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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8-07-05 (토) 17:52
ㆍ추천: 0  ㆍ조회: 3314      
이별연습
이별연습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이별은 싫지만 만남은 좋다. 이별이 싫은 것은 만남이 좋은 것과 비례한다. 내가 태어나면서 내 모든 것과의 만남은 시작됐다. 살아갈수록 만남이 좋고 그렇게 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별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모든 것과의 이별이 온다는 것은 철칙이다. 이별은 죽음이다. 그래서 나는 이별 연습만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잉꼬’라는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선거제로 했으면 아마 안 되었을 텐데 가장 연장자라서 감투를 썼다. 회원은 네 부부다. 이름은 잉꼬라는 새가 부부금슬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한때 잉꼬란 이름이 좀 남세스럽다며 바꾸자고 했지만 내 고집으로 그대로 쓰고 있다.

모임 날은 매월 1일이다. 기다려지는 날이고 즐거운 날이라 매월 첫날 기분이 좋으면 그달 내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1일로 정했다. 생각하면 참 잘 정한 것 같다. 일년도 1월 1일부터 시작하니 일 년 내내 기분이 좋고 결국 남은 생애가 마냥 즐거울 것이다. 군산에 살고 있는 회원내외는 전주에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온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성의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또 세 번 전주에서 모이면 다음은 군산으로 간다. 그리고 대천해수욕장이나 목포를 찾기도 한다.

엊그제 7월 1일에는 고산 휴양림으로 갔다. 각자 집에서 장만한 음식과 술에다 총무가 준비한 과일을 푸짐하게 먹고 난 뒤 으레 하는 일은 당연히 고스톱이다. 노래방도 없고 이야기를 하면 정치이야기가 나오는데 볼륨이 높아지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수가 많아 그 운동을 하게 되었다. 8명이 끼어 앉아 함께 하면 무릎 살도 한 번씩 대고 좋지만 여자들은 동전치기를 하고 남자들은 3.5.7.9(3점에 천원)로 치니까 천 상 두 팀으로 나뉜다. 여자들은 1인당 2천원 따기요 남자들은 1만원 잃기로 했다. 여자들은 따서 살림에 보태지만 남자들은 회비로 입금을 한다. 따지자면 1만원을 회비로 더 낸들 살림 못할 바도 아니지만 그 열기는 대단하다.

운동을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약 올리는 재미는 그에 못지않다. 네 사람 중 한 사람이 들어가면 그 사람은 옆 사람 표를 기웃거리며 훈수를 하기 마련이다. 훈수를 못하게 하려고 자리를 바꾼다. 광 팔고 돈을 받았는데 몇 판 지나서 또 달라고 하면 주는 것을 보고 깔깔대고 웃는 재미는 고스톱의 향기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빗나간 덕에 아침 일찍 산책을 했다. 유난히도 까맣게 익은 찌가 많이 달린 벚나무, 은행나무 가로수와 자귀나무 꽃이 상쾌한 아침공기를 맡게 해 주었다. 많은 사람이 투숙할 수 있는 펜션, 공연장, 야외 캠프장, 취사장 등이 설치돼 있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것은 계곡물을 막아 야외풀장을 여러 곳 만들어 어린이 캠프장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신발을 벗고 물속에 발을 디뎌 보니 머리끝까지 시원했다. 시멘트로 된 바닥이 지압을 해주어 촉감이 어찌나 좋던지 혈액순환에 가속이 붙는 듯했다. 비누칠도 안하고 세수를 하는 맛은 어린 시절 고향 냇물에서 느꼈던 그 맛이었다. 하도 시원해서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르고 대중가요 ‘선죽교’를 마음 놓고 큰소리로 불렀다. 사진작가인 회원이 카메라로 찍기에 네 다리를 벌려 포즈를 취했다.

집에 와서 내가 바로 사진을 컴퓨터에 넣어 얼른 보고 싶어 아내더러 촬영을 하라고 했다. 포즈를 취하자 아내가 셔터를 누르고 축대 난간을 밟고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퍽 소리를 듣는 순간 놀래어 반사적으로 어!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일어나지 못하고 엎드려 있고 나는 뛰어 갈 수 없는 위치라서 제일 젊은 회원에게 구원을 청했다. 왼쪽 발이 아프다고 하여 발목을 잡고 돌려도 괜찮아 불행 중 다행이었다. 만일 밑으로 떨어졌으면 얼굴에 중상을 입을 번했다.

냉찜질을 하고 아침밥을 먹고 또 고스톱이 시작되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고스톱 치기에 아주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오후 1시가 되어 철수를 하는데 아내가 걷지를 못했다. 계단 손잡이를 잡고 이층에서 간신히 내려와 자동차까지 10m 는 내가 업었다. 등에 업힌 아내는 43년 만에 업혀본다고 했다. 총각 때 일을 빨리도 계산한 것이 업힌 게 좋았던가 보다. 넘어졌을 때는 회원에게 도와 달라고 했지만 다 나보다 체격이 낳은 회원들이지만 업으라고 하기는 싫었다.  

집에서 가까운 H정형외과로 가서 X-RAY를 찍어보니 왼 발가락 4개 뼈가 부러져 입원을 했다. 부상당한 즉시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은 나와 그 아픔을 참고 고스톱을 친 아내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아프다고 바로 병원을 찾으면 다른 사람까지 피해를 줘 미안하다고 그랬으리라는 아내의 마음을 나는 읽는다. 회원들도 지독한 사람이라고 나무랐지만 칭찬의 말이었지 싶다. 회원에게 내가 잘못해서 부상을 당했다고 자백하고 상해죄로 고발하지 말라고 하니, 담배를 피워 상처부위에서 연기가 나지 않으면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여자들만 있는 병실이라 내가 간병을 하면서 병실에서 함께 잘 수도 없고 아내와 나는 졸지에 별거를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흔히 내가 아프고 말지 배우자가 아픈 꼴은 못 보겠다고 한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다친 것보다는 낫다. 만일 내가 다쳤더라면 판소리, 글공부, 테니스, 등산도 못할 것이니 말이다. 아내는 내가 다친 것보다 자기가 다친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게다. 장남 내외는 나더러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하고 막둥이 내외는 지들이 와서 나를 모시겠다고 했지만 전혀 불편이 없다고 거절했다. 서울 사는 둘째 며느리는 바로 온다고 해서 못 오게 했다. 큰며느리는,
“어머니 휴가 가셨다. 어머니가 부럽다. 휴가비가 생겨야 할 텐데!”
시부모한테서 배운 유머다.

우리의 이별은 어느 한 사람의 죽음에서 온다. 둘이 함께 죽는다면 좋으련만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이별이 올 테니 이별연습이라고 해야겠다. 확실한 것은 이별연습은 아내가 부상하여 하고 있지만 진짜 이별은 내가 먼저 죽어서 해야 된다. 나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
                                              [2008.7.2.수.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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