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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이수홍
작성일 2008-09-09 (화) 05:00
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ㆍ추천: 0  ㆍ조회: 2877      
과자 먹는 갈매기
과자 먹는 갈매기
- 2008년 피서기(1) -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우리 가족 모두가 2박 3일간 대천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갔었다. 17년 전에는 세 아들을 데리고 경남 남해 상주해수욕장에 가서 자고 지리산 달궁에서 또 일박하며 노고단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또 작년에는 완도에 가려고 했지만 함께 못가고 우리 내외만 다녀왔다.

나는 대천해수욕장을 자주 간다. 계절에 구애 받지 않고 가는 곳이 대천이다. 정년퇴직을 한 뒤 10년 동안 거의 1년에 한 번 이상 갔었다. 사철관광지로 좋은 곳이고 대천항의 회 맛에 끌려서 찾아간 것이다. 내가 대천으로 가는지 대천이 나에게 오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나와 대천의 끈끈한 인연이 싹튼 것은 오래 전부터다.

36년 전 군산경찰서에 근무할 때였다. 큰애가 5살, 둘째가 3살 때 그 애들을 데리고 그곳에 갔었다. 아내는 셋째 해산을 며칠 앞두고 만삭이 되어 못가고 사무실 타이피스트 여직원과 함께 갔었다. 8월 2일 일요일 아침 배를 타고 장항으로 건너가 기차를 이용했다. 해수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삼등열차를 타고 오면서 폭염 때문에 무지무지하게 고생을 했었다. 객차가 발 디딜 틈이 없어 우리가 화물이 되었다. 그야말로 지금의 찜질방과 다름없었다. 날씨가 푹푹 찌자 두 애들이 덥다고 울어대는 바람에 어찌 할 바를 몰라 곤욕을 치렀던 일이 잊히지 않는다. 비록 힘들었던 추억이지만 아름답게 코팅이 되어 비를 맞거나 땀에 젖어도 지워지지 않고 또렷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연중 가장 더운 날은 8월 2일이라고 한다. 그날부터 16일 뒤 아내는 막둥이를 낳았다.

8월 1일 오후, 큰아들 내외가 준비한 먹을거리를 차에 싣고 나, 막둥이 내외와 손녀 손자 등과 대천리조텔로 갔다. 우선 대천항에서 떠온 회와 대하구이로 잔치를 벌였다. 36년 전 어머니 뱃속에 있느라고 못 갔던 막둥이 신혼부부가 참석하여 자리는 더 아기자기했다. 술을 한 잔씩 마시고나니 벌의 음악과 나비의 춤인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다음날 모래밭을 갈아 행복의 씨앗을 뿌리고자 일단 충분히 영양보충을 한 것이다.

전에는 나도 얼큰하게 한 잔 마시고 판을 내가 주도 했었다. 항문외과에서 지은 약을 핑계로 편안히 누워서 침만 꼴깍꼴깍 삼키며 오가는 얘기를 듣기만 했다. 자리를 함께 했더라도 정권을 넘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무던한 일이었다. 장남의 말이 어찌나 감격스러웠던지 벌떡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막둥이동생을 지극히 아끼는 일이 감격스러워 엔도르핀이 파도처럼 전신에 번졌다. 장남의 자리는 선거제가 아니니 인기발언이 아님은 확실하다. 평소에도 두 동생을 끔찍이 생각하는 게 장남이니 말이다.

아침 6시 바닷가 백사장에서 산책을 했다. 벌써 바다에서 뛰노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음은 그들과 함께 뛰놀지만 몸은 백사장을 거닐었다. 파도는 오라고 고함을 지르고 갈매기는 손짓하며 빨리 바다로 뛰어들라고 애교를 부렸지만 젊잖게 사양했다.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니 36년 전의 나와 두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의 우리를 오버랩 시켜 보니 제법 많이 와 있었다.

갈매기가 물고 있는 과자는 선물이라 치고 왜 그리도 쓰레기가 많은지 상쾌한 아침기분을 망가뜨렸다. 관광객의 의식이 문제로구나 싶었다. 이곳을 찾는 모든 피서객들이 마음의 쓰레길랑 바다에 던져버리고 쓰레기는 버려야 할 곳에 버렸으면 좋으련만…….
심신의 피로를 회복하고 삶의 의욕을 충전하려고 찾은 목욕탕 물에 먹물을 뿌리고 들어간 격과 무엇이 다르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은 그가 바로 인간쓰레기임을 왜 모를까! 인간쓰레기들이 기초질서를 잘 지키는 국민이 되는 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리라.  

대천 항에서는 환경감시단원 60명을 특별채용해서 청소를 한단다. 충남 보령시의 관광객 맞이 준비가 서툴다. 쓰레기를 버릴 장소를 마련해 주고 그곳에만 버리도록 지도하면 될 게 아닌가. 상가주인이 자기 집 앞 화단정도는 정리하고 손님을 맞이해야 할 터인데 그게 아니어서 아쉬웠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얼굴을 문지르자 내 생각도 원위치로 돌아왔다. 나는 확실히 대천을 사랑하는가 보다. 아침부터 심신운동을 충분히 해서 그런지 밥맛은 유난히 더 좋았다.
                         [2008.8.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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