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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윤
작성일 2008-07-09 (수) 08:19
ㆍ추천: 0  ㆍ조회: 3336      
나의 운전연습
나의 운전 연습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군산에서 전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려면 멀미가 심한 나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특히 군산 터미널까지 가려면 군산 시내를 한 바퀴 돌고 가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든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은 내게 운전연습을 해서 차를 가지고 다니라는 제안을 했다. 그리고선 중고 경차를 사 주었다. 그 경차로 연습을 하던 중, 시누이가 서울로 취직이 되어서 가는 바람에 산 지 얼마 안 된 새 차를 우리에게 팔겠다고 했다. 경차로 전주까지 다니기엔 위험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듣던 차에 잘 된 일이었다. 우리는 남편 차를 팔고 그 돈으로 저렴하게 시누이의 차를 샀다.
기름값이 적게 드는 경차는 남편의 출퇴근용으로 쓰기로 했다. 나는 3년 전에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이 그러하듯 ‘장롱면허’ 소지자였다. “전주에 자주 가고 싶으면 운전연습을 하라.”는 남편의 말에 따라 나의 운전 연습은 시작되었다. 운전 선생님은 바로 남편이었다.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면서 이혼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사이가 나빠질 위험부담이 있었지만 남편은 다행히 화를 내거나 막말을 하진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 하는 줄만 알고, ‘운전 중에 사이가 소원해지는 부부’는 여자가 운전을 어지간히 못했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남편의 불편한 심기를 느꼈다. 막말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도 꽤 신경이 날카로워졌던 것이다.

유난히 겁이 많고 기계치인 나는 면허도 간신히 땄건만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자 여간 긴장 되는 것이 아니었다. 운전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내가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운전연습을 하려니 하루 종일 머리 속엔 운전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게다가 남편의 퇴근시간은 캄캄한 밤이라 더 무서웠고 왜 그리 악천후가 자주 생기는지 몰랐다. 30미터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서도, 와이퍼가 무용지물이 될 만큼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난 ‘행복은 고통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다.
남편이 옆에 없으면 겁이 나서 운전할 생각을 하지 못하던 나는 어느 날, 한 시간쯤 망설이다 차를 가지고 혼자 나가보기로 했다.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기도를 10여분 정도 한 뒤에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이가 덜덜덜 떨렸다. 군산공항까지 몰고 간 뒤 되돌아 올 예정이었던 나는, 가는 길은 순조로웠으나 되돌아오는 길에 차선을 잘 못 들어서는 바람에 모르는 길로 접어들었다. 공장 근처라 화물차들이 마치 날 조롱하듯 에워쌌다. 게다가 연료 표시등은 기름이 없다고 ‘E' 자를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 직진만 한다면 어디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무조건 오른 쪽으로 운전대를 꺾었다.
“군산은 오른쪽으로만 쭉 가면 어디든 다 나와.” 하던 군산 토박이 미용실 아주머니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증명되지도 않은 말을 믿고 가자니 신기하게도 두려움보다는 도전의식이 앞섰다. 그렇게 무섭던 차선 바꾸기도 잘 되고 후진과 회전도 왜 이리 잘 되는지 남편에게 못 보여준 것이 한이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나도 마치 처음부터 운전에 능숙했던 것처럼 운전하여 집까지 무사히 돌아왔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돌아오는 동안 어찌나 내 자신이 기특하던지 저녁에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오늘의 사건에 대해 말했더니 칭찬은 하지 않고 내가 군산 운전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돌아왔다고만 했다. 하여튼 약간의 운전공포는 덜게 된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공포가 남아 있어 복잡한 시내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정말 기분 나쁜 어떤 아저씨 운전자한테 막말을 듣기도 했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아마 “집에서 밥이나 해!”라고 말했을지 모른다. 이탈리아에서는 서툰 여자 운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집에나 가서 파스타나 삶아!” 라고 말이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여성 운전자의 설움은 있기 마련인가보다.

내가 운전을 하게 되면서 장단점이 생겼다. 먼저 장점으로는 많은 짐을 가지고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시간이 절약된 다는 것, 남편의 대리운전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 젊은 사람들이 운전을 못하면 원시인 취급을 했는데 이젠 문명인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단점도 있다. 버스 안에서의 조용한 사색의 시간이 사라졌으며, 운전을 하고 나면 그 스트레스로 인해 살이 한동안 3킬로그램이나 빠지기도 했었다.
운전을 하면서 배운 점도 있다. 운전도 어찌 보면 사람이 사는 이치와 비슷하다는 걸 말이다. 그것을 느낀 것은 안개가 짙게 낀 어느 날이었다. 전주 군산간 자동차 전용도로에는 안개가 자주 낀다. 그런 날에는 한치 앞도 안 보이고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안개가 자욱한 날 내 앞의 차는 경고 등을 켜 주지 않았다.  앞차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정말 불안했다. 그러나 그 차는 옆 차선으로 들어갔고 내 앞의 차에서 경고등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순간 그 경고등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 불빛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나도 경고등을 켰고 내 뒤의 차들도 모두 경고등을 켜고 감속하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마치 하나의 밧줄을 잡고 구덩이를 빠져나가듯 서로 의지하며 도로를 빠져 나왔다.
다른 때는 내가 천천히 간다고 클랙션을 누르던 야속한 운전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동료애마저 느껴졌다. 곧 나는 안전하게 안개 속을 빠져나왔고 내 앞에 환한 세상이 펼쳐졌다. 나는 경고등을 켜고 천천히 가던 운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자동차 뒤에 하트 표시가 되는 등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운전을 할 때 이기적이고 난폭하게 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목숨도 위협한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마구 끼어드는 차나 과속을 하는 차들을 보면 순조롭게 가던 자동차들이 당황하고 짜증스러워 한다. 살아가면서도 이렇게 이기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짜증스럽게 한다. 그러나 운전에 서툰 운전자를 끼워주기도 하고 양보도 하면서 규칙을 지키며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사람이 살아갈 때도 이렇게 더불어 사는 삶이 된다면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하다보면 철학자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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