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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박남영
작성일 2008-09-19 (금) 17:35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749      
시누
시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백남영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떠나기 아쉬워서일까 아니면 땀흘려 일하는 농부들에게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일까? 아침 저녁으론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도 연일 30도를 웃도는 날씨를 보면 여름이 아직 낮까지는 양보하기 싫은 모양이다.

 오늘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녹음봉사하러 가는 날이다. 서둘러 집안을 정리하고 길을 나섰다. 자원봉사자교육을 받고 이제는 시간 날 때마다 자유롭게 시각 장애인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 녹음을 한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평소 이해인 수녀의 글을 좋아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분의 산문집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라는 책을 낭독하면서 녹음하고 있다. 나의 삶이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과 바람을 갖는다.

 내가 시각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나의 넷째 시누의 아이인 재민이가 시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내 자녀들이 혹시라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질까봐 저들이 어렸을 때 남편과 뜻있는 친구가족과 상의하여 자림원에 가서 주말마다 가족봉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갈 때마다 새롭게 느끼고 온 것은 겉모습만 다를 뿐인데 우리가 저들을 세상의 눈과 잣대로 받아 들였다는 것이다. 얼마나 옹졸하게 살았는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바로 그들을 통해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 2년 정도 지났을 때 어머니의 뇌졸중 때문에 계속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나의 아이들은 장애아동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하나 줄였다고나 할까.
 재민이가 울산에서 올 때면 먼저 가서 놀아주고 자신들이 할 줄 아는 음악을 들려주며 즐거워했다. 무엇보다도 서로의 겉모습만이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들을 보며 정말 고마웠다. 재민이는 이해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청각은 아주 뛰어나다.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아직도 점자를 잘 알지 못하지만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과 사람들의 말과 손에서 느끼는 감각을 통해 그 아이 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좀 더 세상의 다른 점들을 많이 이야기해 주고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또한 서로의 다름을 통해 세상을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더욱 감사한 것은 시누와 그 남편의 태도다.  비록 자신들에게 장애아동을 주셨지만 진심으로 사랑할 수있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한다고. 그러기에 재민이가 학교에 가는 동안 시누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원봉사를 하러 간다나? 나는 한참이나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서였다.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똑같은 하늘 아래 사는 우리, 비록 서로의 모습과 형편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우리이기에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롭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나의 존재가치는 내가 아닌 우리가 될 때에 더욱 빛나지 않을까?

                                                  ( 2008. 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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