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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8-06-27 (금) 15:54
ㆍ추천: 0  ㆍ조회: 3482      
역지사지
역지사지(易地思之)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역지사지란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한다는 말이다.
내가 1971년 군산경찰서 수사과 기지촌담당팀장으로 근무할 때 상사인 金과장님이 이 말을 잘 썼다. 그분은 독실한 기독교신자로서 장로란 직분을 가진 분이었다. 그분이 이 말을 자주 써서가 아니라 생각할수록 이치에 맞고 깊은 철학이 담긴 말이다.

누구나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성품이 다른 여러 상사를 모시게 된다. 그분과 나는 아는 사이였지만 수직으로 함께 근무하기는 처음이었다. 어느 직장에서나 전입을 하면 신고조로 상사와 동료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다음에 고참들이 신입사원을 위하여 회식자리를 만든다. 상사가 새로 부임한 부하에게 단독으로 밥을 사주는 일은 흔치않다. 그런데 내가 그때 경찰국에서 파견된 팀장으로 어렵게 지낸 것을 알고 나에게 위로의 밥을 사준 분이었다. 그래서 그분은 역지사지란 말을 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9년 뒤 이리경찰서, 또 6년 뒤 전주경찰서에서 그분을 서장으로 모셨다. 그때도 역시 ‘역지사지’란 말을 자주 사용하였다. 사용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몸소 그걸 실천하는데도 앞장섰다. 결재서류를 들고 가면 항시 성경책이 앞에 놓여 있었다.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주고 꼼꼼히 챙기지만 편하게 사인을 하셨다. 결재를 받는 사람의 입장이 된 것이다. 결재서류를 앞에 둔 상사들이 어디 다 그렇던가? 안 해도 될 부분을 지적하고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이도 있었다.  

10년 뒤 그분과 이웃 아파트에 살면서 매일 아침 학교운동장에서 또 만나게 되었다. 나와는 수천 겁(怯)의 인연이지 싶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보이지 않아 나는 그분이 해외여행이라도 간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역지사지’란 말이 전광석화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그렇게 역지사지를 잘 실천했던 분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우선 아내와 자식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던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애석하고 가슴이 아팠다.

조선이 낳은 명필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을 때 부인이 세상을 떴다. 험한 육로와 뱃길 때문에 부음이 그에게 전해진 것은 사망한 지 한 달 뒤였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 속에서도 추사 선생은 아내의 영전에 시를 지어 바쳤다.

配所輓妻喪(배소만처상)
那將月老訟冥司(나장월로송명사) 월로시여 염라대왕께 소원하나 빌어주오.
來世夫妻易地爲(내세부처역지위) 내세에는 우리 부부 서로 바뀌어 태어나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천리 밖에서 내가 죽고 그대 살아서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이 마음 이 서러움 알게 했으면.

그 슬픔이 오죽했으면, 내가 죽을 테니 그대가 살아서 지금의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절규했을까. 추사의 눈물 속에서 역지사지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다.

요즘 시국이 크게 어지러워 걱정이다. 쇠고기수입문제로 한 달 간이나 촛불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운수노조가 파업하여 부산항이 마비되었다고 한다. MB대통령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취임한지 불과 100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잘못한다고 욕설을 퍼붓는 사람들이 많다. 좋다고 표를 줄 때는 언제고 욕을 하는 것은 또 언젠가. 그러다가 나랏일이 잘 못되면 손해 보는 것은 모든 국민이다.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풀릴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정답은 역지사지다. 역지사지하면 풀릴 것이다. 미국과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민, 여당과 야당, 사용자와 노동자, 시위대와 진압부대가 모두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해결될 것이리라 생각한다. 부부, 부자, 형제자매, 친인척, 사제, 동창, 상사와 부하, 사장과 사원, 친구, 애인,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모두 역지사지하면 어려운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컴퓨터 인터넷 이메일을 하면서 성명관리에 꼭 ‘易地思之’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야겠다고 하면서 행여 그러지 않을까봐 그렇게 하고 있다.  늘 잊지 않고 삶의 철학으로 삼고 살려고 한다. 우선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실천하리라. 30분 뒤면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다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 늦지 않게 서둘러 나가야겠다.
                                                 [2008.6.19.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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