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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채선심
ㆍ작성일	2008-07-26 (토)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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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샘
수필의 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채선심

문학에 입문하기 전에는 참 하고싶은 말도 많았는데 그토록 그리던 문학공부를 시작하니 말문이 열리지 않으려 했다. 옛말에 '하던 지랄도 멍석 깔아 주면 안한다'더니 내가 꼭 그런 꼴이 되고 말았다.

어린시절 누군가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실컷 조잘대고 싶던 차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었다. 긴~ 긴 사연을 답장에 담아 보내며 그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오뉴월 장맛비를 잉크 삼아 써도 부족하다고 썼었다. 그런데 정말 그때는 그랬었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는 써도써도 더 쓰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긴긴 40여년 간을 열지 못했던 보따리를 시원스레 풀려고 했는데 열릴듯 말듯 열리지 않는 건 수필의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탓이 아닐까. 아니면 수필도 낯가림을 하는 것일까?

아뭏든 이제부터는 수필의 샘을 파야겠다. 수필의 샘은 아니라도 나에게는 오래 전부터 판 마르지않는 또 하나의 샘이 있다. 완고하신 아버님 때문에 먼 나드리를 못해 눈물로 대신할 때 너는 눈에 샘을 팠느냐고 노여워 하시던 아버님 말씀이 왜 그리도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일찌기 수필의 샘이나 팔 일이지, 왜 눈물의 샘을 파서 나도, 곁엣사람도 힘들게 했을까? 하지만 그때는 눈물로라도 호소하지 않으면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다.

이제는 수필의 샘을 파야할 때다. 우물을 파려면 물의 줄기를 찾아야하듯 수필의 샘을 파려면 우선 수필의 특성을 알아야 하지않을까?

수필은 형식이 자유로운글. 자기 표현의 글. 개성의 문학. 내용에 제한이 없는 글. 비 전문적인 글. 유머와 위트가 담긴 글. 신변잡기적인 글. 은은한 감동을 주는 글. 비교적 짧은 글이라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어느 항목 하나 어렵게 느껴진 게 없지만 막상 쓰려면 정말 어려운 게 수필인 것 같다.
수필공부를 하기 전에는 외로울 때나 기쁠 때 수필이라는 허울을 씌워 곧잘 긁적거렸다.
그런데 이제 긁적거리기도 망서려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수필의 형식을 조금이나마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나의 감수성이 무뎌지는 것일까?
그 옛날 긁적거렸던 수필이란 허울을 이제 와서 벗겨보니 많은 단어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아직도 방황하고 있었다. 도치법도 아닌 게 앞뒤가 바뀌어 있고 군더더기 투성이인 단어들이어서 실소가 흐른다.

예전의 수필이란 허울이 나무를 통채로 지은 격식 없는 집이라면 지금의 수필은 나무를 잘 다듬어 문양도 조금 넣어 지은 집 정도라고나 할까. 수필공부를 하면서는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전과 후의 두 문장을 놓고 비교해보니 조금씩은 달라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수필의 샘을 파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노력은 성공을 낳는다고 했듯이 쉽지는 않겠지만 퍼도 퍼주어도 마르지않는 수필의 샘 파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지성을 다하여 쪼고 파면 수필의 물줄기가 보이겠지'하는 희망으로 오늘도 계속 수필의 샘을 파련다. 그래도 보이지 않을 때는 대 선배님들이 대물림해준 첨단의 장비로 격조 높은 수필의 샘을 파고, 잘 다듬어진 예쁜 문양의 목재로 수필의 정자도 지으리라. 먼~길 가는 나그네가 외롭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