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961,829
오늘방문 : 482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712
오늘글등록 : 2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165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채선심
작성일 2008-07-01 (화) 09:02
ㆍ추천: 0  ㆍ조회: 3088      
소나무에서 게를 따고
소나무에서 게를 따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채선심




지루하리라 생각되던 장맛비가 적당히 내리다 그치다가 반복된다. 누에치기가 끝나면 좀 한가하리라 했는데 요즘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이틀만 맑은 날이 지속됐으면 씨앗을 모두 심을 수 있는데 오늘도 비가 내렸다. 비가오니 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한 친정어머니를 뵈러 갔다. 사실은 어머니를 뵙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무성하게 자랐을 순천만 갈대밭이 그립기도 했었다.

장대비가 내리는 도로를 승용차로 달리는 건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이 고인 도로를 지날 때면 대형차들이 일으키는 물세례를 받곤 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폭우에도 겁 없이 도로를 질주하는 저 무법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간이 큰 사람들일까? 옆의 소형차들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10분 빨리 가려다 10년 앞서 간다는 말이 빈 말은 아닌 것 같다. 남원 구례사이를 지날 때는 빗줄기가 더욱 강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빗물을 닦아주던 와이퍼마저 멎어 암흑세계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황스러웠다. 빠르게 비상등을 켜고 갓길로 나가 차를 세우고 나가서 와이퍼를 손으로 밀어보았다. 다행이도 큰 고장은 아니었는지 다시 작동되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럴 때는 무의식적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가 뇌어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옷이 젖어 의자에 않기도 거북스러웠다. 내 꼴을 보니 흡사 비 맞은 닭 꼬리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한기마저 느껴졌다. 히터를 틀수밖에 없었다.
운전 4년여 동안 와이퍼가 멎어보기도 처음이며, 6월에 난방을 하고 운전하기도 처음이다. 빨리 옷을 말리려고 난방을 강하게 틀었더니 땀이 나서 옷이 더 젖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오지 말 걸’하는 후회도 했지만 이미 늦었다. 만약 와이퍼가 아주 멈추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할수록 아슬아슬했다.

친정에 도착했을 때는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도 약해지고 어머니도 많이 편찮으신 것 같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얼굴에 깊이 잡힌 주름살이 나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시옷에 학처럼 고우셨던 그 자태는 어디에 두셨을까? 아버님께 가실 때 곱게 보이시려고 깊게 간직하고 계시는가.
어머니에게 오랜만에 갈대밭 구경을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집에 계시는 게 편하다고 가지 않겠단다. 둘째형부와 우리 4남매만 투망을 준비하고 바닷가로 나갔다. 내가 친정에 가는 날은 가까이 사는 형제들이 모인다. 비가 온 뒤라서 그런지 비릿한 갯내가 한결 약하게 풍겨서 좋았다. 갈대도 한층 더 짙푸른 색으로 단장하고 2년 전에 찾았을 때와 변함없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이처럼 곧고 청순한 갈대를 왜 변절한 여인에게 비유하는지? 그것은 갈대를 모독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갈대에게 귀와 입이 있었다면 나만큼 곧고 꿋꿋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노발대발 했으리라. 나는 잠깐 갈대밭 어귀, 이제 갓 조성 된 듯한 공원 벤치에 앉아 갈대들의 속삭임을 엿들으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이상한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도 없는데 갈대가 스륵스륵 미세하게 움직이는 게 아닌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거짓말 같은 사실들이 갈대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발이 빨간 게 들이 갈대로 올라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양 갈대 잎을 타고 이 나무 저 나무로 건너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형부도 그 진풍경을 처음 보았는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순천만에서 낳아서 자라는 스물네 해 동안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다. 순천만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니 저 게들도 알아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일까?
게가 곡예를 하는 곳은 갈대뿐이 아니었다. 게의 움직임을 주시해보니 뭍으로 올라와 공원의 소나무에까지 올라가 가지마다 붙어 있었다. 게가 뻘 속 깊이 구멍을 파고 사는 동물인데 왜 나무위로 올라갔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그곳에서 자랄 때는 게를 잡으려면 뻘 속 깊이 구멍으로 손을 넣어도 잡지 못하고 놓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은 뻘 속에서 구멍을 파지 않고도 쉽게 잡을 수 있어 좋았다.
넓디넓은 갈대밭 전체에 갈대 열매처럼 주저리주저리 매달려있는 게를 보고 잡아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소나무 가지마다 찰싹 달라붙은 게가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아 공원을 조성할 때 나무를 심고 받혀놓은 대나무를 빼서 소나무에 붙은 게를 털어내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곳에서 동식물을 채취하는 사람은 100만 원의 벌금을 내야한다며 형부가 핀잔을 주었다. 나무로 만들어 놓은 긴~다리를 건너가는 동안 내내 게가 갈대 위에서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이 그들의 국경일이기라도 했을까, 아니면 구멍에만 있기가 하 답답해 좀더 넓은 세상구경을 나온 것일까?
오늘은 장대비를 맞고 가슴 조이며 운전하고 온 보람이 있는 날이다. 소나무에서 솔방울이 아닌 게를 따고 부모 형제간의 정도 나누었으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이 어디 있으랴. 앞으로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종종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다.      
                             (2008. 6. 28.)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시누 박남영 2008-09-19 2743
발칙한 상상 구미영 2008-09-19 3105
발가락 이야기 김상권 2008-09-18 2897
의좋은 세 자매 김길남 2008-09-17 3179
딸에게 온 편지 하미옥 2008-09-17 2583
다시 찾은 대아수목원 채선심 2008-09-15 2639
달덩이 같은 호박 공순혜 2008-09-14 2789
추억의 소리, 감동의 소리 위미앵 2008-09-12 2617
속빈 여자 최정순 2008-09-12 3026
가을의 문턱에서 이의 2008-09-10 2516
적성강 정장영 2008-09-10 3295
한 방에서 잠을 잔 4부자 내외 이수홍 2008-09-09 2907
과자 먹는 갈매기 이수홍 2008-09-09 2872
자장면, 그 먹고 싶었던 음식 김길남 2008-09-08 3296
최고보다 더 아름다운 최선 [2] 정영권 2008-09-08 2634
가을이 오는 소리 공순혜 2008-09-07 2718
초상화를 그려주는 세탁소 임인숙 2008-09-07 2778
수필농사 김상권 2008-09-07 2672
새만금사업은 우리의 생명선 서득룡 2008-09-06 2801
우리 집의 여름피서 오귀례 2008-09-06 2972
1,,,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