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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이수홍
ㆍ작성일	2008-07-14 (월)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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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연습도 하지 말아야
이별은 연습도 하지 말아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이수홍

아내가 정형외과에 입원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놀러가서 다쳤고, 병원이 집에서 가까워 크게 불편한 것도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농담으로 이별연습이라고 했다. 아내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다. 아내의 몸과 마음의 아픔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변사람들이 문병을 오니 폐를 많이 끼치고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이 내 철학이다. 우리 내외는 어려울 때 도와준 분들의 은혜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들의 근무처 책임자로 있다가 엊그제 정년퇴직을 한 분 내외는 나도 모르게 다녀갔다. 퇴근 시간에 찾아온 그 회사 여직원들은 유난히 예뻤다. 전북도립국악원 판소리 반 음우(音友) 내외분은 뼈가 부러진 데 먹으면 좋다고 꿀을 사가지고 와서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나와 함께 정년퇴직하고 37회 모임을 갖고 있는 친구 부인 李 여사님은 매일 찾아온다. 찜통더위에 그냥 오기만 해도 감사하거늘 올 때마다 밥과 반찬을 장만해 가지고 온다. 배추김치, 깻잎김치, 풋고추무침, 파전, 오이냉채, 감자 버무림, 과일 등, 자기 집에 있는 것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지고 온다. 한 번은 매일 아침 오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내가 그 집에 가서 받아오기도 했다. 막내며느리가 차려주거나 내가 직접 해결했던 끼니를 그 밥과 찬을 다 먹어야 되겠기에 아예 나도 병실에서 식사를 해결해 버린다.

어제 점심때는 이 여사님을 병실에서 만났다. 지난번 왔을 때는 출근부를 만들어 놓았느냐고 했는데 또 그 말을 할 수가 없어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고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했다. 아내더러 당신 이 여사님의 은혜를 어떻게 갚으려느냐고 물었다. 옆에 있는 환자도 그런 말을 했단다. 아내는 빙긋이 웃기만 했다. 살면서 보답할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어서 안심이 되기는 했다.

매일 전화를 하다시피 한 서울 형님께는 알리지 않았다. 집 전화는 안 받고 손 전화만 받으니 무슨 일이 있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어 이실직고했다. 토요일에 오신다며,
“왜, 두 집이 다리가 그렇게들 난리여?”
5개월 전에 형수님이 무릎관절염수술을 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었다.

어제 퇴근시간에는 우리 테사모(테니스를 사랑하는 모임)총무 내외가 문병을 오다 교통사고가 났다. 접촉 사고로 오토바이 탄 학생이 넘어져 손가락뼈 하나가 금이 갔다. 가벼운 교통사고지만 어찌나 미안하던지 볼 낯이 없었다. 사실은 그제 온다고 하더니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어제 왔다. 그제 왔던들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운명인가?

입원한 첫날밤 간병할 식구가 없어 아프기는 하고 화장실에도 못가고 큰 고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오늘에야 들었다. 왜 나를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그의 책임으로 돌렸지만 마음이 아팠다.

내가 이별연습을 하는 바람에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드리고 있다. 그래서 이별이 싫듯 연습도 싫다. 몹쓸 이별을 멀리해야 할 건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이별은 연습도 하지 말아야겠다.
[2008.7.10.목]