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최기춘
ㆍ작성일	2008-10-07 (화) 16:47
ㆍ홈페이지	http://blog.daum.net/crane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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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축제
가을축제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최기춘

백로와 추석도 지났건만 올해는 봄부터 온 나라가 촛불로 달구어져서인지 대지는 식을 줄 모르고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화산공원 운동기구에 누워 바라본 하늘은 맑고 고추잠자리는 한가롭게 날며 매미는 제 처지도 모르는 듯 울어대고 있었다. 곧 찬바람에 쫓겨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제철인 양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내 귀에는 더 스산하게만 들렸다. 가을(秋}의 마음[心]을 근심[愁]으로 표기한 한자는 우리들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정확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 하면 분명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이고 각 고을마다 축제도 많아 흥겹기도 한 계절이다. 그러나 가을은 왠지 인생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할 뿐만 아니라 우수에 잠기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일들이 많지만 항상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어린 시절 요맘때면 농촌에서는 가장 큰 축제인 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한 온가족이 참석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도 다함께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모였다. 1년에 한 번 있게 되는 최대의 만남의 날이다. 시골에서는 5일장이 만남의 장이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모이는 기회는 운동회 날 빼고는 없었다. 못살고 가난하던 시절이지만 운동회 무렵이면 햇곡과 햇과일이 나는 계절이라 먹을거리가 풍성하니 인심 또한 넉넉하여 먹고 줄기며 아이들의 재롱과 함께 흥겹고 정겨운 잔치마당이 된다.

나는 운동회 때 연필이나 공책을 한 권도 상으로 받아본 일이 없다. 달리기를 못해서 항상 여섯 명이 달리면 5등이나 6등을 했다. 그래도 운동회는 손꼽아 기다렸다. 운동회 날이면 어머니가 맛있는 음식도 많이 준비하지만 용돈도 생기고 운동회가 끝난 뒤 학교 운동장에 설치한 가설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었다. 운동회를 기다리는 마음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모두 같았다. 시골학교의 가을 운동회는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를 두루 갖춘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화합의 축제였다.

요즘 나라경제가 발전되고 국민들의 생활에 여유가 있어서인지 고을마다 축제가 넘친다. 우선 우리 전라북도에서만 해도 가을이면 전주의 세계소리축제, 고창의 모양성제, 김제의 지평선축제, 임실의 산머루축제와 소충사선문화제, 정읍의 단풍축제, 장수의 논개제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축제가 끝난 뒤 스스로 큰 성과를 이룬 것처럼 자화자찬하지만 투자한 예산이나 인력에 비하면 축제의 성과가 과대포장된 건 아닌지 곰곰 따져 봐야할 일이다.

2005년 9월 14일자 서울신문은 경상북도 군위군에서는(군수 박영언) 민선 이후 축제를 한 차례도 개최하지 않았다고 보도하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군위군은 민선 전에는 능금축제를 해왔으나 민선 뒤 축제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심사숙고해본 결과 다른 자치단체에서 하는 축제와 유사하거나 중복되고 선심성 또는 낭비성축제로 전락할 것이 분명한데 굳이 축제를 해야 할 명분이 없어 축제에 드는 예산을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해결하는 예산으로 활용했다는 보도였다. 대부분의 축제가 민선 이후 봇물처럼 불어난 마당에 군위군의 사례는 우리 모두 타산지석으로 삼ㄴ아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 고장도 축제가 끝난 뒤 성과를 자랑하기에 앞서 유사 중복되거나 선심성 낭비성 축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소득과 크게 연결시키지 못할 축제라면 남녀노소가 다함께 참여하여 즐기는 지역민들의 화합이라도 확실하게 이룰 수 있는 축제기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