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 공식 홈페이지, 운조루닷컴!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등록
커뮤니티
홈지기 소개
전체방문 : 15,774,192
오늘방문 : 75
어제방문 :
전체글등록 : 6,450
오늘글등록 : 0
전체답변글 : 162
댓글및쪽글 : 3993


 essay
'행촌' 에세이모음
작성자 김경희
작성일 2008-06-11 (수) 04:39
홈페이지 http://crane43.kll.co.kr
ㆍ추천: 0  ㆍ조회: 3475      
병아리들의 건강검진
병아리들의 건강검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孩苑 김경희

 
 원장선생님이 바뀌었기 때문인지, 학교평가가 이루어지는 해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올해엔 참으로 새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그날은 아이들의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이 오는 대로 서둘러 2층으로 올라오세요."

 그렇지 않아도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일이라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망설여지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여간 바빠지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가져온 오줌을 받아 종이컵에 넣어야 하고, 손등에는 색깔을 구분하여 번호를 써줘야 하며, 양말을 벗겨 가방에 넣어줘야 하는 등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니 여간 벅찬 게 아니었다. 어제 설명해줘야 했건만 깜빡하고 보니 오늘 벌어질 일들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급해도 오늘 경험하게 될 일들을 아이들에게 먼저 설명해줘야 했다.

 "오늘은 우리 친구들(아이들)의 몸속에 병균이 있는지 검사하려고 모자보건센터에서 의사선생님이 오셨어요. 그리고 어른들처럼 팔에서 피도 뺄 거예요."

 피를 뺀다는 말에 겁을 먹었는지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부모가 곁에 있다면 떼라도 써보련만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는 아이들은 그저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처럼 겁을 먹어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아이들을 어떻게 2층까지 데려갈 수 있을지 문제였다. 그러나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인가보다. 아이들은 먹을 것에 쉽게 유혹을 받는 법이지만 그런 일조차 먹을 것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검사가 끝나면 과자를 주겠다는 말에 분위기가 백팔십도로 달라지는 것이었다.

 때마침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가 있어 나머지 일들을 부탁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교실 한 칸에서는 체격검사, 청력검사, 시력검사, 심전도 검사, 혈액채취 등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번호대로 줄을 세웠건만 올라오는 도중 순서가 뒤바뀌고, 검사실을 보자 시작도 하기 전부터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어찌 이런 실수를! 유료대상자는 빨간색, 무료대상자는 검정색으로 표시하라고 했건만 그만 거꾸로 표시한 것이다. 특수한 경우에만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것이 상례가 되다보니 그만 실수를 한 모양이다. 선입견이 때로는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소리 나는 곳이 어느 쪽인지 손가락을 짚어보세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두세 번 정도의 질문에 응답하였지만 어떤 아이는 그렇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아이가 고개만 두리번거리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니 그 검사는 청력검사이지만 어찌 보면 묻는 말에 대답할 줄 아는 지능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음 차례는 심전도검사였다. 어른들은 40세가 넘어야 받을 수 있는 검사를 만 3세인 아이들이 받는 것이었다. 몸의 여기저기에 고정시키는 기계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는지 거부하는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안고 그 과정을 지켜보게 하였지만 여전히 마음을 정해 다음 코스로 넘어가야 했다.

 혈액을 채취해야 하는데 주사기가 무서워 뒤로 숨는 아이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아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난감하였지만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선생님이 안아주겠다는 말에 선뜻 안겨 검사를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대답해놓고도 검사를 할 수 없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의 저항이 거세다보니 주사 바늘이 빗나가고 혈관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검사실에서 해야 할 일들은 모두 끝났지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집에서 오줌을 받아오지 않아 유치원에서 오줌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니 다행한 일이지만 의문이었다. 공복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상식과는 달리 아이들은 식사를 했어도 무관한 것이었다. 초조한 마음에 재촉을 해 보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오줌통을 들이대니 오줌이 쉽게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많다보니 유치원에서 오늘 내가 한 일은 하루 종일 오줌을 받아낸 일 뿐인 것 같았다.

 약속대로 검사가 끝나자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지만 왠지 그렇게 보상하는 내 자신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경험에 나보란 듯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도 있었고, 과자를 먹으며 비로소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아이도 있었다.

 이것으로 건강검진은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선 새로운 불안감과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유치원에 대한 첫인상이 심어지는 시기에 너무나 끔찍한 경험을 시켜준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였다. 너무 어린 아이들(만 3세)에게 무서운 경험을 시켜 내일 당장 유치원에 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아이는 없을지? 또 그만한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꼭 해야 할 검사였는지? 물론 만의 하나라는 염려가 증명이 된다면 이보다 더 잘한 일은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석연치 않았다. 운영비가 모라자서 아껴 써야 한다는 운영자의 말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아이들의 건강검진!
 행복의 기초는 건강이요, 예방이 우선이라는 기준을 놓고 보니 답이 나왔다. 유아교육의 방향이 공교육 또는 의무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아이들의 복지도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건강검진이 개인의 선택사항이지만 나라의 형편이 좋아진다면 응당 받아야 될 권리가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면 최소한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검진이야말로 가장 먼저 행해야할 행복의 첫걸음이 아니겠는가?
  0
3500
-->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적성강 정장영 2008-09-10 3259
한 방에서 잠을 잔 4부자 내외 이수홍 2008-09-09 2878
과자 먹는 갈매기 이수홍 2008-09-09 2849
자장면, 그 먹고 싶었던 음식 김길남 2008-09-08 3263
최고보다 더 아름다운 최선 [2] 정영권 2008-09-08 2606
가을이 오는 소리 공순혜 2008-09-07 2692
초상화를 그려주는 세탁소 임인숙 2008-09-07 2754
수필농사 김상권 2008-09-07 2649
새만금사업은 우리의 생명선 서득룡 2008-09-06 2773
우리 집의 여름피서 오귀례 2008-09-06 2944
별것도 아니네 형효순 2008-09-06 2655
내가 걸어 온 배움의 길 김길남 2008-09-05 2838
수필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 김수영 2008-09-05 2890
전국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배윤숙 2008-09-04 3049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 김금례 2008-09-03 2609
옷이 날개라지만 김길남 2008-09-02 3059
내 탓이로소이다 이의 2008-09-02 2768
전북도민일보 보도 김효정 2008-09-02 2619
전북일보 보도 고재흠 2008-09-02 2901
나라꽃 무궁화 고재흠 2008-08-31 2726
1,,,221222223224225226227228
운조루 10대 정신


*주소: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103 ,061-781-2644,
*이길순 (류홍수 어머니) : 010-8904-2644, *류정수 : 010-9177-7705연락처(클릭!)
*사이트 관리: 유종안 010-7223-1691 yujongan@daum.net
Copyright (c) 2008 운조루 http://unjoru.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