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이란,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은 300만 흑인노예들의 해방을 선언했다. 미국 전역에는 나무와 돌과 벽, 눈에 띄는 모든 곳에 해방선언문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어떤 노예들은 이 놀라운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또 어떤 노예들은 옛날의 습성을 떨쳐버리지 못해서, 여전히 종으로 살다가 일생을 마쳤다. 국가 또는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없는 탓이었다.
어느 주일(일요일) 아침이었다. 두 친구가 미국의 뉴저지 주 칼드웰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지난 밤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가 술과 싸움으로 밤을 새웠다. 무거운 마음으로 거리를 걷다가 눈을 들어보니 마침거기에 교회가 있었다. 한 친구가 마음이 괴로우니 예배에 참석하자고 했으나, 다른 친구는 괴로운 마음을 술집에 가서 마저 풀자고 했다. 결국은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채 각각 교회와 술집으로 들어갔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교회를 택한 청년은 훗날 미국의 22대와 24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다름 아닌 깨끗한 대통령으로 추앙받아 두 번이나 당선되었던 클리블랜드였다. 다른 친구도 영리한 덕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나 술과 범죄에 관련되어 오랫동안 형무소 생활을 했다.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가끔 교회에서 이런 간증을 했다.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염치는 없지만, 그래도 무조건 하나님의 품에 안겨야 합니다. 그것이 곧 믿음입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며, 말하지도 못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는 하버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여 20세기의 기적을 창출해 낸 헬렌 켈러여사였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신비하고 위대하며, 가장 놀라운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사랑이 나의 삼중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자유와 평화를 주셨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그 무엇인가에 매어있어 노예로 사는 존재입니다.”
나는 목회에서 조기 은퇴하고 자유인이 되었다. ‘진정한 자유’에 대한 글을 쓰려고 이것저것 뒤지다가 채굴한 세 토막의 실화들이다.
그렇다. 인간이 하나님을 거절하면 좋을 것 같은데, 실은 다른 무엇인가의 종으로 매어 살게 된다. 그러므로 조건 없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인간의 가장 취약한 멸망의 공포, 죽음의 공포, 내세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인이 된다.
지금의 내 인생을 무엇이 끌고 가며, 어떤 것에 얽매어 살고 있는가? 그래서 무엇 때문에 괴롭고, 무엇 때문에 화가 나며, 무엇 때문에 답답한가? 인생은 내 맘대로 살 수도 없지만 살아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누가 병들고 가난하며, 누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천대받으며, 누구와 싸움질하고 불행의 터널에서 헤매겠는가?
어떤 사람은 술에 매어서 술을 벗 삼고 산다. 어떤 사람은 돈에 매어서 돈을 펑펑 쓰는 재미로 산다. 열락을 취하고, 즐기며, 쾌락과 함께 일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명예에 매어서 권력을 휘둘러보지만 결국 남는 것은 후회와 탄식뿐이다. 일찍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드러난 사실이 아닌가?
목회는 교인이 많든 적든 늘 매어서 산다. 그러다가 조기 은퇴하고 나니,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육신과 정신면에서 자유인이 되었다. 인생을 사는 재미가 늘 새롭게 느껴진다.
그래도 죽음의 문턱 저 너머까지 영원무궁토록 매이기를 바라는 단 한 가지가 있으니, 오직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 사랑에 매일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보장과 평안이 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으나 그 사랑에 매어 있는 한 진정한 자유인이다. 그런 인생은 기쁘고 보람되며 결코 후회가 없는 복된 인생이다.
염치없지만 하나님께 기대고 그 품에 안기는 것이 믿음이다. 감히 독자들에게도 ‘그리하시라’고 종용(慫慂)하고 싶은 게, 언제나 내 안의 커다란 외침이다.
(2018.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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