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운조루(雲鳥樓) 공식 홈페이지 ▒

ㆍ작성자	김길남
ㆍ작성일	2008-09-24 (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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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사는 기쁨

전주에서 사는 기쁨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 평생교육원 야간반 김길남

지역마다 특색 있는 음식이 있다. 옛날부터 유명한 것도 있고 요즘에 이름이 알려진 음식도 있다. 전주비빔밥, 안동 간 고등어, 영광 굴비, 영덕 대게, 섬진강 참게 등은 옛날부터 유명했고 안흥 찐빵, 춘천 닭갈비, 병천 순대 등은 요즈음에 알려진 음식들이다. 그 지방의 기후와 풍토에 알맞기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닌가 한다.

음식의 맛은 오감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냄새가 좋아야 한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러야 구미가 당긴다. 먹고 싶은 마음도 냄새에서부터 비롯된다. 다음은 색깔이 알맞아야 한다. 식욕을 자극하는 색깔은 따로 있고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시각적 효과가 먹고 싶은 마음을 좌우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맛이다. 보기 좋고 냄새로 구미를 당겨도 입에 넣었을 때 맛이 없다면 모두 헛일이다. 맛은 오미라 했다. 고소해야 하는 것도 있고 달콤해야 좋은 것도 있다. 적당한 간 맞춤은 음식 맛을 좌우한다. 좀 써야 제 맛이 나는 음식과 시지 않으면 안 되는 음식도 있다. 특히 매운 맛은 우리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맛이다.

혀끝에 느끼는 감각도 알맞아야 한다. 부드러워야 하는 것도 있고 까끌까끌해야 제 맛인 것도 있다. 음식의 온도도 알맞아야 한다. 뜨끈뜨끈해야 제 맛이 나는 것이 있고 차가워야 하는 것도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즐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감을 만족하는 음식점을 찾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그러나 한 번 이름이 나면 그 집은 손님으로 가득하여 앉을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나는 보통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집을 가는데 5천 원만 주면 만족스러운 음식점이 있다. 전주 남부시장에 있는 J식당은 찾아가면 반겨주는 주인의 인정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주변의 산을 오르고 배가 고플 때 찾아가면 차려 나오는 음식이 마음에 든다. 새로 장만한 20여 가지의 찬에 쩔쩔 끓는 찌개는 군침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웃음꽃을 피우며 한 그릇 비우고 난 뒤 방긋 웃는 미소로 따라 주는 차 한 잔은 어찌 그리도 감미로운지 모른다.

전주 평화동에는 S식당이 있다. 당구를 끝내고 찾아 가면 섬진강 처녀를 자처하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맞는다. 노래에는 ‘소양강 처녀’가 있으니 여기는 ‘섬진강 처녀’가 있다고 웃긴다. 장맛보다 뚝배기 맛이 낫다고 음식도 음식이지만 반겨주는 맛에 자주 찾는다. 그 식당도 한 끼의 식사를 하기에는 과분하리만큼 차려 나온다. 고등어 지짐과 달걀찜이 특색이다.

몇 번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한정식 집도 여러 군데 있다. 큰 교자상에 가득 차리고도 모자라 포개 나오는 음식도 있으니 몇 명이 앉아 먹는데도 끝까지 손도 대지 않은 찬도 있다. 먹는 양은 한정되었는데 이렇게 많이 차리니 음식 낭비가 심하다. 이런 음식문화는 개선했으면 한다. 값도 몇 만 원부터 백만 원대까지 있다니 자주 갈 곳은 아닌 듯하다.

전주에는 이름난 음식이 여러 가지다. 비빔밥은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항공사 기내식으로 나오기도 하며, 외국에 수출도 한다. 전통 비빔밥은 놋그릇을 이용해야 한다. 외 뿌리 콩나물과 청포묵, 찹쌀고추장, 쇠고기육회, 미나리, 접장, 참기름, 달걀을 기본으로 한다. 30여 가지의 재료를 넣어 닭 삶은 국물과 등심살 삶은 국물을 섞어 밥을 지어 담아낸다. 전통음식점으로 인정하는 비빔밥 집이 따로 있다. 아무데서나 전주비빔밥이라 하는데 잘 못하는 집을 찾으면 후회하기도 한다. 다른 도시에 가도 전주비빔밥이란 간판을 달고 손님을 끄는 집들이 많다. 나는 맛의 고장 전주에 사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다.

콩나물 국밥도 유명하다. 연한 콩나물을 이용하여 갖은 양념을 하고 팔팔 끓여 나오면 후후 불며 먹는 맛이 담백하고 시원하여 좋다. 전날 술에 취한 술꾼들은 아침에 콩나물 국밥으로 속을 푼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는 숙직을 한 다음날 아침 콩나물 국밥을 먹으면 속이 후련했었다. 콩나물 국밥집도 여기 저기 많다. 유명인사가 찾아 온 집이 여러 군데 있다.

벗들과 만나 밥 한 상 차려 먹는 맛은 더 할 수 없는 기쁨이다. 자주 찾는 곳은 값싸고 맛 좋은 집이다. 부담 없이 만나 즐기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와 이런 자리를 자주 갖는 것이 노년의 즐거움이다. 오래도록 허허로운 마음으로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엇으면 좋겠다. ( 2008. 8.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