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980,588
오늘방문 : 106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757
오늘글등록 : 0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4236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정장영
작성일 2008-09-10 (수) 06:05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3298      
적성강
적성강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내 고향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있다. ‘적성과 내적’이란 고장이름이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섬진강(蟾津江)의 상류 한 지류지만 우리 고장 사람들은 예로부터 적성강(赤城江)이라 불러 왔다. 옥정호(玉井湖)의 섬진 땜에서 물이 흘러내려 갈담(葛潭)천과 구림(龜林)천이 합쳐 이 고장 평남리(龜南‧平南‧槐亭부락) 앞에서 오수(獒樹)천과 만나 큰 강을 이루고 다시 여러 지류가 더해져 흐르다가 남원 요천(蓼川)이 합류하면 비로소 이름 그대로 섬진강이 된다.
섬진강은 고려 우왕 때 왜구가 강 하구에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울부짖어 적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 두꺼비 섬(蟾)자가 붙어 섬진강이 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이곳에 적성현(縣)이 있었다. 지금의 원촌(院村)이 옛 원 터이고 춘향가 첫머리에도 ‘적성의 아침’이란 말이 나온다. 기록에 의하면 강변에 수양버들이 늘어지고 1년 열두 달 강물이 마르지 않아 한량(閑郞) 기녀(妓女)들의 풍류놀이터로 유명했었다 한다. 적성 강에는 큰 다리[大石橋‧女妓橋]가 있었고 여름 한철 물놀이하기에 좋은 곳이며, 술꾼들의 안주에 좋은 은어 잡이로도 유명하였었다 한다. 적성강 ‘은어회 노래’도 있었다.

   “썰컹썰컹 은어회  마박이네  송순주
               너고 나고 먹다가 너 죽어도 나 몰라라……“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옛날에는 강이 범람하면 그 넓은 들판이 물바다가 되어 모산마을 앞 제방에 배를 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근래에는 섬진댐이 생겨서 유수량이 줄고 수리시설이 잘 되어 냇가의 불모지였던 들판은 좋은 옥토로 변했다. 더욱 2차 댐 공사마감으로 수량은 더욱 줄어 옛날 냇가 모래밭이던 곳에 새로 신흥마을(신월마을)도 생겼다.
남원에서 순창까지 신작로가 개설되어 한때 이 강에도 도강선(渡江船)을 두어 적성강다리를 대신했었다. 1930년대에 적성강다리가 원촌에 처음 준공되자 편리한 정기 운행버스도 다니게 되었다. 다리 옆에 왜놈경찰주재소가 생겼고 검문검색은 물론 애국 인사들을 감시하고 몹시 괴롭혔다.
내가 적성보통학교 1학년 때인 1939년의 일이다. 체조시간이면 이 강가를 찾아 강수욕을 하고 수영도 배웠다. 교문을 드나들 때 학교진입로에는 채송화가 만발했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또 원촌에 사는 어떤 청년이 왜놈들의 권유에 못 이겨 지원병으로 가는데 대대적인 환송행사도 있었다. 마침 이동하던 일본 전차부대가 이곳 강가에서 훈련을 하여 난생 처음 전차(탱크)를 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해방 직후 나는 일본에서 귀국하여 남원공립농업중학교에 다닐 때 수없이 이 강다리를 건너다녔다. 여름철은 강물이 많아 이 다리가 아니면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이 다리를 지날 대마다 다리 밑과 도로 옆까지 넘실거리며 흐르던 홍수생각이 난다.  
한국전쟁 당시는 UN군이 적성강다리 폭파를 위해 폭격기와 전투기가 출동하여 10여 일간 폭파하려 했으나 바로 옆에 높은 화산(華山:柵如山)이 가로 막고 있어 실패하였고 다리 끝에 있던 원촌부락만 애꿎은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다. 결국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한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적성교(赤城橋) 교각 두 칸을 파괴하는데 그쳤다.

적성교가 파괴되고 조선인민공화국 치하 3개월 동안 순창군 군민들에게 강제동원령이 내려졌다. 나도 며칠 동안 강제동원에 빠질 수 없어 밤마다 모래 가마니를 만들어 교각 두 칸을 쌓아 올려 길을 소통시키느라 고통을 겪었고, UN군이(9・28) 남원을 거처 순창수복을 위해 진격해 올 때 처음 맞이한 길목이기도 하였다.
