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6,052,432
오늘방문 : 3401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836
오늘글등록 : 2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486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최윤
작성일 2008-10-10 (금) 14:15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934      
맏며느리
맏며느리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1남 1녀 중 장남인 남편을 만났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맏며느리가 되었다. 요즘은 자녀수가 적어서 거의 맏며느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옛날처럼 맏며느리가 되기 싫어서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남편의 장남으로서의 의무감 같은 것이 조선시대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사촌동생들까지 합쳐 4남매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서 친형제나 다름없으니 4남매 중 장남이라고 유독 강조했었다.
동갑내기 부부라 친구처럼 서로 만만하게 굴던 우리였지만, 남편은 시댁에만 가면 얼굴이 180도 변한다. 전형적인 장남으로서 근엄하고도 중후한 얼굴로 변신을 하는 것이다. 내가 손이라도 잡으려고 하면 뿌리치고, 말도 안하고, 동생들이 자유롭게 지내고 있을 때도 무언가 할일이 없나 하면서 혼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런 형과 오빠를 동생들은 동경과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남편은 자기보다 한두 살 적은 이미 서른이 다 된 동생들을 어린 아이 돌보듯 챙긴다.

친정에서의 나의 서열은 중간이다. 위 형제와 아래 형제에게 치여서 적당히 타협하기도 잘 하고,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런 중간 서열의 아이가 갖는 전형적인 성격을 가졌다. 게다가 바로 밑 동생과 네 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막내 노릇을 오래 해서인지 어떻게 보면 동생보다 더 어리광을 부리며 자랐기 때문에, 주도성이 있고 인내심이 강한 장녀의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남편과 나는 서로 생각이 다를 때가 많다. 남편은 내가 제멋대로의 성격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난 남편이 요즘 세대답지 않게 너무 완고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 지독한 감기에 시달렸다. 하지만 수원 도련님 집에서 작은 아버지 제사가 있기 때문에 가야했다. 내 귀에선 시댁 어른들의 말씀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S(도련님 이름)가 이사도 하고 했으니 꼭 올라가서 보고 오고, 제사도 지내고 오너라.”
몸은 천근만근이었으나 마음이 편하려면 가야 했다. 겨우 몸을 일으켜 수원으로 올라갔다. 결혼 전에는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나는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가서 내 살림도 아니면서 그릇을 찾아 제사 음식을 담아 제사상도 차리고, 어린 사촌 동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치레도 하고, 시부모님이 안 계신 제사를 처음 지내는 터라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의논해 가며 제사를 지냈다. 남편이 주도하는 약간은 어설픈 제사였지만 무사히 끝마쳐 뿌듯했다.
사실, 남편이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에 너무 눌려 있는 것 같아 보일 때, 그리고 그 책임감을 내게도 지우려 할 때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너희는 큰애들이니까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말도 또, 동생들의 ‘오빠니까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말들이 부담스러워 부정하려 했지만 제사를 지내면서 ‘난 이집의 맏며느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후덕한 인상을 가진 여성을 이르는 말로 ‘맏며느리 감’ 이라는 말을 한다.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요즘 여자들은 이 말을 들으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예전엔 분명 좋은 의미로 쓰였다. ‘맏며느리’ 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맏며느리-명사. 맏아들의 아내.’라고만 쓰여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다가 내가 더 의미를 부여했다.  ‘맏며느리-명사. 인내심이 있어야 하고 마음이 넓으며 지혜롭고 부지런해야 하는 며느리를 이르는 말.’ 이라고. 아마도 옛날엔 이런 장점들을 갖춘 여성들을 칭찬할 때 ‘맏며느리 감’이라고 칭찬했을 것이다. 옛날처럼 시부모님을 모시고, 시동생들을 거두며, 여러 차례의 집안 제사도 지내야 하고, 곳간 열쇠도 가지고 살림도 하며, 아랫사람들도 부렸을, 그 집안의 화목을 이루는 역할이 곧 맏며느리의 몫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 모든 게 미숙한 새내기 맏며느리다. 그러나 이젠 서른 해 가까이 지켰던 중간 서열 역할에서 벗어나 맏이의 역할을 배워야 할 때인 것 같다. 난 아직도 몹시 어설프다. 도련님도 어설픈 행동을 잘 하는 나를 보고 싱긋 웃을 때가 많다. 어머니도 나를 야무지지 못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밥을 먹을 때, 동생들은 부모님 다음으로 내 수저를 먼저 챙겨 주고 첫 기도문은 내가 읽게 하고, 제사 때 조상님께 분향할 때도 부모님과 남편 다음으로 내가 제일 먼저 나간다. 이런 대우 속에 맏며느리인 나를 믿고 아끼는 식구들의 마음이 들어있다.

난 맏며느리다. 어쩔 땐 부담감에 부정하고도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장남과 결혼했고, 그것은 내 선택이었으니까. 그러나 너무 부담을 갖거나 마냥 희생만하는 그런 맏며느리는 되지 않겠다.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므로. 옛날의 맏며느리와 요즘의 맏며느리를 잘 퓨전(fusion)화 시키는 것은 바로 내가 이뤄야 할 나의 당면 과제다.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어쩌다 수필이 이렇게 되었을까 김학 2009-01-12 2334
소의 해를 맞으며 이기택 2009-01-11 2674
빚도 아닌 빚을 짓고 가신 할머니 나인강 2009-01-11 2636
고 최선옥 수필가 추모의 글 김학 2009-01-10 2439
웃기는 여자 최윤 2009-01-09 2347
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양희선 2009-01-09 3019
복권은 아무나 당첨되나 [91] 유은희 2009-01-05 2786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채선심 2009-01-05 2278
나의 생각하는 의자, 무등산 새인봉 문선경 2009-01-03 2638
2008 우리 집 10대 뉴스 석인수 2009-01-03 2275
몽키 폿 트리 신기정 2009-01-03 2465
우순풍조눈 옛날인가 김정길 2009-01-01 2507
첫눈 내리는 새벽길 오귀례 2008-12-31 2219
고희의 문턱에서 맞는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최준강 2008-12-31 2528
여인들이 가문을 빛내 준 2008년 이광우 2008-12-31 2547
수필과의 만남 김상권 2008-12-31 2358
2008년 우리 집 10대 뉴스 정원정 2008-12-31 2594
닐니리야 이금영 2008-12-30 2990
도시락 신기정 2008-12-29 2613
간호사의 송년 은종삼 2008-12-29 2435
1,,,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6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