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8-08-07 (목)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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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만 있어도
걸을 수만 있어도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에 생리적 욕구와 안전, 소속, 자기존중,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생명을 유지하는 욕구가 우선이고 점점 위계를 높여 자기의 이상을 실현하는 욕구가 마지막이다. 차츰 더 높은 차원의 성취를 바란다. 많은 재산을 갖고 싶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으며, 건강하게 살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부(富)와 명예 그리고 건강을 모두 갖추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말이 있다.‘재산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은 것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는 말씀이다. 부보다 명예, 명예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명예를 더럽히면서 벌었다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남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올랐더라도 바르게 올라가지 않았다면 누가 존경하겠는가. 또 정당하게 부와 명예를 얻었더라도 내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 아무리 많아도 죽을 때 가지고 가지 못하는 것이 재산이다. 높은 명예도 죽으면 버리고 가야하는 허망한 것이 아닌가.

요즈음은 병이 아주 많아졌다. 의술이 발달하여 옛날에는 발견하지 못한 병이 새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병도 치료법이 나와 고칠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어느 희귀병은 백만 명 중 한 명만 걸린다지 않는가. 아직 치료 방법과 약도 없는 병도 있다. 앞으로 치료방법이 나오겠지만 이런 병에는 걸리지 않아야 상책이다.

먹는 것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이 문제가 되고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친구 중에 뇌졸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한 쪽을 못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더러는 언어 장애가 온 사람도 있다. 절뚝거리며 걷는 것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더 나으려고 재활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성한 내 몸이 고맙기만 하다.

병은 건강관리를 잘 못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다.‘괜찮겠지’하는 마음으로 몸을 함부로 하고 운동을 게을리하다가 갑자기 불행을 맞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먹는 것을 가리며, 운동을 계속하면 될 것을 귀찮아서 하지 않다가 당하게 된다. 체질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자기관리를 잘하면 후천적인 성인병은 걸리지 않는다지 않던가.

선배 몇 분과 남고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싸전다리 근처에서 뇌졸중 후유증으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40대 후반쯤 되는 젊은이를 보았다. 철책을 잡고 겨우 자박거리는 정도였다. 같이 간 선배들은 나이가 80대도 있고 70대 중반이 대부분이었다. 늙은이들도 등산을 한 뒤 활기차게 걷고 있는데 젊은이가 왜 저렇게 중풍을 맞았을까. 부양해야 할 가족은 없는지, 경제사정은 어떤지, 남은 삶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염려를 하면서 지나왔다. 한 선배가 저 사람은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여 그리 되었다고 하였다.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건강을 위해 조심하면서 살았다면 저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인데.

나도 젊어서부터 위가 나빠 고생을 했다. 위 내시경도 여러 번 보았고 약도 많이 먹었다. 지금도 가끔 속이 쓰리고 아프지만 음식을 주의하고 술만 안 먹으면 괜찮다. 위는 마음과 직결된다. 여러 차례 느낀 일인데 걱정거리가 많고 마음 상한 일이 잦으면 나빠진다. 그래서 되도록 마음을 편히 갖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태평하게 생활하니 점점 괜찮아져 지금은 별 탈이 없다. 다른 데는 이상이 없어 건강한 편이다.

의사들이 말하는 건강생활 수칙에 맞는 생활을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며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을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일정을 짜 생활하며 웃고 산다. 그리고 의욕을 가지고 새로 배우는 것도 여러 가지다. 수필창작을 위시하여 문인화는 6년째 하고 있으며 우리가락 풍물도 5년째다. 오래 하다 보니 이제 재미를 느낀다. 잘 시작했다는 생각이다.

바르게 서서 활발하게 걷기만 해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 산다는 것보다 마지막 갈 때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이 노인들의 소망이다. 만약에 혼자 화장실도 못가면서 사는 것을 누가 바라겠는가. 요즘 말로 9988234 하면 얼마나 좋을까.
(2008.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