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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한일신
ㆍ작성일	2009-02-19 (목) 17:55

ㆍ추천: 0 ㆍ조회: 2308

칭찬
칭찬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우리 인간들이야 오죽할까. 재능은 칭찬하는 방향으로 자란다는 말이 있다. 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친구와 메일을 주고받던 어느 날, 친구는 나에게 문학공부를 해보라고 권하였다.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 말에 힘을 얻어 그의 기대가 헛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먼 길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본다.

오랜만에 동창을 만났다. 나더러 언제 보아도 그 얼굴 그대로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기분이 좋아서 너는 피부가 참 좋아졌다고 했더니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가 하면 어느 때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거나 나이는 못 속인다는 등의 말을 듣게 되면 왠지 야속하고 섭섭해서 기분이 푹 가라앉는다. 이렇듯 한마디 말에 내 마음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내 마음은 참 간사하다. 칭찬을 받을 때면 마냥 좋아서 앞뒤 가리지 못하고 마음이 둥둥 뜬다. 그러다가도 마땅찮은 소리를 들으면 속이 상해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나는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하기 그지없다. 또한 남이 잘 되면 부러움이 도를 넘어 때로는 배가 아픈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조카 아이가 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조카는 손톱이 긴 사람이 좋아 보였던지 긴 손톱에 매니큐어까지 칠했다. 나는 그게 눈에 거슬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카에게
"M아! 손톱이 예쁘구나. 엄마랑 아빠랑 아무 말씀 않더냐?"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숙였다. 나는 다음 말을 생각하며 ‘나 전달법'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M아! 고모는 네가 손톱이 짧으면 훨씬 더 예쁘겠구나!"
라고 했다

잠시 뒤 조카 아이는 손톱을 짧게 깎고 앞에 나타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말하지도 않은 발톱까지 깎고 자랑삼아 내밀어 보였다. 그래서
"발톱까지 깎았니? 참 깔끔하고 예쁘구나!"
하면서 고모 마음을 알아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일이 있다. 내가 한발 뒤로 물러나서 감정을 조절하고 사실대로 이야기하니까 수긍하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게 되어 마음이 흐뭇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말을 하며 산다. 하는 말, 듣는 말, 언어(言語)의 홍수(洪水)속에서 산다. 속이는 말, 윽박지르는 말, 미워하는 말, 저주하는 말, 이간(離間)시키는 말들이 어찌 그리도 많은지? 반면에 칭찬과 격려를, 고마운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사랑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말도 있어 희망(希望)을 주기도 한다.

칭찬도 잘 해야 한다.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상황이나 감정을 사실대로 표현하여 수긍이 가도록 해야 신뢰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말로 시작해서 불쾌한 말로 맺으면 주었던 물건을 뺏는 것과 다를 바 없고, 부정한 말로 시작해도 칭찬이나 격려로 맺으면 상처를 치료하는 것과 같다. 사람은 필시 칭찬과 격려를 먹고 사는 동물인 것 같다.

괴테(독일 1749~1832)는 타인을 칭찬하는 것은 자신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과 같은 위치로 자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칭찬하고 싶어지며, 남을 비하하면 그 독이 그대로 자기한테로 돌아온다니 주는 대로 돌려받는 것인가 보다.

우리는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칭찬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존재'인 인간에게 최고의 영양제인 것 같다. 칭찬에 인색했던 나를 돌아본다. 이제 나도 남을 축복하는 말,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언어로 상대편의 감정이나 기를 꺾지 않고 용기를 북돋아 주도록 해야겠다. 칭찬으로 물들여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어 우리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