전쟁 중 한때 적성강다리가 파괴되어 통행을 못해 차들이 원촌부락에서 강을 가로 질러 하천으로 통행하기도 했으나 얼마 안 돼 파괴된 부분이 복구되었다. 한때는 도로를 보수 유지하려고 일정 구간을 부락별로 집집마다 몇 미터씩 책임제로 할당하기도 했었다. 도로에 깔 자갈을 이 강가에서 지게로 져 올리는 부역(賦役)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산업화는 교통량을 증가시켰고 주민의 주기적인 노력동원은 기계화로 사라졌다. 도로는 확장되어 포장되고 새로운 적성강다리가 준공되고 또 소재지우회도로가 개설되는 바람에 옛날의 흔적은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조상님들이 근 500년 가까이 살아오던 고향, 적성! 인연은 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어릴 적에 고향을 떠났지만 조국광복으로 귀향했었고, 고향을 떠나 살았지만 다시 적성초등학교에 근무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여년 만에 학생이던 내가 모교의 교사가 된 것이다. 자부심도 컸지만 책임감도 따랐다. 이 고장 출신이라 기대도 많았다. 연거푸 졸업반을 담당하여 중학교 입시에 몰두한 결과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 많은 추억을 남긴 적성강은 교육활동에 많은 도움도 주었으나 불편도 있었다. 강 건너 마을(교정리‧평남리)은 강물이 많으면 차도를 따라 등하교를 해야 하니 통학거리가 멀었다. 오수천에 교량(동계면 소재지 가는 길목)이 생겨 가까운 동계초등학교로 학구가 변경되어 본교에서 마지막 졸업생을 보내게 된 적도 있었다.
이제 강은 순창군민의 상수도 식수원이 되었다. 1950년대 말부터 가끔 댐 후보지라 소문이 나돌더니, 몇 년 전 다시 또 소문이 나돈 적이 있었다. 이는 전라남도에서 이 강물을 탐내기 때문이다. 이 고장의 적성강을 막으면 담양호로 물을 끌어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 우리 고장으로서는 이득이 없는 일이니 수몰은 절대 용납 못할 일이다.
순창의 관문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한눈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인 화산과 강이 함께 어울리는 절경이다. 처음 찾는 분들께는 한 폭의 그림이요 매력적인 인상을 준다. 이 길이 바로 88올림픽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단 하나 뿐인 광주에서 대구와 부산으로 통하는 국도 24번 간선도로였다. 눈에 띄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면 전남 곡성과 구례를 거쳐 경남 하동에 이른다. 익사사고가 나면 하동 뒤쪽 강에 가야 찾는다는 속담마저 생겼다. 유사 이래 대를 이어 물려받아 주민은 바뀌어도 강물은 고장의 수많은 사연과 역사를 안고 말없이 대해를 향해 영원히 흐르리라! 고향을 떠나 살아도 언제나 내 마음속에는 적성강의 모습이 생생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08. 9. 9.)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알몸의 여인 이기택 2008-10-24 3326
멋진 군 예쁜 걸 윤상기 2008-10-24 3033
운전과 글쓰기 김인순 2008-10-24 2655
가을 내리기 신기정 2008-10-24 2766
개량종 세상 정장영 2008-10-24 2803
옥상 농장 [2] 김영옥 2008-10-23 3181
화장실 이야기(3) 이수홍 2008-10-23 3342
전주에 사는 기쁨(3) 김길남 2008-10-22 3399
보은의 역사가 서린 치악산 김길남 2008-10-20 2892
아주 특별한 손님 이수홍 2008-10-20 3258
103강의실에서 조규열 2008-10-20 2527
안계희 언니께 정원정 2008-10-19 3055
가을 시름 정영권 2008-10-16 2957
환상의 보물섬, 진도 김학 2008-10-14 3110
슬픈 고백 송병운 2008-10-14 2623
백두대간에 서서 이승수 2008-10-13 3239
우리를 기쁘게 하는 사람들 김상권 2008-10-13 2984
행복 만들기 채선심 2008-10-11 2559
맏며느리 최윤 2008-10-10 2926
깃발이 춤추던 운동회 김길남 2008-10-10 2973
1,,,231232233234235236237238239240,,,242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