이 한없이 떨어지는 그 밤을 보내기 아쉬워 친구들과 노천카페에서 오랫동안 떠들어야 했다.

자연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여행에 음악을 초대하여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순간 지나가 버린 음악과 여행은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그 정경을 가슴에 가득 담아 오니 일상으로 돌아가도 매끈하게 트레몰로를 연주하듯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귓가에 머문 음악과 시야를 가득 메운 녹음이 사라지지 않은 일상은 커피 향과 함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가슴 벅찬 2008년 7월의 마지막 밤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